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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벌초여행을 아시나요?
벌초여행을 아시나요?
  • 박상대
  • 승인 2016.10.03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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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서울] 참 지독한 더위였습니다. 지난여름 내내 오직 더위와 씨름하느라고 시간과 정열을 허비했지요. 90평생을 생생하게 살아온 구봉서 씨가, 때가 되면 이승을 떠나야 하는 순리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무더위도 가을의 무턱에서 고꾸라졌지요. 어떻게 그토록 숨 막히게 하던 무더위가 하룻밤 사이에 물러가버리는 것이지... 

지난 주말은 거의 모든 고속도로가 정체되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여행객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온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많은 사람들이 고향이나 조상님이 잠들어 계신 산소에 벌초를 하러 다녀온 사람들이라네요.

뉴스를 접한 저는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대는 고향에 계신 조상님의 산소에 벌초를 하셨는지요? 너무나 바빠서 직접 산소에 가지 못했을 겁니다. 요즘은 고향에 있는 농협이나 마을 청년회에서 비용을 받고 대신 벌초를 해준다고 하니까 그 편을 이용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지요. 반드시 후손이 가서 벌초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제가 아는 분네 이야기입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4촌 8촌 친척들이 어느 특정한 날에 고향 선산에 모여 함께 벌초를 한답니다. 이들은 그것을 벌초여행이라고 하더군요. 여러 후손들이 선산에 모인 뒤, 벌초를 마치고, 고향 음식을 먹으면서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조상님들 이야기도 나누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것이 조상님들이 원하는 벌초의 참의미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먼저 가신 분들을 위해 떠나는 벌초여행! 오가는 길에 여기저기 여행지를 들러서 다니면 더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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