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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하루에 둘러보는 지구생태여행
하루에 둘러보는 지구생태여행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3.0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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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기후를 다 볼 수 있는 서천 국립생태원

[여행스케치=서천]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열대우림을 지나치면 메마른 사막을 꼿꼿이 지키는 선인장들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지중해에 온 듯한 향긋한 허브향과 올리브 나무가 우리를 유혹한다. 이곳은 어디일까? 세계 5대 기후를 문 하나만 열면 넘나들 수 있는 곳, 국립생태원이다.

봄을 맞은 국립생태원. 사진제공 / 국립생태원

문 하나로 넘나드는 지구 여행

문을 열고 들어서면 덥고 습한 공기가 훅 끼치는 열대관부터 여행을 시작해보자.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듯 큰 규모에 놀랄 것이다. 유진 국립생태원 생태해설사는 “열대관은 면적이 3,192㎡, 높이 35m의 거대한 크기”라며 “우리가 숨쉴 때마다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의 면적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립생태원의 '에코리움' 중 열대관 전경. 사진제공 / 국립생태원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은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열대관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서스의 뿌리가 딱 사람들의 머리에 닿을락말락 늘어져 있다. 사람들이 지나는 것을 알고 딱 그만큼만 뿌리를 내린 덩굴식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정말로 열대에 와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시서스 나무의 뿌리가 드리워져 있는 열대관. 사진 / 김샛별 기자

고무나무를 비롯한 열대우림의 식물들 곳곳엔 아마존 담수어들과 알다브라육지거북, 나일악어 등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열대관을 보며 자연스럽게 동물과 식물이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유기적인 관계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지역의 다양한 사막 환경을 볼 수 있는 사막관. 사진 / 김샛별 기자

이곳을 지나 문을 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막이라면 모두 건조하고 척박한 땅만 떠올리지만 우기 등 다양한 강우 패턴에 따라 식생이 나뉜다.

사막관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적도로 구분해 좌측에는 아메리카 지역의 여러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우측에는 아프리카 지역의 사막을 볼 수 있다. 사막관의 인기는 단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사막여우다. 몸에 있는 열을 방출하기 위한 커다란 귀, 뜨거운 모래 위를 걸어야 해 복슬복슬한 털로 둘러 쌓인 발에 귀엽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막관의 인기만점 사막여우. 사진 / 김샛별 기자

이배근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여기 있는 사막여우들은 불법적인 밀수로 오게 된 동물들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온 동물 보호 및 멸종위기동물의 관리, 연구, 치료를 위한 에코케어센터가 5월 중 열릴 것”이라며 “이곳을 둘러보고 동물 보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수달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수달사. 사진 / 김샛별 기자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공존을 경험하다

“그런데 동물들이 왜 이렇게 안 보여요?”는 질문에 유진 생태해설사는 “생태원은 동물을 보는 곳이 아니라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태를 확인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코리움 안은 각 기후대별로 적정한 환경을 맞춰주며, 이곳의 동식물들에게 그들이 사는 지역을 최대한 모식해서 맞춰준다.

온대관 바깥의 수달사도 마찬가지다. 두 마리가 살기엔 넓어 보이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상태와 같게 꾸며놓았다. 이를 환경풍부화라고 하는데 행동풍부화, 먹이풍부화 등 평소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생태연구가가 되어보세요

펭귄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줄지어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극지관의 하이라이트는 펭귄이다.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어 실제 펭귄들이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펭귄들에게는 관람객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수코팅을 해놓아 펭귄들이 놀라지 않도록 한 것인데 이 역시 행동풍부화의 일원이다.

펭귄들을 CCTV로 보다 자세히 보고, 관찰해볼 수 있는 모니터 랩실도 꾸며져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한편에 마련된 펭귄모니터랩에 들르는 것도 좋은 방법. 펭귄마을 방문허가서를 발급받아 들어서면 진짜 연구가가 된 듯 CCTV 화면을 보며 펭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짜 연구가가 되고 싶다면, 개미과학 기지로 출동해보자. 개미 박사님이 되어 하얀 연구복을 입고 입장하는 개미과학 기지는 모든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개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된 호주푸른배짜기개미. 사진 / 김샛별 기자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로 ‘호주푸른배짜기개미’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최초의 농사꾼이라 일컬어지는 ‘잎꾼개미’의 먹이 탐색부터 둥지까지 긴 여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

4개의 벽면을 통로로 만들어 잎꾼개미를 보다 자세히 관찰해볼 수 있게 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투명한 통 안에서 자기 몸의 10배가 넘는 나뭇잎을 물고 옮기는 잎꾼개미는, 이 잎을 먹는 게 아니라 잘게 부숴 침과 섞어 반죽을 만든 다음 버섯을 키운다. 그 키운 버섯을 먹기 때문에 잎꾼개미는 사람보다 먼저 농사를 지은 개미라고 흔히 비유한다. 수능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온 김정직씨는 “이렇게 자세하게 개미가 먹이를 운반하고, 버섯을 키우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국립 생태원의 '에코리움' 전경. 사진제공 / 국립생태원

단순한 전시 아닌 생태를 위한 모든 것

국립생태원의 크기와 다양한 전시에 놀라겠지만 국립생태원에서 에코리움 전시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30만평에 달하는 야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전시장이다.

한반도 위도에 따른 대표적인 13개 군락을 재현한 ‘한반도의 숲’은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고산지대 고유식물들을 볼 수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 땅의 자연을 만날 수 있게 꾸며두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발견되어 금구리못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연못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내륙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습지생태원과 습지체험장은 직접 습지에 들어가 습지의 동·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교육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수희 국립생태원 홍보과장은 “생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영유아부터 중·고·대학생까지 단계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에서는 심화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립생태원은 왜 생태가 필요하고, 왜 생태계가 건강해야 하는지, 동식물을 둘러싼 모든 생태에 대해 연구·교육을 위한 공간을 지향한다. 자연과 만나고,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국립생태원으로 올해 봄, 탐구생활을 떠나보자.

Info 국립생태원
관람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폐장 1시간 전 입장마감)
입장료 대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소인 3000원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국립생태원
문의 041-950-5300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4월호 [봄 탐구생활]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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