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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1930년대로 되돌아간 여행자들
1930년대로 되돌아간 여행자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10.1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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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탈 막으려는 아낙네와 어린이 독립군
시계의 숫자가 반대로 표시된 대형 시계 조형물을 통해 '빽 투 더 1930년대'로 들어서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군산] 시간이 흐른다. 시곗바늘의 초침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멈춰선 시간은 1930년대 군산. 시간 숫자가 반대로 적힌 대형 시계 조형물 사이로 하나둘 사람들이 들어온다. <빽 투 더 1930`s>. 군산 시간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군산 시간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 여행 출입국을 찾은 가족들이 여권을 내밀고 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간단한 절차와 함께 여권마다 출입국 허가를 인증하는 스탬프를 찍어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군산시간여행축제를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시간여행에서도 환전은 필수, 1000원이 10환
역시 낯선 지역에서는 환전이 중요하다. 2017년에 가져온 1000원이 1930년 군산에서는 10환으로 적용된다. 물가표를 보니 군산다방에서 파는 커피가 10환, 쌍화차가 20환이다. 미용실에서 면도하면 10환이고, 머리 손질을 하는 데는 20환이 든다.

군산시간여행축제 홍보용 차량이 축제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시간나라 여행 출입국에서 입국심사를 받는 여행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군산시간여행축제의 중심인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외관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군산시간여행축제 앰블럼과 입간판. 사진 / 조용식 기자

근대 신복장으로 멋을 내려면 1시간에 50환이 필요하고, 자전거 인력거는 150환에서 300환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적당히 환전했으니, 이제 행사장 배치도를 보며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해보자. 

첫 번째 방문지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과거 무역항을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그 옆으로 군산세관이 보인다. 1908년 6월 대한제국 예산으로 지어진 유럽 양식의 근대문화유산 건물에는 군산항 100여 년 사진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길을 건너 조선식량 군산출장소가 있는 거리에 들어선다. 여러 명의 일본 순사가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순찰 중이다. 일제 강점기 중일전쟁 이후 종합적인 식량관리를 위해 설립된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에서는 ‘쌀의 수탈’을 막기 위한 여행자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곡나르기, 미곡쌓기 등에서 성공할 경우 독립자금 10환이 증정된다. 

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독립군 복장을 하고 독립자금을 획득하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쌀 수탈의 현장을 재현해 놓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수탈된 쌀을 다시 재자리로 돌려놓는 게임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물총게임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어린이 독립군도 독립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위바위보 게임과 다트 게임, 윷놀이 등을 통해 독립자금은 얻거나 뺏길 수 있는 위험천만의 상황에도 몰입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운이 좋은 것(?)은 감옥행이다. 

사거리에 임시 철장을 만들어 감옥체험을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신분 노출과 함께 카메라 세례도 받게 된다.  ‘군산 영화 속 그 길’로 명명된 길을 걸어가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이 나온다. 초원사진관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은 사진관 전면에 비치는 미디어 파사드 저녁 공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영화 <8월의 크피스마스>, <타짜>의 촬영지를 걸으며
초원사진관에서 윤여삼 가옥을 지나면 일본인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전형적인 일본 가옥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군산 시내 유지들이 거주하던 부유층 거주 지역으로 영화 <타짜>의 촬영장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30년대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군산의 거리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 사진관에서 야간에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공연. 사진 / 조용식 기자
군산시간여행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1926년 개통된 해망굴은 수산지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군산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터널이다. 해망굴 뒤편의 수시탑이 있는 월명공원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스탬프 투어를 위해 일본식 가옥인 고우당을 지나 군산항쟁관에 들어선다. 1919년 서울탑골공원의 3.1 독립만세운동을 이어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항일독립 만세운동이 있었던 곳이다.

일본사찰 건축양식을 따른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광복 후 조계종 사찰 동국사로 변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 시간여행 퍼레이드의 집결지인 동국사에는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농악대를 선두로 들고, 만장, 자전거 인력거, 공연단 뒤를 이어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메인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군산시간여행축제 개막을 알리는 '중절모 퍼포먼스'. 사진 / 조용식 기자
군산시간여행축제의 개막행사 장면. 사진 / 조용식 기자
특별 가수 초청 공연. 사진 / 조용식 기자
군산시간여행축제 개막식에서 소설 <탁류>의 여주인공 초봉이 역을 맡은 여배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그때 그 시절 영상 메시지를 통해 문동신 군산시장은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이 공존하는 매력의 도시”라며 “군산시간여행축제 기간 동안 기억에 남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근대 중절모 퍼포먼스로 시작된 개막행사에서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라는 단골 멘트로 유명한 신파 무대의 연사 등장과 함께 주제공연인 <근대 이야기 속으로>가 펼쳐져 2천여 시민들에게 웃음과 추억을 선사했다.

사흘 동안 1930년대로 여행을 떠난 군산시간여행축제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위한 여정이었다. 뼈 아픈 과거의 현장 모습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여행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시간여행 축제가 계속 이어져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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