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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국적인 평택 국제중앙시장으로!
이국적인 평택 국제중앙시장으로!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4.1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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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국제중앙시장의 풍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평택] 해외여행에서 시장을 가는 이유는 현지인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사는지 우리와는 다른 풍경들을 보는 재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택국제중앙시장은 우리를 이방인으로 만들어준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생겨난 시장이기 때문이다.

기찻길 따라 시장까지 뚜벅뚜벅
평택국제중앙시장이라는 이름의 ‘평택’이라는 말만 듣고 평택역에서 내렸다간 시장까지 30분도 넘게 버스를 타고 먼 걸음을 해야 한다. 1995년 평택군과 송탄시가 평택시로 통합되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송탄’이라 부른다.

평택국제중앙시장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은 송탄역.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간다면, 1호선을 타고 가는 것보다 평택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 지하철로 송탄역으로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다.

평택역에서 평택 국제중앙시장까지 선로를 따라 걸으면 벽화를 구경하며 도착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송탄역에서 내리자마자 노면으로 깔린 선로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 이 선로는 미군 부대로 물자를 수송했던 용도로 아직도 인적이 드문 시간에는 종종 사용된다. 이 선로를 따라 걸으면 짧고 좁은 골목길 하나가 나온다. 벽화가 그려진 기찻길이다.

바닥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고 벽에는 각 나라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눈에 띈다. 자유의 여신상과 하회탈이 나란히 그려진 벽화를 보며 걷고 있으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굴에 빠져 ‘원더랜드’에 들어가듯, 우리나라 속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진다.

Info 평택 국제중앙시장
주소 경기 평택시 중앙시장로25번길 11-4

군복과 큰옷을 전무능로 파는 가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진짜 큰 싸이즈 있읍니다”
시장이라고 해서 전통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시장이란 자연스럽게 상권이 발달하면서 생겨나는 것인만큼 누가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격도 달라진다.

평택국제중앙시장은 한국전쟁 때부터 주둔했던 미군 부대 앞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상권 형성이 미군과 그 가족들을 타깃으로 생겨난 곳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도 기존 전통시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평택 국제시장은 자주 ‘경기도의 이태원’으로 불리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최근의 이태원이 ‘핫플레이스’ 관광지의 대명사라면, 평택은 여전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투박한 맛이 남아있다.

주한 미군과 그 가족들이 주요 고객인 만큼, 시장 벽 곳곳에는 ‘Korean Tutor(한국어 선생님)’ 교습을 한다는 전단이 붙어 있고, ‘진짜 큰 싸이즈’가 있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군복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다.

영어로 표기된 간판이 주요 손님을 짐작케 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평택국제중앙시장 골목골목에 자신의 이름을 건 테일러(재단사) 상점들엔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고집이 엿보인다.

‘큰옷마춤’이라는 80년대 맞춤법으로 새겨진 입간판과 통유리에 크게 적힌 ‘CUSTOM’. 디자인은 유행이 지나 촌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그 촌스러움의 ‘클래식’한 매력이 느껴지는 건 돌고 도는 유행 때문일까?

군부대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버로크, 군번줄, 뱃지 등의 이름을 새겨주는 가게들도 있다. 하나하나 다른 모양을 구경하고 있으면 꽤 재밌다. 기념 삼아 자신의 이름을 새겨보는 것도 추억을 남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다른 전통시장과 달리 고가구, 유화갤러리, 도자기 공방 등도 많다. 특히 고가구들은 주말이면 경매가 열릴 정도로 성황이다. 구매한 이들이 직접 사용할 목적보다는 미국에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3대 버거와 당면떡볶이

평택 국제시장의 명물 송쓰버거. 사진 / 김샛별 기자

평택국제중앙시장에는 ‘국제시장’답게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든 페루, 터키, 멕시코, 인도, 필리핀, 브라질,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의 낯선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이 많아 메뉴 구경만으로도 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국적인 음식만큼이나 평택국제중앙시장에 왔으면 안 먹어볼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햄버거다. ‘송쓰버거’, ‘미쓰리버거’, ‘미쓰진버거’을 합쳐 부르는 ‘3대 버거’를 맛보지 않으면 아쉽다.

일반적으로 미국식 햄버거에 양상추와 양파가 들어가는 것과 달리 양배추가 들어가며 계란이 들어간 것이 평택국제중앙시장 햄버거들의 특징이다. 다 똑같은 햄버거냐고? 그렇다면 유명해졌을 리가 없다. 그 중에서도 KBS2 <6시 내고향>의 ‘최고를 찾아라’ 코너에서 1등을 한 ‘송쓰버거’는 평택국제중앙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명물이다.

송두학 송쓰버거 대표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연탄불을 이용해 손으로 굽고, 초벌을 한 뒤 전분이랑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계란 후라이로 해서 옛날 부침개처럼 패티를 만든 토종 햄버거”라며 “불맛이 살아 있는 패티와 느끼함을 잡아주는 청양고추를 이용한 소스로 미국인들이 반한 한국식 햄버거가 거꾸로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떡볶이에 당면이 들어간 당면떡볶이는 꼭 먹어봐야 하는 별미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여기에 최근 꼭 먹어야 할 음식에 추가된 게 당면떡볶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와 더 유명해진 당면떡볶이는 말 그대로 떡볶이에 당면을 넣은 것. 꼭 TV에 나오지 않은 집이라도 평택의 분식집들에 모두 있는 메뉴다.

누가 당면을 먼저 넣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라면이나 우동사리와는 또다른 쫀득한 매력이 있다. 매콤한 떡볶이 양념을 속까지 머금은 당면이 찰지게 입안에 감긴다. 공기밥을 달라고 하면 공짜로 주니 걸쭉한 떡볶이 양념에 비벼서도 맛보자.

Info 송쓰버거
메뉴 순한맛·보통맛·매운맛 중 택1 4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30분
주소 경기 평택시 중앙시장로25번길 12-1

Info 태화분식
메뉴 당면떡볶이 4000원, 김밥 2000원
주소 경기 평택시 중앙시장로 23

'혜원이네 파스타'의 시그니처 파스타로 매콤한 오일맛이 특징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청년 상인들의 숟가락이 더해지다
평택 국제중앙시장이라고 이국적인 가게들과 오래된 상점들만 있는 건 아니다. 요즘 평택국제중앙시장에는 청년 사업가들이 속속들이 문을 열어 새바람을 몰고 오는 중이다.

시장 골목에 언뜻 쌩뚱맞게 보이는 파스타집 ‘혜원이네 파스타’는 꼭꼭 숨어 있는 작은 맛집으로 혼자 알기 아까울 정도다. 면의 삶기부터 맵기까지 꼼꼼하게 손님의 취향을 물은 뒤 그에 맞춰 척하고 요리를 내어준다. 그야말로 ‘해달라는 대로 해준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직접 만든 소스로 모든 메뉴를 만들기 때문이다. 최혜원 대표는 음식솜씨만큼이나 노래실력도 좋다. 락밴드 ‘맨정신’의 보컬이기도 한 그는 주말야시장인 ‘헬로나이트마켓’에서 무대에 오를 정도로 실력파다.

시장에서 장을 봐 레시피를 배울 수 있는 서혜정요리연구소. 사진 / 김샛별 기자
패브릭 소품 만들기 톨페인팅(포크아트)를 배울 수 있는 '홈메이드 패브릭 공방'. 사진 / 김샛별 기자

‘서혜정요리연구소’는 시장에서 직접 산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곳. 이곳 역시 정해진 수업보다는 직접 배우고 싶은 요리를 선택해 물어보는 맞춤형 강의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캔들과 디퓨저, 석고방향제 등을 천연재료로 직접 만들어 팔고, 체험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I;테르(아이테르)’와 패브릭을 이용해 에이프런 등을 만들고 살 수 있는 ‘홈메이드 패브릭 공방’도 있어 단순히 시장구경이 아닌 체험거리가 무궁무진해 시장‘놀이’를 할 수 있다.

또한 매주 금·토요일 밤에는 ‘헬로나이트마켓’이라는 이름의 야시장이 열리니 낮부터 밤까지 평택 국제중앙시장에서 ‘제대로’ ‘낯설게’ 한번 놀아보자.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5월호 ['맛'시장 '멋'골목]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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