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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중남미문화원으로 떠나는 여행
중남미문화원으로 떠나는 여행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5.26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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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만에 접하는 지구반대편의 문화
중남미문화원의 종교전시관. 사진 / 김샛별 기자
중남미문화원 입구의 커다란 돈키호테 동상이 눈길을 잡아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고양] 비행시간만 해도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구 반대편 여행지 중남미. 먼 거리만큼 호기심도 커지기 마련. 아시아나 유럽, 미주 지역에 비해 문화마저도 낯선 중남미로의 여행을 멀지 않게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이다.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 고즈넉한 고양향교 옆에 자리한 중남미문화원은 입구에 있는 커다란 돈키호테 조각상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국적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로 지어진 중남미문화원은 여전히 우리에겐 가장 낯선 여행지 중 하나인 중남미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곳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청춘>을 통해 중남미가 잘 알려졌으나 그렇다고 해서 쉽게 여행을 떠나기엔 중남미는 너무 멀기만 하다. 게다가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문화에 친숙한 우리에게 중남미 문화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잉카, 마추픽추…. 그저 이름으로만 들어본 지구 반대편의 문화가 알차게 압축되어 있는 중남미문화원으로 하루짜리 여행을 떠나본다.

박물관 로비의 스페인식 분수대. 사진 / 김샛별 기자
미술관에서는 중남미 인디오들의 의상 및 편직물 컬렉션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50여 년의 수집품이 한자리에
오래된 유물부터 나무와 동물 뼈 등으로 제작된 독특한 3백여 점의 가면에 이르기까지 중남미 문화원의 컬렉션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어림짐작으로도 오래되어 보이는 토기들이다.

기원전후의 토기들은 모두 귀한 진품들이다. 다산을 상징하는 배가 통통한 토기부터 인간의 얼굴을 한 재규어, 인신공양을 해온 것을 알 수 있는 손발이 묶인 인질 등을 볼 수 있다.

메따떼(METATE)라 하여 우리나라의 다듬잇돌처럼 생긴 것도 볼 수 있다. 이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은 중남미, 특히 코스타리카, 과나까스때 지방에서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을 빻는데 사용했던 것이다. 아즈텍 건국 신화가 새겨진 석벽도 있다. 선인장 위 뱀을 쪼는 독수리가 있는 곳에 수도를 세우라는 전설을 그대로 구현해낸 것이다.

이것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거나 기증을 받은 것이 아니라 모두 이복형 중남미문화원 원장이 중남미 지역의 외교관으로 주재하며 하나둘씩 모아온 것들이다. 그는 “골동품 수집이 우리 부부의 취미였다”며 “문화에 있는 소장품들 90% 이상이 직접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외정원의 조각 작품들. 사진 / 김샛별 기자

중남미 미술과 조각
중남미문화원이 고루한 박물관일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거대한 정원에는 각종 조각들과 길이 23m, 높이 5m의 도자 벽화 등이 있어 날씨 좋은 날 산책하며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야외정원에는 중남미 14개국의 조각 작품들이 싱그러운 자연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낸다.

산책하는 발걸음을 잠시 멈춰 종교전시관에 들러보자. 종교와 상관없이 성당이 주는 특유의 성스럽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기 좋다. 명상과 휴식을 통해 둘러본 것들을 정리해볼 수도 있다.

박물관 건너편의 미술관에는 중남미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꽃, 여인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지하에는 중남미 인디오들의 의상, 편직물 등이 있는데 놓쳐서는 안 될 컬렉션 중 하나다.

중남미 문화의 독창성은 토기와 석기, 건축물 외에도 뛰어난 미술적 가치를 지닌 직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야생섬유와 동물들의 털을 가공해 만든 형형색색의 색상과 패턴의 직물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간단히 먹기 좋은 께사디야와 알람브레. 사진 / 김샛별 기자

스페인 음식도 함께 즐기다
중남미 문화는 이전에 살던 원주민들의 문화를 없애고 대부분 유럽의 문화를 모식된 상태다. 그래서 중남미 문화는 크게 콜롬비아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뉠 정도다. 문화에 ‘식(食)’문화가 빠질 수 없다.

중남미 문화원에서는 두 개의 식당이 있다. 한 곳은 ‘빠에야’로 대표적인 스페인 음식인 빠에야와 스테이크 등을 코스로 먹을 수 있으며 다른 한 곳은 멕시코 전통 요리와 음료를 판매하는 ‘따꼬 하우스’가 있다.

따꼬하우스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먹을거리에 속하는 ‘께싸디야(Quesadilla)’와 ‘알람브레(Alambre)’를 맛볼 수 있다. 께사디야는 밀가루 전병 속에 치즈와 양념 된 돼지고기를 넣은 것으로 매콤한 양념을 부드럽게 감싸는 치즈의 조화가 짭짤하게 입맛을 돋운다.

알람브레는 밀가루 전병 속에 철판에 볶은 쇠고기와 야채가 들어가 있어 국물 없이 후추 간을 해 볶은 우리나라의 불고기를 전병에 싸먹는 맛과 유사하다.

중남미의 의식주 문화를 눈으로, 입으로 다양하게 엿볼 수 있는 곳으로 한나절 훌쩍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Info 중남미문화원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까지)
관람료 성인 5500원, 청소년 4500원, 12세 이하 3500원
주소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285번길 33-15
문의 031-962-7171 www.latina.or.kr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6월호 [도심 속 세계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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