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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12.20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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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주막터, 문경새재에서 꽃 피운 우리 술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의 주산지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삼성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문경]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이 얼마나 있던가? 전국을 여행하며 마셔본 전통 막걸리조차도 국내산 쌀로 만든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경을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경 깊숙한 골짜기에서 재배된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과 증류주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막걸리 애호가였던 지인은 언제부터인가 막걸리를 안 마신다고 했다. 그 이유는 국내산 쌀로 만든 술이 아니기 때문 이라고. 술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을 마시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000년 주막터에서 우리 술을 만들다

“문경의 깊은 골짜기에서 생산한 50t의 오미자로 스파클링 와인, 증류주 등을 만듭니다.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가 만들어지는 이 곳은 1000년 전 술을 빚었던 주막터라 우리 술을 만드는 저로서 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답니다.”

오미자 1차 발효의 기간은 1년 이상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두대간 이화령과 문경새재의 갈림길에 있던 주막은 과거 시험에 급제한 이들을 반기던 영남학파 선비들이 술을 즐기던 자리였다고 한다. 경사스러운 자리에 술은 빠질 수 없으며, 술의 소비가 많아 쉬지 않고 술을 빚어야만 했던 유서 깊은 자리에 지금의 ‘오미나라’가 있는 것이다.

'오미로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종기 대표. 사진 / 조용식 기자

“천연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선홍 빛깔을 낼 수 있는 과실은 없다”는 이 대표는 술과 함께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서울대 농과 대학 75학번인 이종기 대표는 첫 직장이었던 오비맥주를 시작으로 ‘오미나라’로 독립할 때까지 주류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윈저, 패스포트 등을 직접 만들었으며, 간접적으로 조니워커와 발렌타인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을 정도로 술 전문가다.

그런 그가 우리 술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유학 시절의 일화 때문이다. 양조학 석사과정을 배웠던 스코틀랜드 유학 시절, 자기 나라의 술을 가져와서 파티를 열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한국의 인삼주를 선보였을 때, 지도교수는 “한국 사람은 술과 약을 구분하면서 마시느냐”는 농담을 한 반면, 일본 유학생이 가져온 일본 사케와 위스키는 훌륭하다고 평가해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우리 술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

사랑의 묘약, 오미자가 와인이 되기까지

신맛, 짠맛, 단맛, 매운맛, 쓴맛의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를 만난 것은 2006년 경북 문경의 농장에서였다. 이종기 대표는 오미자의 다양한 맛을 보며, 명주의 재료로 손색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쓴맛과 매운맛이 강한 오미자를 발효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2007년 프랑스까지 찾아가 발효에 대한 자문을 구했지만 어렵다는 진단만 받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반드시 발효시킬 수 있다고 믿었고, 샴페인을 만든 프랑스 동 페리뇽 신부를 스승으로 삼아 발효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발효에 맞는 효모를 찾아냈다.

찌꺼기 제거를 위해 병을 세워 놓는 과정. 사진 / 조용식 기자

그의 오미자 발효 성공으로 우리의 재료로 와인을 만들고, 세계의 명주와도 겨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미자 와인을 만들기까지는 다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포도는 2~4주가 지나면 1차 발효가 끝나지만, 오미자는 1차 발효를 하는 데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스파클링 와인인 ‘오미로제’가 탄생하기까지 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오미로제를 ‘슬로우 푸드’라고 말한다.

'오미로제' 시음을 위해 이종기 대표가 와인을 따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오미나라 와인 시음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스파클링 와인은 2개월 동안 병을 거꾸로 세워 보관 한 후 병목에 찌꺼기를 모으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고, 와인을 보충한 후 마개로 봉인을 하는 작업이 들어간다. 이 과정이 다 끝나면 선홍색 빛깔이 선명한 스파클링 와인이 탄생 하는 것이다.

오크통과 도자기에 숙성시키는 특별한 저장고

‘오미로제’를 시음한 가스트로 통 오너셰프(신라, 하얏트 호텔 총주방장 역임)는 “새콤, 달콤하며, 쌉쌀한 맛에 스파이시한 향은 양식과 한식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스파클링 와인을 증류시켜 만든 '고운달.' 사진 / 조용식 기자

오미나라 저장고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크고 작은 오크통이 진열된 저장고에 는 각각 다른 사인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는 도자기에 와인을 숙성시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하에 오크통만 있는 와인 저장고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와인 만들기 체험을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정성이 담긴 술을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오크통과 도자기에 숙성을 시키고 있어요. 숙성 시기도 본인이 결정하기 때문에 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특별해지죠. 이렇게 만들어 진 술이야말로 정말 선물할 가치가 있는 우리 술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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