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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놀멍 쉬멍 달리멍’ 섬 제주의 자연을 만나다
‘놀멍 쉬멍 달리멍’ 섬 제주의 자연을 만나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11.3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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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상자전거길 : 서귀포~쇠소깍
제주환상자전거길은 제주도다운 자연풍경을 보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여행 코스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서귀포] 제주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어 자전거로 섬을 일주하는 사람들이 늘 있어왔다. 일주를 하려면 보통 3~4일 여정이 필요하지만, 일정이 빡빡한 사람들을 위해 자연을 즐기며 힐링하기 좋은 서귀포의 한 구간을 소개한다.

서귀포시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없기에 제주도 남쪽을 자전거로 유랑하려는 사람들은 보통 중문단지에서 자전거를 대여한다. 섬 둘레를 연결한 제주환상자전거길 코스를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도 좋지만, 서귀포시부터 쇠소깍까지의 구간이 거리도 길지 않으면서 볼거리가 풍부해 유랑을 즐기기 제격이다.

서귀포항 인근 출발지부터 볼거리 풍성
오영찬 서귀포사이클매니아 훈련부장은 “달리기 위한 자전거 여행이 아닌 관광지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라면 새연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새연교가 있는 서귀포항은 제주환상자전거길 코스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놓치기 아까운 명소들이 모여 있는 이유다.

서귀포항 인근, 새섬과 연결된 새연교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먼저 새연교는 서귀포항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새섬(모도)을 연결해놓은 인도교이다. 새섬은 제주도 가옥들의 지붕을 엮는 데 주로 사용하는 ‘띠풀’이 많이 자라는 섬. 띠풀은 ‘새 풀’로 통용되고 억새풀의 한자어인 모(茅)를 써서 새섬 또는 모도라는 이름을 가졌다. 1965년 이후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무인도가 되었으나 최근 새연교를 연결하며 관광객들을 위한 산책 코스가 개발되었다. 단, 새연교는 자전거 통행이 불가하니 가벼운 섬 산책을 즐기려면 자전거 잠금장치를 확실히 한 후에 다녀와야 한다.

새연교를 뒤로 하고 서귀포항으로 향한지 얼마 되지 않는 곳에는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제주도 3대 폭포 중 하나인 천지연폭포가 있는 장소. 아열대성ㆍ난대성 상록수림이 우거진 기암절벽에서 낙하하는 폭포의 장쾌함은 보는 것만으로 장관이다. 이처럼 서귀포항을 출발지로 삼으면 관광명소들을 먼저 둘러본 후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달리는 일정이 만들어진다.

Info 천지연폭포
주소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667-7
요금 일반 2000원, 청소년 1000원

서귀포 이름이 만들어진 곳, 정방폭포
서귀포항 앞의 도로를 따라 길을 이으면 자연스레 제주환상자전거길 코스로 들어선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자전거 달음질을 하기엔 이르다. 평탄한 지형에 바다 풍경이 탁 트이는 자구리공원이 나타나는 것. 제주도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난다는 이곳은, 정면으로는 섶섬, 우측으로는 서귀포항과 문섬을 보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인 이중섭 화백과도 관련이 깊은 장소다. 서귀포에서 1년 정도 머물렀던 그는 자구리 해안에서 부인,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의 추억이 이중섭 화백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남았고, 이중섭 화백을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공원 곳곳에 비치되어 볼거리를 준다. 한편, 자구리공원은 이중섭미술관에서 소양기념관까지 걸으며 여행하는 ‘작가의 산책길(유토피아로)’ 경유지이기도 해, 자전거 여행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찾을 수도 있다.

이중섭 화백의 추억이 서려있는 자구리공원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중국풍으로 지어져 있는 서복공원의 한 모습. 서복전시관도 들러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자구리공원에 이어 이번에는 서귀포 명칭과 관련 있는 명소를 만난다. 서복전시관과 정방폭포다. 서복(서불 또는 서시라는 이름으로도 전해진다)은 고대 중국 제나라 사람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로부터 “영생을 얻을 수 있는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명을 받았다는 인물이다. 이에 서복은 3000여 명의 대선단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항해를 떠났고, 한반도를 거쳐 일본 땅에 이르러 평원광택(평탄한 들과 넓은 진펄)을 발견한 후 나라를 세우고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풍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있는 서복전시관에 들르면 이러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 정방폭포로 내려갈 수 있는 매표소가 나온다. 서복은 정방폭포의 경치를 본 후 감탄하여, 폭포수가 쏟아지는 암벽에 서시과지(徐巿過之ㆍ서복(서시)이 이곳을 지나갔다)라는 글자를 남겼다. 이에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라는 뜻으로 서귀포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전남 구례의 서시천과 함께 우리나라에 남은 고대 중국인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면서, 자전거 여행 도중 제주 3대 폭포 중 2개를 보고 지나갈 수 있어 의미 깊다.

Info 정방폭포
주소 제주 서귀포시 칠십리로214번길 37
요금 일반 2000원, 청소년 1000원

오직 제주에만 있는 풍경들 이어져
정방폭포까지 보았다면 이후로는 제주 남쪽 바다 풍경을 눈에 담으며 달릴 수 있는 구간이 시작된다. 초반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바다와 가깝게 자전거 코스가 이어지는데, 바다를 만남과 동시에 섶섬이 아주 가깝게 다가오며 명풍경의 시작을 예고한다. 아기자기한 제주 남쪽 바닷가마을의 소박한 풍경과 망망대해나 갯바위 등 시시각각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이 눈이 심심할 새를 없게 한다. 바닷가 풍경과 맞닿아 크고 작은 카페들도 드문드문 나타나니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잠시 쉬어가며 인증샷을 찍고 가기도 좋다.

정방폭포 이후부터 풍경만을 즐기며 자전거를 달리는 길이 이어진다. 사진은 섶섬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보목포구와 제지기오름 등을 지나며 바다 풍경에 취하다보면 하효항이 보일 무렵에 간이쉼터가 잘 마련된 장소에 이른다. 제주도다운(?) 이름이 붙은 게우지코지와 남편을 기다리다 어미와 아들이 돌이 되었다는 모자바위가 내려다보여 쉬면서 풍경을 즐기기 좋다.

하효항을 지나면 쇠소깍까지는 한달음이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제주도 남쪽으로 흐르는 효돈천의 끝자락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며 생긴 깊은 웅덩이 양쪽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신비로운 지형을 뽐내는 곳. 관광상품으로 투명보트를 운영할 때는 깊은 협곡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으나, 환경보호와 이권다툼 문제가 불거진 이후 투명보트는 사라졌다. 투명보트를 둘러싼 말썽도 없어지고 자연도 지킬 수 있다니 좋은 일이건만, 이미 많은 이들에게 추억 또는 기대감을 주던 관광상품이 없어진 것은 마냥 기뻐할 일인지 애매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주변을 둘러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쇠소깍. 사진 노규엽 기자

쇠소깍 이후로는 남원읍에 이를 때까지 도로 옆을 오래 달려야 하기에 관광 자전거 여행으로는 쇠소깍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서귀포항 새연교에서 쇠소깍까지 라이딩 시간은 길지 않지만, 주변 볼거리가 풍부해 천천히 즐긴다면 하루를 유랑하기 충분하다.

Tip 정방폭포 이후 쇠소깍에 이를 때까지 급한 경사 구간이 두 군데 이상 있다. 자전거 숙련자가 아니라면 다운힐이 위험한 곳도 포함되어 있으니, 위험하다 싶은 곳은 잠시 자전거에 내려 이동하며 안전에 유의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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