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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아주 특별한 땅, DMZ로 떠나는 여행
아주 특별한 땅, DMZ로 떠나는 여행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7.04.1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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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고성] 희뿌연한 하늘. 마스크를 하지 않고선 마음 놓고 공기를 마실 수 없는 요즘이다. 푸르른 산, 풀 냄새, 물소리, 새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DMZ(Demilitarized Zone)를 끼고 있는 강원도는 산과 들 그리고 강이 조화를 이루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는데 더없이 좋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앞두고 있어 이미 관광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일단 떠나자. 구석구석이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인제읍 합강3리와 덕산리를 잇는 리빙스턴교. 사진 / 김지혜 기자

분단의 현장, 인제&고성

DMZ 접경지역에 위치한 인제. 전방을 향해 다가가면 철조망이 보이는 자리에 다양한 생태계와 분단의 아픔이 공존한다. 비극의 역사를 품은 땅이지만, 안보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인제읍 합강3리와 덕산리를 잇는 ‘리빙스턴교’는 미군 리빙스턴 중령이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밀려 후퇴를 하다 인제읍 합강3리에 이르러 인북천을 건너지 못해 많은 희생이 컸음을 안타까워하며 리빙스턴교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 위 군인 조형물을 지나쳐 걷다 보면 과거 치열했던 전쟁 분위기 속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주변 쉼터와 인북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가 새롭게 조성되어 있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당시 인제에서 벌어졌던 전투 상황을 보려면 진부령을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연화동 안보전시관으로 가보자.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당시 끝까지 남은 무장공비와 접전을 치렀던 곳이다. 순직한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민·관·군의 정성을 모아 연화동 일대에 1998년 평화와 안보를 상징하는 전적기념공원을 조성했다.

안보전시관 외부에는 무장공비 은신 지점, 사살지점, 전적비 등을 볼 수 있으며 내부에는 작전 시 사용됐던 각종 전리품은 물론 공비 소탕 작전 당시 순직한 장병들의 유품을 전시되어 있다.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바리게이트와 검문소 등의 풍경들이 DMZ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내 도착한 고성 통일전망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매년 150만 명에 달하는 실향민과 관광객이 찾는다.

고성 통일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 김지혜 기자

해발 70m 고지의 통일전망대에 서면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지척에 보이고 맑은 날에는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등을 볼 수 있다.

통일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에 DMZ 박물관을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다. 분단의 역사를 시대 흐름 순으로 자세하게 설명돼 있고 삐라, 북한 주민 생활용품 등 안보 교육용 전시물이 시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 사진 / 김지혜 기자

자연과 하나 되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동해에는 해파랑길이 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까지를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해안도로 등 688km를 끊이지 않게 선형으로 잇는 국내 최장거리 탐방로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함께라는 의미의 ‘랑’을 합쳐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총 50개 코스 중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은 49구간이 유일하다.

김일성 가족이 즐겨 찾았다는 별장. 사진 / 김지혜 기자

눈이 탁 트이는 전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걷다 보면 화진포의 성(김일성 별장)이 나온다. 김일성과 그의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딸 김경희 등이 묵고 간 적이 있는 만큼 3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진포 해변은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한다.

별장 내부에는 2개의 전시실과 전망대가 있으며 2개의 전시실에는 한국전쟁의 관련된 자료와 북한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영화 <동주>의 촬영장으로도 알려진 왕곡마을. 사진 / 김지혜 기자

철썩, 철썩. 속이 뻥 뚫릴 듯 시원하게 치는 화진포의 파도 소리는 불과 1.5km 떨어진 이 마을에서는 들을 수 없다. 다섯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들이 마을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왕곡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산속에 있어 한국전쟁 때에도 대부분의 집은 폭격을 피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까지도 고택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총 50가구이고 기와 32동, 초가 9동이 있는 마을 안에 들어서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 빠져든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 <동주>의 촬영장으로도 알려진 왕곡마을은 휴가철에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러온 관광객들을 위해 숙박 시설도 제공하고 있다. 한옥마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음식도 즐길 수 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보는 한과 체험. 사진 / 김지혜 기자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지는 유과를 따끈하게 달궈진 조청에 담가 꺼낸 후, 튀긴 흑미, 기장, 쌀을 묻힌다. 만들자마자 바로 입에 넣으면 웬만한 과자와는 차원이 다른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몰 시각에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찾아오는 왕곡마을의 밤. 찬란한 은하수가 밤하늘을 수놓는 전통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자연의 풍치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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