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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철 입맛 돋는 매실의 향기
여름철 입맛 돋는 매실의 향기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4.2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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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동계 매실
6월이면 탐스럽게 열린 매실에서 진한 향기가 풍겨온다. 사진제공 / 순창군청

[여행스케치=순창] 녹음이 짙어지고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냉장고 속 매실 원액을 두 숟갈 정도 물에 희석해 마시면 금세 갈증이 사라진다. 상상만으로도 금세 입안에 침이 고이는 매실. 고추장, 된장 등 장류로 유명한 전북 순창에도 6월이면 어김없이 진한 향기를 풍기는 매실들이 탐스럽게 매달린다. 

“머위와 매실을 함께 쪄서 즙을 내 계란 노른자와 섞어 만든 음식을 일곱 번만 먹으면 치매에 안 걸린다는 말이 있어요.”

순창 동계면에 위치한 ‘장구목가든’을 운영하는 이정순 사장의 이야기다. 그만큼 매실은 칼슘, 인, 칼륨, 비타민, 구연산 등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영양소들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매실 장아찌는 여름철 달아났던 입맛도 되돌려 놓는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순창 동계 면사무소 앞의 매실 벽화. 사진 / 유은비 기자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한 순창 매실
매실은 오랜 세월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매실의 신 맛이 위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 소화를 돕고, 날것을 먹을 때 매실을 곁들여 먹으면 자연스럽게 살균작용도 된다. 의학 관련 옛 문헌 속에는 매실이 ‘갈증 및 가슴의 열기를 없애는 약재’, ‘소화불량 및 위장 장애 개선 식품’ 등으로 소개되었다. 또 피로를 해소시켜 거친 피부를 잠재우는 매실은 피부 미용 재로로도 인기다.

매실은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 주로 아시아 전역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실 하면 광양을 먼저 떠올리지만 요즘은 광양뿐만 아니라 하동, 순창, 순천을 비롯해 매실을 재배하는 농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이야 기후가 많이 따뜻해져서 매화나무를 전국적으로 많이 심지만 예전에는 경남지역과 호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매실이 재배되었죠. 순창 동계 매실의 시작은 1980년 이전부터에요.”

이태호 순창군청 산업계장은 산림지대였던 순창 동계마을에 특별한 소득산업이 없어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한다. 그때 순창 동계면의 박종옥씨가 마을의 기후와 지형을 고려해 매실 묘목을 심기 시작했고 이를 전파시켜 지금의 동계 매실이 탄생했다고.

순창에서 매실을 수확하는 시기는 6월 중순이다. 출하 시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오히려 매화꽃은 남녘 지방보다 2주 먼저 개화하고 열매는 15일가량 늦게 수확해 열매가 자라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한 뒤 수확하여 매실의 맛이 더 좋다고 한다. 또한 순창 동계면은 일교차가 큰 섬진강 상류 산간지대에 위치해 있어 매실의 과육이 더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것은 물론, 향도 진하다.

매실 한 알씩 손으로 수확하는 사람들. 사진제공 / 순창군청

순창에는 별도의 매실 관련 체험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매실 따기 체험과 관련하여 동계면사무소로 문의를 하면 어느 농장에서건 체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열이 많은 식품에 속하는 매실은 특성상 작은 충격에도 쉽게 멍이 들기 때문에 기계로 한꺼번에 따지 못한다. 일일이 손으로 매실을 따야하는 탓에 수확 철에는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따라서 매실 따기 체험에 30명 이상의 참여자가 있다면 순창군에서 차량 지원도 해준다. 내 손으로 직접 매실을 따보는 즐거움도 있고 농민들의 바쁜 일손도 돕는 좋은 기회다.

매실 장아찌에 고추장을 버무려 무치면 훌륭한 밥 반찬이 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순창정청매실의 매실 장아찌 보관 창고. 사진 / 유은비 기자

매실의 숙성, 오랜 기다림
순창의 매실은 직거래로 도시민들에게 판매되기도 하고, 순창청정매실영농조합법인의 ‘순창정정매실’에서 가공된 매실들을 주문을 통해 받아볼 수도 있다.

‘순창청정매실’ 공장을 찾아가보니 30톤가량의 매실 장아찌를 담가 냉동 창고에서 숙성 시키고 있다. 매실향이 풍겨오는 냉동 창고 안에 층층이 쌓여있는 박스마다 날짜가 적혀있다. 숙성시킨 지 1년쯤 된 매실 장아찌다. 이 장아찌는 곧 작은 통에 옮겨져 전국 곳곳으로 배송되어 우리의 식탁 위로 올라온다.

공장에서 분주하게 작업 중이던 아주머니는 막 포장 단계에 있는 매실 장아찌를 꺼내 보여준다. 그는 “매실 과육 자체가 너무 셔서 이렇게 가공을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6월 중순쯤에 매실을 따면 곧바로 깨끗이 씻고 씨앗을 뺀 후 설탕에 절여 저장고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다”고 설명한다.

매실 장아찌를 한입 베어 물자 과육이 제법 단단하다. 껍질 채 담가 매실의 까슬하고 쫄깃한 식감과 적절하게 신 맛이 침을 돌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장아찌 외에도 매실을 고추장 양념한 매실 장아찌 무침, 매실 원액, 건매실, 매실잼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순창청정매실에서 생산하는 매실원액과 매실 장아찌. 사진 / 유은비 기자

집에서 담그는 매실 장아찌 & 매실 원액
매실 장아찌나 매실 원액은 가정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보통 매실의 색에 따라 청매, 홍매, 황매 등으로 구분지어 부르는데 매실이 익은 정도에 따라서도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풋풋할 때 수확한 매실은 단단하고 과육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장아찌나 피클로 담그고, 나무에서 푹 익은 채 수확되는 매실은 향이 진하고 과육이 풍부해 매실 원액으로 만들기에 좋다.

매실 장아찌나 원액을 만들 때 매실과 설탕의 비율은 1 대 1이다. 원액의 경우, 매실과 설탕을 차례로 번갈아 가며 유리병에 넣어주고 숙성시키면 된다.

매실 장아찌는 씨를 제거하는 것이 관건인데, 매실을 세워서 동서남북으로 칼집을 내고 집게 사이에 끼워 눌러주면 매실이 쉽게 벌어진다. 과육과 씨를 분리한 후 설탕에 버무려 용기에 담고 남는 공간에 설탕을 부어준다. 공기가 통하지 않게 밀폐시키고 나면 완성. 이제 장아찌와 원액이 맛있게 발효가 되어 식탁에 오를 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매실 장아찌 소스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국수를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비빔국수가 탄생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김에 밥과 함께 싸 먹어도 좋은 매실 장아찌. 사진 / 유은비 기자

무궁무진한 매실의 변신
실제로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 중에 매실로 양념을 한 음식은 매우 많다. 각종 찌개나 볶음 요리에 간을 할 때, 설탕 대신 발효 식품인 매실 원액을 넣으면 당도는 줄이고 음식의 감칠맛은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창에서는 육수에 매실을 넣어 말은 상큼한 매실국수, 매실고추장 비빔국수, 매실화채, 매실김밥 등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손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에 매실을 고명으로 혹은 곁들여 먹는 방식인 것이다.

성정아 순창청정매실 실장은 “여름에 갈증 나고 입맛 없을 때 새콤한 매실을 함께 먹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라며 “아이들 소풍갈 때 김밥에 매실을 넣어 싸주면 쉽게 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애주가라면 매실주를 빼놓을 수 없다. 매실주를 담그는 방법은 기호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상처 없는 매실을 골라 그 꼭지를 이쑤시개로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후, 유리병에 과실주 전용 술과 매실을 담아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이때 매실 1kg당 술 1.8L 2병 정도 넣어주면 된다. 유리병의 입구를 랩으로 밀봉한 후 반음지에서 보관을 하는 것이다. 1년 정도 숙성을 시키면 독성이 사라지고 맛있게 즐기는 일만 남는다.  

여름철 입맛이 없어 칭얼대는 우리 아이들의 식탁 위에 싱싱한 매실 반찬을 올려주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매실음료 한잔으로 더위를 날리고 새콤달콤한 매실 장아찌가 우리 가족의 사라진 입맛을 되찾아줄 것이다.

Info 순창청정매실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강동로 453-77
홈페이지 www.allmaesil.co.kr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6월호 [제철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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