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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따로 또 같이, 세 가지 매력을 가진 삼형제섬
따로 또 같이, 세 가지 매력을 가진 삼형제섬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7.09.2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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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둘러보는 신·시·모도
연도교로 연결된 삼형제섬, 신·시·모도.

[여행스케치=옹진]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신도, 시도, 모도에 연도교가 놓이면서 삼 형제는 어깨동무를 한 채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삼 형제가 손을 맞잡은 후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기 시작해 지금은 이 세 섬에 해안누리길이 생기면서 ‘힐링섬’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삼형제섬에 흐드러지게 편 해당화.

저마다 자부심을 가진 삼형제섬

신도(信島)는 조상이 물려준 이름인데 주민들이 서로 믿고 살아서 신도인지, 이름이 신도여서 주민들이 서로 믿음이 강해졌는지 알 수 없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먼 옛날에 강화도에서 군인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 하필 이 섬을 과녁 삼아 훈련을 했다. 시도(矢島)는 활시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래서 한때 ‘살섬’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이 설을 뒷받침하듯 모도 가는 연도교 앞 노루메기에는 신석기시대에 사용했던 ‘석촉(화살촉)’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화살탑이 있다.

시도는 삼형제섬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신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마을 공동묘지를 지날 때면 참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동묘지는 2005년 권상우와 김희선이 출연하여 상큼한 순애보를 그린 드라마 <슬픈 연가>와, 송혜교와 가수 비가 연기한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였던 수기해변을 돌아나와 모도로 가는 마을 뒷산에 있다. 약 3000기의 무덤이 있는데 이미 후손이 찾지 않은 무덤도 여럿 있고, 간혹 새로운 망인을 매장하려고 바닥을 파면 먼저 간 사람이 잠들어 있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시도 연도교를 건너가면 오른쪽 제방 위에 해당화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봄부터 여름까지 여행객들은 해당화의 아름다운 자태에 흠뻑 취한다. 바닷물이 들면 해당화꽃이 바닷물을 분홍색으로 물들이고, 썰물 때는 갯벌 위에 꽃 그림자를 드리운다. 제방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민들레, 들국화, 금계국 등 다양한 꽃이 릴레이하듯 피고 진다.

해당화꽃길을 따라가면 시도염전이 있다. 50년 역사를 가진 시도의 자랑이다. 염전을 둘러보고 해안선을 따라가면 망둑어 낚시와 바지락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이 나온다. 체험장은 무료이나 지나치게 많은 바지락을 캐면 제재를 받게 된다.

암행어사 이건창과 내무부장관 노태우 
먼 옛날 모도로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던 어부들은 그물을 걷어 올릴 때마다 물고기보다 많은 띠(茅)를 건져 올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글로 ‘띠염’이라 부르다가 한자 이름 모도(茅島)를 얻었다. 모도는 노루메기선착장에서 시•모도 연도교를 지나서 간다. 이 다리는 한동안 하루에 두 번만 나타나는 잠수교였다가 2002년 준공되었다.

모도의 버스 종점에는 불망비(不忘碑)가 있다. 꿈에도 잊고 싶지 않은 은인을 기리는 기념비다. 조선 말엽, 어렵게 농사지은 농산물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수산물을 관리들에게 빼앗기며 궁핍한 생활을 하던 섬마을에 거지 차림을 한 암행어사 이건창이 나타났다. 그는 섬의 실상을 조사하여 관리들의 수탈을 차단해주었다. 주민들은 이건창을 기리는 기념물을 세워 후손에게 알리고 있다.

암행어사 이건창의 불망비 앞에는 1km 남짓한 제방과 간척지가 있다. 간척지는 모도에 있는 유일한 논이다. 모도 사람들은 간척지에 처음 벼를 심으면서 “모도에도 논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간척지에 제방을 쌓고 논을 만들어준 사람은 제5공화국 시절 노태우 내무부장관이다.

다양한 작품이 가득한 배미꾸미조각공원.

섬의 품격을 높여준 배미꾸미조각공원

해변의 모양이 배 밑구멍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배미꾸미해변을 따라 10여 분 더 가면 이일호 작가의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건물 2층 높이의 대형 조각작품부터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작품까지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남녀가 열렬히 껴안고 있는 에로틱한 작품도 있고, 머리만 서로 포개고 있는 남녀도 있다. 체조를 하고 있는 커플도 있고, 신체의 특정 부위만 떨어진 것도 있다.

성(性)과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한 조각 작품은 해넘이를 품은 해안 풍경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영화감독 김기덕은 벌써 영화 <활>과 <시간>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조각공원은 카페와 펜션도 겸하고 있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0월호 [한국의 걷기 좋은 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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