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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료칸에서 하루 즐기기
료칸에서 하루 즐기기
  • 조병례 기자
  • 승인 2017.05.0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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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후인의 풍경. 사진 / 조병례 기자

[여행스케치=일본] 완벽한 휴식을 찾아 온천 여행을 떠났다. 일본 유후인의 한 료칸에 짐을 풀고, 바위틈으로 온천수가 흐르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시간을 보냈다. ‘좋다’라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10분 거리인 오이타현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유후인은 연간 약 400만 명의 관광객이 들르며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오이타 공항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 후쿠오카에서는 기차 또는 버스로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 접근이 쉽다.

당일여행으로 유후인에 들러 온천을 즐기고 가는 이가 많을 정도다. 오이타 공항에서 내려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공항 곳곳에서부터 티켓 자동 판매기까지 한글 안내가 병행되어 있어 일어에 서툴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다.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유후인. 사진 / 조병례 기자

우리의 목적지인 유후인은 활화산인 유후다케가 분지를 이뤄 마을을 둘러싸고 있으며 일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온천수 용출량과 두 번째로 많은 원천을 기록하고 있다. 온천수는 유황을 비롯해 광물질이 함유돼 신경통이나 류마티스 등에 효과적이다. 이곳이 온천 마을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70년 이후부터였다.

너무 높거나 규모가 큰 건물은 제한하고 댐이나 리조트 개발에 반대하며 자연을 지켜온 덕분에 유후인은 지금도 일본 특유의 분위기와 자연미를 뽐내고 있다. 버스를 타고 유후인으로 향하는 내내 창밖에는 조용한 깨끗한 시골 동네가 스쳐 지나갔다. 논밭이며 숲이 신록으로 푸르렀다. 그 속에는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료칸의 수가 150여 곳에 이른다. 

료칸 료쿠유. 사진 / 조병례 기자

우아한 수국처럼 고급스러운 서비스
료칸 료쿠유는 특유의 서비스와 고급스러운 시설 등으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객실 수가 총 10개에 불과하고 객실마다 노천탕이 마련돼 있어 아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후인 역에서 택시로 10분 내외 거리에 자리해 있으며 체크인·아웃 시에는 료칸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송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시를 타고 야트막한 언덕길을 올라 료쿠유 입구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스텝의 안내를 받아 로비를 지나 휴식처로 들어갔다. 통유리창을 넘어 유후다케와 마을이 내려다 보여 감탄이 나왔다. 마을 곳곳에서는 온천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신선한 녹차 향이 나는 따뜻한 웰컴티를 마시며 잠시 밖을 감상하는 사이 체크인을 마쳤다. 료쿠유에는 한국인 스텝이 상주하므로 더욱 편안허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스텝이 시종일관 친절한 태도로 레스토랑과 객실을 안내하며 이용 방법을 설명했고, 일본의 전통 평상복인 유카타를 가져다줬다. 료쿠유에는 정해진 드레스코드가 없으므로 레스토랑으로 식사를 하러 이동할 때에도 유카타를 입어도 된다.

우리가 묵을 객실의 이름은 ‘카쿠아지사이(がくあじさい)’. 수국의 일본 이름이다. 료쿠유의 중앙에 위치한 객실로 두세 명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규모의 노천탕과 작은 정원, 유리창 너머 정원이 내다보이는 샤워실, 트윈 베드, 다다미방으로 이뤄져 있다. 필요한 경우 다다미방에 침구를 깔고 잠자리를 마련해준다. 난방이 깔려 있어 온돌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겨울에도 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기와 찻잎, 커피 등이 준비돼 있고 냉장고에는 물 뿐 아니라 유후인 로컬 맥주와 음료가 구비돼 있다. 객실 내 모든 음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시설 안내를 받은 뒤 요금에 포함된 석식과 조식 먹을 시간을 정한다. 객실에서 먹을지, 레스토랑에서 먹을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짐을 풀고 유카타로 갈아입은 뒤 료쿠유 산책에 나섰다. 각 객실을 가르는 골목길을 따라 일본의 정원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산책로를 걸었다. 작은 인공폭포에 눈이 시원했고 따뜻한 햇볕과 봄바람도 느껴졌다. 다른 손님과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어 한적하며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
약속한 식사 시간에 맞춰 로비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스텝이 자리를 안내했다. 계절에 따라 로컬 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요리를 제공한다. 오이타 명물인 소고기 분고규와 싱싱한 회 등을 맛볼 수 있었으며 새로운 요리가 나올 때마다 스텝이 소개를 덧붙였다. 식사를 마칠 때쯤에는 스텝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와 기념사진을 찍어 인화해줘 특별한 시간을 기록할 수 있었다.

휴식처로 이동하면 어둠이 깔린 유후인을 내려다보며 디저트를 맛보고 준비된 사케도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을 나와 다시 한 번 산책로를 거닐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짧은 여행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이 순간으로 다시 한 번 각인됐다.

객실로 돌아와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 파릇한 이끼로 뒤덮인 바위와 그 사이를 흐르는 뜨거운 온천수, 머리 위 차가운 공기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모두 잊고 지금의 기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따뜻하게 몸을 데운 후 폭신한 침구에 들어가 꿀처럼 달콤한 잠을 잤다.

이튿날 프레시 주스로 시작된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직접 만든 따뜻한 두부, 야채 절임 등이 입맛을 돋게 했다. 다시 한 번 노천탕을 즐긴 뒤 객실 열쇠를 반납하는 것으로 체크아웃과 료쿠유에서의 시간이 끝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상냥함을 잃지 않는 스텝의 모습에 떠나는 아쉬움이 더욱 진해졌다. 료쿠유가 제공하는 극진한 서비스는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유후인 즐기는 법
유후인의 볼거리는 아기자기함에 있다. 더불어 청정한 자연환경도 마음의 힐링을 돕는다. 유후인역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메인 거리를 따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양 옆으로 잡화점이나 공방이 끝없이 늘어져 있으며 유후인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곳으로 꼽히는 롤케이크집 'B-speak'나 치즈케이크 가게 '미르히'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걷다보면 유후인의 상징인 호수 '긴린코'가 나타난다. 호수에 온천수가 더해져 아침이면 짙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절경을 뽐낸다. 호수 주변에도 샤갈 미술관을 비롯한 갤러리와 과거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민예촌이 있으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6월호 [해외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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