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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삼강(三江)의 물줄기 따라 눈이 호강하네
삼강(三江)의 물줄기 따라 눈이 호강하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3.0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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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거쳐 쌍절암 생태숲길까지
예천자전거클럽이 추천하는 자전거 여행길은 드넓은 지평선을 보며 낙동강을 향해 달리는 길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예천] 경상북도 서북부에 자리한 예천은 서북쪽을 감싼 산악지형과 동남쪽으로는 물이 흐르는 평야지대를 고루 갖춘 곳이다. 안동, 문경, 상주 등 익히 이름이 알려진 시들에 둘러싸여 유명세가 부족한 듯 보이지만, 예부터 물이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그 이름값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을 향해 달리면 된다.

예천읍에서 내성천을 향해
자전거길은 신예천교를 기점으로 삼는다. 신예천교는 예천역ㆍ예천터미널과 예천읍 중간에 자리 잡고 있어 예천에 도착하는 날이나 1박을 하고 난 다음날에 별다른 이동수단을 필요로 하지 않고 곧장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기 좋게 해준다. 신예천교에서는 물의 흐름과 같이 남쪽으로 출발한다.

시작지점부터 나란히 달리는 물은 한천이다. 예천읍을 휘감고 지나온 물줄기인 한천의 둑방길은 평탄하게 이어져 드넓게 펼쳐진 지평선을 감상하며 달리기 좋다. 예천자전거클럽 회원인 김봉진씨는 “봄철에는 특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둑방의 야생화들도 가지각색으로 피어나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 나들이객들은 읍과 가까운 한천체육공원에서 소풍을 즐기고, 자전거족들은 반대편 둑방을 따라 달리니 길이 겹치는 혼잡도 적어 더욱 좋다.

모든 물길은 작은 개울이 모여 천(川)을 이루고, 하나의 천은 더 큰 천으로 유입되면서 강이 되고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예천읍을 지나온 한천도 유천면 죽안저수지에서 나온 물길인 증평천을 머금은 후, 더 큰 내성천과 만나기 위해 나아간다.

개천을 따라 달리다가 가끔 마을길로 들어서며 길을 연결해야 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자전거길도 물길의 흐름과 같이 이어지면 금상첨화이겠건만, 도로 사정으로 인해 가끔씩 물길을 벗어났다가 돌아와야 하는 구간들이 있다. 김봉진씨는 “자전거길이 완전하게 완성되지 않아 보수공사 등이 진행 중인 구간이 있다”며 “예천자전거클럽에서 조금씩 끊긴 길을 연결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증평천 합류지점 바로 다음의 지류가 합쳐지는 곳에서는 마을을 따라 국도로 빠져나간 후 예천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한천 둑방으로 들어가야 하며, 내성천과 합류가 임박한 지점에서는 28번 국도를 잠시 따른 후 경진교를 건너지 않고 내성천 둑방과 합류한다.

예천읍부터 함께 달리던 한천이 내성천과 합류하며 넓은 물길과 백사장이 펼쳐진다. 사진 노규엽 기자

날아오르는 용이 몸을 뒤틀어 지나간 회룡포
내성천 풍경은 한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마주하며 좌측으로 하염없이 흘러가는 물길과 백사장, 갈대 등을 두 눈에 가득 담으며 달린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를 지나 예천을 가로지른 후 낙동강 상류로 흘러드는 물줄기로, 낙동강과 합류하기 전인 하류부에서 크게 굽이치며 회룡포를 만들어내는 하천이다.

내성천은 영주댐이 건설된 이후 수량이 줄었다고 한다. 이에 예천 사람들은 “예전에는 많은 물이 흐르는 가운데 백사장을 적당히 갖추고 있어 더 보기 좋았다”고 말한다. 외지인이 보기에는 지금의 모습도 넉넉하고 보는 맛이 있건만, 현지인들의 기억에는 못내 아쉬운 감정이 담겨있다.

내성천을 따르다 오르막 구간이 나오면 고개를 넘어 회룡포로 들어간다. 사진 노규엽 기자

내성천 풍경을 눈에 담으며 계속 나아가다 보면 느닷없이 오르막 구간이 나타난다. 3면이 물로 둘러싸인 회룡포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다. 용이 날아오르면서 크게 한 바퀴 돌아간 자리에 강물이 흘러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흐르는 회룡포는 명승 제16호로 경관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생김새가 비슷하기로 알려져 있는 영월 청령포와 다른 점은 실제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는 점. 몇 채의 민박과 오토캠핑장도 있어 ‘육지 속의 섬마을’에서 하룻밤 묵어볼 수도 있다.

정겨운 돌담을 볼 수 있는 회룡포 마을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내친 김에 낙동강 조망까지 즐기는 길
예천읍에서 회룡포까지 물길 풍경을 눈에 담는 길은 약 20km에 이르므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자전거길이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의 맛을 더 즐기고 싶다면 발품을 조금 팔아 낙동강자전거길로 연결이 가능하다.

회룡포에서 제2뿅뿅다리를 건너 사림재로 향한다. 재를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파르므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지만, 그 이후로는 내리막길이다. 사림재에서 생태탐방로(삼강주막) 방향으로 내려가 산을 빠져나가면 비룡교를 만나고, 비룡교를 건너면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곳인 삼강리에 접어든 것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몇 백m만 가면 삼강주막이 나오므로 요기가 필요한 사람은 들르기에 좋다. 반대인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낙동강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풍경을 보며 길의 끝에서 나무데크를 만난다. 약 2.5km의 쌍절암 생태숲길이다.

낙동강 맑은 물길을 조망하며 지날 수 있는 쌍절암 생태숲길. 사진 노규엽 기자

쌍절암 생태숲길은 낙동강을 낀 바위절벽 옆에 데크를 만들어 연결한 길. 이 길이 없다면 경사가 가파른 임도를 넘어야 낙동강자전거길과 연결할 수 있지만, 생태숲길 덕에 넓은 낙동강 물길을 조망하며 편하게 길을 연결할 수 있다. 단, 생태숲길은 보행자 전용으로 만들었고 군데군데 길도 좁으므로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를 내려 밀고 가기를 권한다.

생태숲길을 걷는 동안 기암괴석도 볼 수 있다. 사진은 코끼리를 닮은 바위. 사진 노규엽 기자

왼편으로 물길의 시원한 풍광과 오른편 절벽 사이사이에는 특이한 형태를 한 바위들이 있으므로 잠시 걸어가는 것이 볼거리를 늘리는 데도 탁월하다. 절벽 사이에 숨은 듯 지어진 관세암과 임진왜란 때 정절을 지키기 위해 두 여인이 뛰어내렸다는 쌍절암을 들러볼 수도 있다.

생태숲길 데크를 빠져나오면 다시 둑방을 따라 연결되는 자전거도로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예천을 넘어 안동시의 안동민속촌까지 달려갈 수 있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4월호 [slow travel - 예천군]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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