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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넘쳐나도 탈이 되나니...
넘쳐나도 탈이 되나니...
  • 박상대
  • 승인 2015.11.02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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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서울] 남도 한정식집 사장님들께 편지를 씁니다. 자주 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가끔 남도 한정식집에 들릅니다. 혼자 다닐 때보다 일이 있을 때 들르지요. 혼자 가면 1인 분은 팔지 않는다기에 쫓기듯 돌아서 나온 적이 있어서 혼자는 아예 가지 않습니다.

남도음식은 기사식당에 가도 푸짐하더라, 정말 맛있더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느 집에 가든 다 맛있잖아요. 전국을 떠도는 방랑생활을 하기 전에는 남도음식이 그렇게 맛있는지 몰랐답니다. 어느 집에 가든 다 그런 정도 맛을 내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지역에 가면 김치찌개나 된장 찌개도 맛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고, 남도 음식의 특별한 맛을 새삼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남도 음식을 먹고 온 사람들이 맛을 칭찬하기보다 밥상 위에 오른 음식의 가짓수를 먼저 이야기하더군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24 찬이니 20찬이니 떠들고, 젓갈만 몇 가지가 나오더라, 육해공군이 다 나오더라, 상다리가 휘어지더라고 합니다. 참으로 무식하고 수준 낮은 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찬의 가짓수에 밀려서 음식의 깊은 맛을 체험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요?

단 한 젓가락도 집 어먹지 못하고 상을 물린 반찬도 있답니다. 이건 또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계속 되는 불경기에, 밥을 굶는 사람도 많다는데…. 부탁하오니 반찬 가짓수를 절반 쯤 줄이고 ‘우리 집만의 독특한 맛’으로 손님을 맞이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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