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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바람 부는 산책로와 바다 절경에 풍덩~
바람 부는 산책로와 바다 절경에 풍덩~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8.10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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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랍드리 산소길+이사부사자공원
삼척시내를 가로질러 동해로 나아가는 오십천 줄기. 오랍드리 산소길 중 강변길의 풍경을 담당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삼척] 해안누리길, 해파랑길 등 삼척에도 걷기 좋기로 소문난 길이 많지만, 이름부터 궁금증이 일어나는 오랍드리 산소길이 특히 눈길을 끈다. 삼척시민들의 젖줄 같은 산책로를 걷고 동해시와 접경에 있는 이사부사자공원까지 걸으면 꽤나 만족스러운 걷기 코스가 완성된다.

오랍드리. 어색하면서도 어쩐지 입에 착착 감기는 발음에서 정감이 느껴지는 이 단어는 ‘집 주변’을 뜻하는 삼척 방언이다. 제주 올레길처럼 집주변의 마을길을 연결해 걷기 코스로 만들어낸 오랍드리 산소길은 마실을 나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여 알려지지 않은 삼척의 매력을 맛보는 길이다.

시내와 가까운 죽서루에서 출발하기 좋아
오랍드리 산소길(이하 ‘오랍드리 길’)은 1코스 봉수대길부터 봉황산길, 강변길, 삿갓봉길, 해변길까지 총 5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합쳐 약 20km에 이르는 오랍드리 길은 삼척시내 주변을 환 형태로 한 바퀴 돌도록 연결되어 있는데, 강변길 중간지점부터 시작해 역방향으로 길을 이으면 접근성도 좋고 삼척의 명소를 몇 추가할 수 있는 코스가 만들어진다.

걷기에 앞서 삼척중앙시장과 가까운 죽서루를 둘러보길 추천한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보물 제213호로도 지정되어 있는 죽서루는 조선시대 누각으로, 옛 선비들이 삼척을 가로질러 동해로 나아가는 오십천 물줄기를 내려다보던 곳. 현재는 나무들이 무성해 오십천 풍경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로 이용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죽서루. 오십천 줄기를 내려보던 풍경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죽서루 건너편에는 삼척시립박물관과 삼척세계동굴엑스포타운(동굴신비관) 등의 관광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두루 둘러보며 삼척의 역사화 석회동굴 지역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본격적인 걷기는 동굴신비관 맞은편 삼척문화예술회관 뒤에서 해파랑길 이정표(파란색)를 찾아 나무데크로 올라서면 오랍드리 길 3코스 강변길을 만난다.

강변길은 말 그대로 오십천 흐름과 나란히 걷게 되는 기분 좋은 길. 잠시 데크를 따라 절벽 지점만 넘어서면 평탄한 천변길이 시원하게 이어진다. 삼척교까지 이어지는 천변길은 약 2km에 불과하지만, 오십천이 삼척의 젖줄 같은 하천임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 한편, 삼척여고 앞 오십천교에 이르면 공사로 길이 잠시 끊기는데, 도로를 건너 다시 천변길로 이어가면 된다.

Info 죽서루
관동팔경 중 하나로 정면 7칸, 측면 2칸의 크기에 팔작지붕을 얹은 누각이다. 1963년 보물 제213호로 지정.
주소 강원 삼척시 성내동 9-3

삼척의 인기 산책로인 산 두 개를 넘어
삼척교에 도착하면 다리를 건너 장미공원으로 넘어간다. 이름대로 다양한 색의 장미들을 심어놓은 천변공원으로, 자전거ㆍ인라인 대여 등을 하고 있어 레저 및 휴식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오랍드리 길은 장미공원을 거닐지 않고 도로로 올라가서 봉황산길로 이어진다.

장미공원 입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동원1차파크’ 아파트가 보이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봉황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숲으로 걸음을 이으면 콘크리트 길이 걷기꾼을 정상까지 안내한다. 20분 정도면 정상에 이르는데, 실직정이라는 2층 정자가 지어져 있다. 이곳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쉬며 멀리 삼척항과 앞바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삼척교 아래 있는 장미공원. 자전거, 인라인 등을 대여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봉황산 정상 실직정에서 바라본 삼척항 전경.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 시민들이 산책을 많이 나온다. 사진 노규엽 기자

봉황산은 주민들의 마실길인 만큼 길이 여러 갈래지만, 가장 굵직한 콘크리트 산책로를 따르기만 하면 맞은편 봉황산 출입구로 내려서게 된다. 다음으로 이을 길은 오랍드리 길 1코스 봉수대길. 봉황산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걸어 육교를 건너면 ‘참좋은교회’ 옆에서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좁은 골목으로 시작된 오르막길이 텃밭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를 누비고 올라서면 콘크리트로 정비된 넓은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이곳부터는 능선을 따라 봉수대 산책을 즐기면 된다. 봉황산에 비하면 경사는 완만하지만 길이는 긴 편. 삼척온천 인근을 제외하고는 거의 갈림길이 없으니, 능선을 따라 삼척시종합운동장까지 가면 된다.

삼척 북부해변 걷고 동해시 접경에서 마무리
삼척시종합운동장은 해변길을 시작하는 장소다. 삼척체육관을 끼고 돌아 주차장 사이를 지나면 1층에 식당이 보이는 반석주택 건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언덕을 넘어가면 삼척해수욕장으로 길이 이어진다.

삼척해수욕장은 7월에 삼척비치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던 곳. 삼척의 명물 먹거리 곰칫국을 파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어 식사를 해결하기도 좋다. 백사장 풍경을 눈에 담으며 향해야 하는 방향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건물이 있는 쪽. 건물 형태며 햐얗고 파란 빛깔이 산토리니를 똑 닮았다는 대명쏠비치호텔이다.

해변길 코스에서 지나는 두 해변 중 하나인 삼척해변. 넓은 백사장이 인상 깊은 곳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증산해변으로 내려서기 전 만나는 해가사의 터. 수로부인 설화가 얽혀있는 장소다. 사진 노규엽 기자

백사장 끝에서 삼척해변역 방향으로 빠져나와 쏠비치호텔 쪽으로 언덕을 오른다. 해수욕장에서 올려다 본 모습에 언덕을 오르면 좀 더 그리스적인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되었지만, 막상 마주치는 것은 주차장뿐임이 아쉽다. 쏠비치호텔을 통과해 언덕으로 내려서면 증산해변으로 이어진다. 증산해변으로 내려서기 바로 전, 쉼터로 이용할 수 있는 정자가 나타나니 ‘해가사의 터’로 추정되는 임해정이다. 이곳은 해룡에게 잡혀간 수로부인을 구하고자 하인과 삼척사람들이 ‘해가’를 불렀다고 전해진 곳으로, 남쪽 임원항의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함께 삼척의 설화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장소다.

증산해변은 삼척의 북쪽 끝자락 해변이면서 동해시의 추암해변을 볼 수 있는 곳. 특히 추암해수욕장 앞의 유명한 촛대바위도 멀리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증산해변 끝에는 동해시와 경계를 짓고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이 있다.

이사부사자공원의 사자목상. 이사부 장군의 설화에 기대어 현대식으로 만든 사자상들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이사부사자공원은 삼척과 관련된 신라장군 이사부의 설화가 얽혀있는 곳. 이사부 장군이 옛 삼척(실직주)의 군주로 있을 때, 우산국(울릉도와 독도) 정복을 위해 출정한 장소가 바로 오십천 하구였다고 한다. 그는 나무로 만든 사자상들을 배에 잔뜩 싣고 가 우산국 왕을 위협했으며, 항복을 받아내어 우산국을 한반도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를 기리기 위해 이사부사자공원이 조성되었으며, 공원으로 오르는 입구부터 현대식으로 해석된 다양한 사자상들이 재미와 함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이사부사자공원을 끝으로 삼척에서의 걷기는 마무리된다. 증산해변에는 버스가 자주 없으니 미리 시간을 알아두는 것이 좋으며, 동해시 경계를 넘어 계속 걷는 일도 가능하다.

Info 이사부사자공원
이사부 장군의 정신을 이어받은 가족형 테마공원으로 사계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주소 강원 삼척시 수로부인길 333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9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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