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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바람과 하늘, 그리고 별 보는 밤
바람과 하늘, 그리고 별 보는 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3.1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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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 진여울펜션
천문대 펜션을 찾으면 몸 편히, 마음 편히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강원 홍천에 있는 진여울펜션.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홍천] 수 년 전부터 별을 볼 수 있는 숙박 펜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야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천문대를 찾아가야 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내가 묵을 숙박지에 짐을 풀고 마음 편히 별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1박 여행의 기대감에 별 볼 일이 더해지니 설렘도 증가한다. 밤새도록 별을 볼 수 있는 진여울펜션을 찾았다.

스스로 ‘꾼’이 되어 문을 연 천문대
진현승 진여울펜션 대표가 펜션에 천문대를 갖추게 된 것은 그가 전원생활을 시작한 기념으로 형님이 선물해준 한 대의 천체망원경에서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원생활을 시작하며 밤하늘의 별들에 관심이 생긴 참에 천문 공부를 시작할 좋은 기폭제 역할을 한 것. 그는 인터넷 천문 동호회카페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며 별자리 공부를 했다.

진현승 진여울펜션 대표는 "개인적으로 시작한 별보기가 작은 천문대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그러던 와중에 카페에 보관하고 있던 천체망원경이 투숙객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진현승 대표는 “망원경을 빌려 별을 보겠다고 들락거리는 손님들의 모습이 좋아보였다”며 “어차피 시골이라 해가 지면 TV 앞에나 모일 뿐인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좋은 추억과 꿈 등을 가질 수 있도록 간이 천문대 역할을 자처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망원경 한 대로 시작한 천문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니 동시에 여럿이 볼 수 있는 여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망원경을 더 갖추고 건물도 새로 지어 자그마한 천문대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진여울펜션의 천문대는 규모는 작지만 돔형의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해가 지면 더욱 빛나는 천문대 ‘스카이 워쳐’
사위가 깜깜해질수록 별빛은 더 반짝인다. 계절에 따라 일몰 시간이 다르니 시각에는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하절기는 오후 9시부터, 동절기는 오후 8시부터를 기준으로 잡는다. 진여울펜션의 천문대 ‘스카이 워쳐’를 이용하는 비용은 1인당 5000원. 주중에는 무료로 운영하고 있지만, 투숙객이 많은 주말에는 정말 별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정한 비용이다. ‘5000원이라는 비용이 별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기에 딱 좋은 최소요금’이라는 것. 이처럼 스스로도 별을 좋아하는 진 대표는 천문대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려 노력한다.

이곳의 장점은 별 관측을 원하는 숙박객이 직접 망원경을 만져보며 별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사실 스카이 워쳐는 국립천문대 등에 비하면 규모와 시설이 작다. 진 대표도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천문대들처럼 산꼭대기에 있지 않아 별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환경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취미로서의 천문 관측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 말한다. 그럼에도 이곳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관측자들이 직접 망원경을 만지며 다뤄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보여주려는 별을 향해 망원경을 고정시켜놓고 눈만 대서 보게 하는 천문대들과 달리, 진 대표는 관측자가 보고 싶은 별을 고르고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이 워쳐로 올라가면 진 대표는 당일의 기상상태를 체크하여 관측이 가능한 별을 알려준다. 이어 관측자가 보고 싶은 별을 정하면 망원경 동작법과 레이저포인트를 활용해 별을 찾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 때의 진 대표는 관측자와 동등하게 별을 관찰하는 사람이 된다. 진 대표는 “별이 잘 관측되어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밤새도록 함께 별을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1년 중에도 밤을 샐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그래도 날씨가 받쳐준다면 그는 언제든 투숙객과 함께 밤을 샐 준비가 되어있다.

산 높고 골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펜션
진여울펜션은 강원도 홍천읍에서도 동쪽으로 30여 분을 더 가야 나오는 서석면소재지에서 차로 약 10분 떨어진 고양산 자락 아래 위치해있다. 별을 보기에 좋은 첩첩산중에 펜션 몇 곳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앞으로 홍천강 지류인 내촌천이 흘러 물놀이를 즐길 여건도 갖추고 있다.

이 동네에서 내촌천을 부르는 옛 지명이 바로 진여울. ‘여울이 질다(길다)’는 사투리에서 만들어진 지명을 그대로 펜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 진여울펜션의 숙박동. 사진 노규엽 기자
객실 명칭들은 커피 메뉴로 정했다. 커피향이 그윽한 펜션을 원한다는 이야기. 사진 노규엽 기자

진여울펜션은 아담한 규모의 객실 7개와 카페 트루칠로(Trucillo)로 구성되어 있다. 체크인 센터로 사용되는 카페는 진현승 대표의 철학이 담긴 장소. 펜션을 짓던 와중에 문득 오래 전에 이태리에서 맛봤던 에스프레소가 떠올라, 커피와 함께 하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카페의 모든 메뉴는 공짜. 펜션 투숙객을 비롯해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맞춰 객실 명칭도 카푸치노, 카페비엔나 등 커피 메뉴 이름으로 지었다.

2017년 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거나 별을 보는 취미를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진여울펜션을 찾아가 밤새껏 하늘의 별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시기를 잘 맞춰 진여울펜션을 찾으면 스마트폰으로 달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진현승 대표가 말하는 천문 관측 Tip
1. 달의 기울기에 따라 별 관측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음력 보름 전후로 3~4일은 별 관측이 힘드니 이 때를 피하라.

2. 별은 항상 떠있지만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기예보를 체크하여 구름 낀 날을 피하자.

3. 행성마다 보이는 시기가 다르니 행성을 관측하고 싶은 사람은 계절별 별자리를 미리 알아두면 좋다. 특히 목성과 토성은 시기가 맞아야만 관측이 가능하다.

4. 천체관측으로 무엇을 볼지 미리 정해오는 것이 좋다. 특히 딥스카이(먼 하늘)의 성단, 성운, 은하 등은 눈으로 쉽게 찾을 수 없다. 초보자에게는 밝고 큰 대상이 좋으니 그런 대상을 미리 선별해놓고 찾아보는 게 좋다.

5. 달 관측을 원한다면 보름달은 오히려 너무 밝아서 보기 어렵다. 낮과 밤이 반씩 있는 반달일 때가 볼륨감이 잘 보이고 크레이터 등도 확인할 수 있다.

6.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별자리 관측에 관한 무료 어플도 많다. 시골여행, 캠핑 등 여행을 할 때 아주 유용하며, 실시간 영상을 보고 공부하기에도 좋다.

별자리 공부를 시작하기 좋은 스마트폰 어플의 화면 예시. 사진 스마트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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