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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경남 하동 섬진강, 봄 맛 톡톡!
경남 하동 섬진강, 봄 맛 톡톡!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3.0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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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흐르는 맛있는 이야기
하동의 섬진강에 봄이 찾아왔다. 꽃과 맛이 피어나는 하동으로 봄 여행을 떠나본다. 사진 / 여행스케치DB

[여행스케치=경남] 하동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은 섬진강이다.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서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길은 매년 전국에서 모여드는 차량으로 꽉꽉 막히곤 하는데 그마저도 즐거운 여행이 되는 것은 한시한철에 피는 꽃들이 반갑기 때문일 것이다. 곧 만개할 꽃나무들과 햇볕에 반짝이는 섬진강을 눈에 담으며 봄 여행을 떠나보자.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달려 하동에 도착하기까지 말벗이 되어 준 버스 기사 아저씨는 창가에 내리쬐는 볕을 보더니 “곧 전국에서 하동으로 밀려들어오겠구만”하며 웃는다. 하동은 슬로우시티를 지향하는 곳으로 느긋한 일상과 푸근한 주민들의 인심이 여행객들을 반겨주는 곳이다.

하동 시장의 봄나물들. 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일 때 즈음 우리네 식탁 곳곳에도 봄나물이 오른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비닐 봉투를 열자 취나물의 향긋한 내음이 올라온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봄나물 집합소, 하동 시장
하동읍내에 있는 하동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봄나물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자 한쪽 끄트머리를 가리킨다. 시장 깊숙이 들어가 할머니들이 야채를 팔고 있는 구역으로 다가가 물었다.

“할머니, 무슨 봄나물이 나왔어요?” 할머니는 취나물과 쑥부쟁이, 쑥, 냉이, 고사리 등을 펼쳐 보인다. “봄나물이 그런기지 냉이 같은 거. 앞으로도 많이 나올기다. 보름 지나고 장날에 오면 나물 팔러 나오는 할머니들 많다” 비닐에 싸 놓은 두둑한 봉지 속에 가득 들어 있는 취나물이 시골의 풍족한 인심을 엿보게 한다.

하동시장에는 계절별로 특색 있는 장이 열린다. 3월에는 봄나물장터가, 5~6월에는 매실장터가 열리는데 이는 하동의 청정 농수산물을 널리 알리고 주민간의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데에 의의를 두는 축제다.

봄나물장터는 3월에 이틀간 짧게 열리지만 그 기간이 아니더라도 장이 서는 2, 7일에 시장에 가면 싱싱한 봄나물들을 구입할 수 있다.
 
 

봄나물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산채정식. 입 안 가득 봄기운이 퍼진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봄기운이 가득, 산채정식
하동군 화개면의 쌍계사 근처에 위치한 청운식당에서 산채정식을 시키면 밥상 한 가득 싱싱한 나물과 반찬들이 올라온다. 고사리, 죽순나물, 취나물, 쑥부쟁이, 표고버섯, 생취가 한 접시에 차려지고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상큼한 파래, 냉이, 톳무침, 도라지무침 등이 입맛을 돋운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나물의 풍미가 입 안 가득 번진다.

30년간 청운식당을 운영한 정명숙씨는 매실장아찌를 가리키며 “몸 속 독소 배출에는 최고”라며 “향이 깊고 진한 하동 매실을 맛봐보라”고 권한다. 하얀 쌀밥에 새콤한 매실장아찌와 여러 가지 나물들을 올려 먹으며 봄기운을 느껴본다.

과거 보부상들이 몰려 들었던 화개장터. 사진 / 유은비 기자

청운식당 근처에는 쌍계사와 화개장터도 있다. 식사 후에 산책삼아 둘러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화개장터는 2014년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지만 복구 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재개장을 하였고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 옛날 화개장터에 왔다가 시장의 봄 풍경을 보고 ‘화개동을 노래함’이라는 시를 지었다.

‘나룻배 뜬 강에 봄풀이 푸르구나/따사로운 백사장에 이제 막 장이 서니/부엌마다 연기 나고 술고기 벌려 있네’

화개장터부터 쌍계사에 이르는 벚꽃길에서는 4월 1~2일 양일간 벚꽃축제가 열린다. 벚꽃 구경도 하고 화개장터에서 구수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면 꽃놀이의 완성이다.

은은한 연두빛의 하동 녹차를 마시며 나른한 봄 햇살을 즐기는 것도 좋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산에 다랑이로 조성되어 있는 하동 녹차밭. 사진 / 유은비 기자
하동의 '수연제다'농원을 운영하는 신우범씨. 사진 / 유은비 기자

입안을 맴도는 그윽한 향, 하동 녹차
한창 어린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하동 산등성이 곳곳의 녹차 밭은 연한 녹빛으로 일렁인다. 대량으로 재배하는 다른 지역의 녹차밭과는 달리 하동은 야생 차나무이기에 산속에 다랑이로 심어져 있다.

2006년부터 화개면에서 ‘수연제다’를 운영해온 신우범씨는 “하동의 차나무들은 바위가 많은 곳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차나무 뿌리가 바위를 뚫고 내려가 각종 미네랄 원소를 흡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른 아침에는 화개천에서 생기는 구름들에 녹차 밭이 파묻혀 운무를 보게 된다고.

또한 3월 중순부터 녹차 잎을 따기 시작하는데 딴 잎을 숯불에 덖어 ‘숯화’를 시켜 그윽한 풍미를 만든다. 어린 새순이 돋아나는 봄, 푸르른 녹차 밭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눈, 코, 입으로 천천히 즐기는 하동 녹차. 부드럽고 삼삼한 차 한 잔이 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Info 수연제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대비길 65-1
홈페이지 www.sooyontea.com

재첩회덮밥 한상. 매콤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군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못다 한 하동의 ‘맛’ 이야기
하동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재첩. 하동 재첩국의 깊고 시원하며 짠 맛은 유명해진지 오래다. 재첩을 말끔히 해금하여 매콤새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공깃밥에 비벼 먹는 재첩 회덮밥은 어떠한가.

손톱만한 크기의 재첩에서 느껴지는 싱싱하고 쫄깃한 식감은 씹는 즐거움을 준다. 섬진강을 따라 늘어선 음식점들에는 다양한 재첩 요리들을 판매하고 있으니 취향 따라 하동의 재첩을 맛보자.

하동군청에서 개발한 '알프스 하동 삼포밥상' 차림. 사진 제공 /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하동군청에서 직접 하동 지역의 향토 음식들을 모아 새롭게 차림을 한 밥상도 있다. ‘알프스 삼포밥상’이 그것. 알프스 삼포밥상에는 산과 바다, 강을 끼고 있는 하동의 지리적 특색들을 음식에 반영했다.

하동에서 자라난 능성어의 배를 갈라 소금을 쳐서 꾸들하게 말린 요리 ‘배다구’와 섬진강 주변에서 서식하는 참게를 맷돌에 빻아 찹쌀가루, 들깨가루를 넣고 끓여내는 ‘참게가리장’, 녹차를 넣어 삶아낸 돼지고기 ‘녹차 미나리 삼겹 수육’ 등 15가지 한정식 풀코스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섬진강포구식당’과 ‘돌팀이 식당’ 두 곳에서 삼포밥상을 운영하고 있고 ‘팔도강산’에서는 삼포밥상 메뉴 중에서 ‘참게 해신탕’만을 단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삼포밥상 개발에 참여한 최은숙 하동군 농촌진흥과 계장은 “삼포밥상은 기술전수를 받고 정해진 식기류와 재료를 써야하는 풀코스요리이다보니 모든 음식점들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다섯 군데의 식당에 삼포밥상을 들이는 것을 목표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의 새로운 맛인 삼포밥상을 먹고 싶다면 예약은 필수다. 4인 이상부터 주문 가능하니 참고할 것.

오랜 세월 하동과 주변 지역의 젖줄이 되어준 섬진강. 유구한 시간 동안 쌓이고 쌓인 섬진강의 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그 사이 따스한 봄 햇살을 받고 자라난 하동의 봄나물과 녹차, 재첩을 차례로 맛보며 자연이 허락한 봄을 마음껏 누리고 여행을 마무리한다. 

Tip 삼포밥상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섬진강포구식당
주소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2184

돌팀이 식당
주소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2576

팔도강산
주소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2292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4월호 [봄 탐구생활]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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