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계곡 따라 걷는 백두대간트레일
계곡 따라 걷는 백두대간트레일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6.01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동약수에서 명지가리약수까지
방태산 자락의 숲길을 겉는 백두대간트레일6구간.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여행스케치=인제] 강원도 인제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은 험한 산길이 아닌 일반인 누구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한 나무숲이 우거지고 발걸음이 향하는 길 내내 옆으로 아침가리계곡이 흐르는 낭만적인 트레킹 코스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자연 속을 걸으며 묶은 피로를 날려 보내자.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은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하루 100명씩 예약탐방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은 한 번 발을 들인 순간 휴대폰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산골짜기이다. 불편함이 따를 수도 있지만 매일 같이 손에 쥐고 있던 전자기기들로부터 해방되어 진짜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방동약수터 전경. 사진 / 유은비 기자
톡 쏘는 맛의 약수 한 바가지. 사진 / 유은비 기자

자연이 내린 탄산수, 방동약수
트레킹이 시작되는 지점은 방동약수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목을 축이고 가기에 좋다. 약수터로 향하는 길, 약수사라는 사찰에서 목탁소리와 불경을 외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고 그 앞에 흐르는 개울물을 건너가면 재미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가리는 묻지도 마시고 그길로 올라가세요. 걸어서 2시간 쭉 올라가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약수터에 와서 아침가리계곡을 찾았을지, 계속되는 질문에 간판으로 응대하는 식당 주인분의 센스가 돋보인다.

보통 산에서 ‘약수’라 칭하며 마시는 물과 이곳의 방동약수가 비슷한 맛이 날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한 국자 크게 퍼올린 약수를 입 안에 넣자 톡 쏘는 강렬한 맛이 혓바닥을 얼얼하게 한다.

겉보기에는 일반 생수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안에 함유된 다량의 미네랄과 철 성분이 약수의 독특한 맛을 만들고, 이렇게 자연이 만들어 낸 탄산수가 한 여름의 청량감을 선사한다.

300년의 역사를 지닌 방동약수는 어떤 심마니가 산삼을 캐다 그 자리에서 물이 치솟으며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삼이 자라고, 나무껍질이 약재로도 쓰이는 엄나무가 뿌리 내리는 곳에 약수가 흐르니 건강에 좋은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셈이다.

백두대간트레일(인제) 방동안내센터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방동안내센터에서부터 본격적인 숲길 트레킹이 시작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숲길이 열린다, 방동안내센터
방동약수에서 방동안내센터까지 오르는 길은 6구간 트레일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약 1.5km가량 구불구불한 경사로가 안내센터까지 이어지는데 이 센터가 정상이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안내센터까지 오를 수 있지만 트레킹의 매력을 몸소 느끼고자 한다면 가장 힘이 드는 이 구간을 넘어서기를 추천한다. 안내센터부터는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이 열리기 때문에 흘렸던 땀방울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방동안내센터에 이르러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나면 안내소 직원에게 간단한 안전수칙과 백두대간트레일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백두대간트레일은 백두대간의 주 능선이 아니라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숲길, 강변 따라 걷는 오솔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재철 백두대간트레일/약수 숲길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그는 아침가리계곡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아침가리의 ‘가리’는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계곡부의 자투리땅을 이르는 말이라고도 하고, 아침 조(朝)에 밭갈 경(耕)자를 써서 한나절에 갈 농토밖에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도 하는 등 설이 매우 많습니다.”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의 매력은 아침가리계곡을 끼고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계곡은 20km정도 되는 아주 긴 계곡으로 1급수에서 살아가는 열목어를 비롯한 다양한 식생들이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을 자랑한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 숲길을 걷노라면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에서 음이온이 발생되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햇빛까지 가려주니 여름 피서지로도 금상첨화다.

Tip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은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이 달라서 한번 숲길을 걷기 시작하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거나 중간 지점에서 왔던 길로 돌아 나와야 한다.

단체 버스나 개인 승용차를 가지고 온 경우, 반대편 홍천안내센터에서 기다리거나, 방동안내센터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계곡트레킹과 숲길 트레킹으로 나뉘는 분기점인 조경동교의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나무 숲 사이에 드리워진 폐교된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 건물. 현재는 사유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사진 / 유은비 기자

폐교에서부터 조경동교까지
숲 속에서 만나는 삶의 이야기

나무숲을 지나면 좌측에 약초나 버섯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많을 때는 가끔 막걸리를 파는 매점이 되기도 한다. 그 앞에 큰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조경동교라 불리는 이 다리를 건너면 숲속 트레킹이 계속되고, 반대로 계곡가로 빠지는 길로 돌아가면 물속을 걷는 계곡 트레킹 길이다.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트레킹을 하기 위해 조경동교를 건넜다. 다리를 지나 한참 숲길을 걷다보니 나무숲에 둘러싸인 판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 건물로 1967년에 설립되어 2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85년에 폐교된 곳이다.

그곳에서 졸업생 중 한명인 이순남씨를 만났다. 그는 “52년만에 모교를 찾아왔다”며 “겨울에 학부형들이 해다 준 나무로 교실에서 난로를 피우며 공부했던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강원도에는 예전부터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는데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나면서 하나 둘 이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사 준비를 하는 한 집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어버린 것이다.

“옥수수가 익어가던 때였어. 산에서 옥수수를 구워먹는 연기가 발견돼서 올라가니까 군인들이 있잖아. 그땐 민간인들도 많이 죽었지...”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이순남씨의 가족들은 옛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과거 아이들이 뛰놀던 동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무성한 나무들과 학교가 있었다는 표지석 하나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폐교를 지나자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떠다니는 파란 하늘 아래로 걷기 좋은 숲길이 펼쳐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작나무 숲이 나타난다. 옛 연필공장이 있던 곳에 심어진 러시아 종의 자작나무들로 그 하얀 껍질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자작나무 숲 맞은편에는 일본산 잎갈나무가 전봇대 마냥 우뚝 솟아 있다. 잎갈나무는 가을이면 잎이 노랗게 물이 들면서 모두 떨어져 나가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는 숲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생존의 방식을 터득하고 있는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웅덩이에 수많은 고추개구리 알들이 보인다. 뱃가죽이 붉은 고추개구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쉽게 볼 수 없는 도롱뇽 알도 마주친다.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은 야생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보고다.

아침가리계곡물이 흐르는 풍경. 사진 / 유은비 기자
숲길 중간 중간 계곡을 건너가야하는 곳이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바위의 구멍에서 약수가 솟아 나오는 명지가리약수. 사진제공 / 백두대간트레일(인제) 안내센터

선택의 기로, 명지가리 약수
숲길을 걷다가도 고개만 돌리면 금방 계곡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조용한 자연 속 힐링 시간을 가져보자.

아침가리계곡물은 상당히 온도가 낮아서 발을 담그고 놀더라도 금방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물장구를 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래간만의 여유가 느껴진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숲길을 걷다보면 작은 나무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 쉼터도 나오고, 쉼터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큰 웅덩이도 만나게 된다. 나무 두 그루가 땅에 눕혀져 있어 웅덩이로 향하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작은 폭포가 쏟아지고 커다란 바위 아래로 물이 가득 차 있다. 이곳은 숲 속 비밀스런 수영장 같은 느낌을 주지만 안타깝게도 수영과 다이빙은 금지다.

숲길은 계속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약 3~4km정도 더 걸으면 명지가리약수에 도착한다. 명지가리약수는 방동약수와 비슷하게 톡 쏘는 탄산수의 맛을 지니고 있는데 그 맛이 훨씬 더 진하다.

또한 개울가 바닥 바위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이기에 비가 온 뒤 수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약수 구멍에 물이 잠겨 마실 수가 없다. 날을 잘 잡아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약수인 셈이다.

가족들과 가볍게 산책하고 돌아가고 싶다면 명지가리약수 지점에서 왔던 길로 돌아 나가도 좋다. 혹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니 심심하다면 홍천으로 넘어가는 길을 택해 약 7.3km를 더 걸어 홍천안내센터와 월둔교로 향하면 된다.

Tip
백두대간트레일 여섯 개의 구간 중 6구간만이 예약탐방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5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탐방 가능하다. 숲길은 하나로 나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하지만 통신이 끊기기 때문에 홀로 트레킹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물론 방동안내센터와 6구간이 끝나는 지점인 홍천안내센터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예약자를 파악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트레킹을 즐기자.

Info 백두대간트레일 안내센터(인제)
주소 강원 인제군 기린면 내린천로 4096-3
문의 033-461-4453 www.baekdutrail.or.kr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7월호 [여름 휴가 특집]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