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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조선의 선비가 되어보는 향교여행
조선의 선비가 되어보는 향교여행
  • 양소희 여행작가
  • 승인 2017.09.0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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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위에 관광의 꽃을 피우다
향교여행 ① - 청주향교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청주향교 전경.

[여행스케치=청주] 500여 년 전의 조선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향교는 전국에서 지역의 교육, 문화, 정치를 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전국의 향교는 교육적 기능을 잃게 되면서 오랜 동안 인적이 없는 시간만을 쌓아 둔 채 한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향교와 서원들은 정적을 깨고 전통문화 위에 관광의 꽃을 피우려고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청주향교는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 받으며 향교 여행프로그램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옥빛 적삼을 입은 아이들이 손님맞이의 기본예절을 배우는 다도시간.

역사와 전통이 빚어내는 맑은 정신, 고요한 마음

향교에 도착하면 환영의 입소식에 이어 방 배정을 받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옥빛 적삼으로 갈아입는다. 유복을 입은 아이들은 선비가 되어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며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져 보는 시간으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유복을 입었을 때는 정말 불편하였지만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의젓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유복체험에 참여한 이후 자신의 변화에 신기해했다. 이어지는 다례시간에는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주인과 손님이 되어 본다. 소꿉놀이하듯 즐거운 다례시간은 손님맞이의 기본예절을 배우는 시간이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순서는 우리나라 전통 전래놀이 시간으로 비석치기, 쌍윷놀이, 화가투놀이, 꼬리잡기 등이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즐거운 놀이로 추억에 젖는 여행이 된다. 컴퓨터 게임에만 익숙했던 아이들은 전래놀이 전문가와 함께 놀이의 규칙을 이해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마냥 신나는 시간에 푹 빠진다. 
향교에서 펼쳐지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아졌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듯 옛날 학생들도 향교에서 공부를 하고 생활을 했는데, 지금의 학교와 무엇이 다른가요? 옛날에는 PC방이 있었을까? 게임기가 있었을까? 그 때 학생들은 어떠한 공부를 하고 어떠한 꿈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떠한 놀이거리가 있었는지, 선생님은 남자선생님만 계셨는지, 그 때 학생들은 사춘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질문이 쏟아진다. 향교에 와서 머물다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조선시대가 궁금해졌고 과거로 향하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깊은 밤 고요한 향교에서 가야금을 배우는 아이들.

청주향교 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저녁 식사 후 한 밤에 펼쳐지는 국악체험을 들 수 있다. 참가한 사람들 모두에게 하나씩 가야금을 나눠주어 직접 전통악기를 살펴보며 간단한 연주법을 배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야금 선생님의 멋드러진 연주도 감상하면서 깊은 밤 고요한 향교에서 가야금이 들려주는 우리나라 정서를 오롯이 느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조선시대 유생들 역시 아이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꽃들과 더불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 본다.

훈장선생님과 함께 화양서원에서 목청 높여 글 읽기를 하는 아이들.

아는 것을 실천하는 마음을 공부한다

두 번째 날은 청주향교 밖으로 나가 화양구곡의 숲을 거닐면서 자연을 이해하며 선비의 길을 따라가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 중 하나인 화양구곡은 속리산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대학자 우암 송시열이 효종 임금을 잃은 슬픈 마음으로 이 계곡을 찾아 은거하며 세월을 보내며 이름 지었다는 아홉 곳의 절경이 이어지는 곳이다. 가평산, 낙명산, 백악산이 약 5㎞의 구곡을 따라 이어지며 완만하게 다듬어진 길을 걸으면 굽이굽이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 볼 수 있다. 
화양서원에 다다르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훈장선생님과 함께 목청 높여 글 읽기를 하며 자연에 기대여 마음을 읽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어지는 순서로 옛 선현 우암 송시열의 기상을 배우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의 비례부동(非禮不動)을 탁본해 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모여 당쟁만을 일삼아 결국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오해가 있다. 선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다면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선비란 단순히 학식이 높거나 관직에 높이 오른 권력가가 아니고 성품이 올곧은 사람, 사람다운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 자기 이익만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비는 종이책으로 하는 공부보다 마음공부를 중요시 했다. 따라서 선비란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머리 공부 뿐 아니라 몸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주향교에서 준비한 1박2일 문화관광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선비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을 마음과 몸을 돌아보는 매우 특별한 여행을 했다. 
이상임 청주향교 청년유사는 "이번 여행프로그램을 마치며 아이들이 소감을 적었다”며 “직접 참여해 주인공이 되었던 우클렐레 공연이 가장 떨리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예절을 배울 땐 힘들었지만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에 열심히 준비한 보람을 느겼다”고 했다.

※청주향교(淸州鄕校)
청주향교는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 122번길 81에 있는 조선시대 향교로 충북유형문화재 제39호이다. 조선시대에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창건연대는 정확하지 않지만 1444년(세종 26)세종이 초정약수에 행차하였을 때 향교에 서책(書冊)을 하사한 일이 있었다고 전한다. 1683년(숙종 9)때에 현재의 위치로 이건하였으며,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교육적 기능을 잃게 되었다. 현재 소장 전적은 판본 8종 47책이 있다.

Info 사는낙 노는낙 (士=樂, Know=樂)
올해는 '사는낙 노는낙 (士=樂, Know=樂)'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여행자들을 맞는 청주향교의 문화관광프로그램은 2017년 9월부터 연말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총 5회가 준비되어 있다. 여행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주로 청주향교, 화양구곡, 화양서원으로 선비의 발자치를 따라가는 길이지만 그밖에 청주지역 주요 관광지인 고인쇄 박물관, 상당산성, 청주백제유물전시관등이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대상자는 가족단위(부부, 자녀 또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체험) 또는  초중고등학교 및 성인으로 1회당 30~40명을 접수받고 있다. 올 해 첫 행사가 있었던 날 40여명의 초등학생이 청주향교의 문화관광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9월호 [국내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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