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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일단 한 번 먹어보오! '여수 개조개'
일단 한 번 먹어보오! '여수 개조개'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1.1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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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국동항 위판장
잠수기어업을 하는 어선들은 선박 앞 부분에 노란 칠을 해놓고 인근을 지나는 어선들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통째로 구우면 입을 벌리며 쫄깃한 속살을 드러내고, 맑은 물에 푹 끓여내면 시원한 맛이 우러나는 조개류. 종류도 다양해 여러 음식에 활용되는 조개들이 어떻게 우리 식탁까지 오르게 되는지 궁금하다. TAC 어종으로 관리되는 개조개를 통해 알아보자.

개살구, 개떡처럼 보통 이름 첫 글자에 ‘개’ 자가 붙으면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원조와는 다르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나 개조개는 그런 의미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큼지막한 사이즈와 두껍고 도톰한 속살을 지녀 미식가의 입맛을 자극하는 조개류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잡는 개조개
조개잡이 하면 서해 갯벌에서 호미를 들고 캐내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개조개는 전남 여수와 경남 거제 등 남해 중부에 주로 서식하는 어종. 평균 수심 10~20m의 바닷속에 있는 조개를 잠수부들이 바다 아래로 들어가 손으로 직접 캐온다.

개조개 위판을 볼 수 있는 곳은 국동항이다. 여객선이 다니는 국동항이 아닌, 그보다 좀 더 서쪽으로 제3,4구잠수기수협 신월지점이 있는 국동항이다.

이 작은 어항으로 개조개를 비롯한 여수에서 어획되는 모든 조개류가 모이고, 조개류 어획량을 조사하기 위해 배장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도 매일 오후 이곳을 찾는다. 새벽에 조업을 나간 어선들이 오후 4시경에 열리는 위판 시간에 맞춰 돌아오기 때문이다.

“개조개를 비롯해 키조개, 개불 등 잠수기어업으로 어획한 어패류들이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간 잠수부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어획하는 만큼 선택적 어획이 가능하고, 혼획이 안 돼 어획관리가 용이한 어종이죠.”

개조개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큼지막한 사이즈로 미식가의 입맛을 자극하는 조개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조개류를 잡는 잠수부들은 해녀들과는 다르다. 옛날에는 일명 ‘머구리’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우주복처럼 밀폐된 옷과 헬멧을 착용하고 배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공기를 공급받으며 바닷속에서 어획 작업을 한다. 개조개뿐 아니라 코끼리조개, 키조개, 소라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개들이 거의 잠수부들이 활약하는 잠수기어업으로 어획된다.

“잠수부들은 바다 아래에 도착하면 그곳에 어떤 조개들이 있을지 안다고 하더라고요. 바닥의 상태나 조개들의 숨구멍 등을 보고 개조개 밭, 키조개 밭이 있는 걸 안다는 거죠. 그렇게 서식지를 찾아내서 압축공기 분사기로 토질을 걷어내면 나타나는 조개들을 손으로 담아 올라오는 거랍니다.”

개조개 보전을 위한 노력
오후 2시가 넘어간 이후부터 선박 앞부분에 노란 칠을 한 배들(70P 사진 참조)이 한 척씩 두 척씩 항구로 들어온다. 제3,4구잠수기수협에 등록된 잠수부 전용 어선들이다.

배에 노란 칠이 되어 있는 이유는 “바다에서 잠수부들이 조업을 하는 동안, 인근을 지나는 배들에게 ‘바닷속에 잠수부들이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 한다.

어선들이 들어오면서 당일 어획된 조개들이 위판장으로 옮겨지면, 배장훈 조사원은 종류별로 분류된 조개들을 체크하며 어획량을 파악한다. 그중 TAC 어종인 개조개는 보다 면밀히 조사를 한다.

“개조개는 대ㆍ중ㆍ소 크기 별로 나눠서 수치를 재요. 6~12cm 범위의 크기가 잡히는 게 일반적이죠. 정부에서는 5.3cm 미만의 개체는 잡지 말자고 권고하고 있는데, 잠수부들도 미성숙 개체들은 자발적으로 어획하지 않아요.”

개조개는 6~12cm 범위의 크기를 조업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국동항에서는 개조개를 비롯해 키조개, 개불 등 여수에서 어획한 어패류들이 위판된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개조개는 딱히 금어기도 없다. 1년 내내 어획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자원보전을 위해 7~8월에는 어선들이 절반씩만 조업을 나가며 자체 휴어기를 가진다. 자원보전을 위해 일선에서부터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개조개다.

개조개는 크기가 큰 만큼 조리 방식도 풍부하다. 치즈나 양념을 얹어 색다른 맛의 구이 요리를 먹을 수 있고, 탕을 끓여도 작은 조개에 비해 육즙이 많이 나온다.

배장훈 조사원은 “개조개를 고를 때는 패각(껍데기)이 닫혀 있어야 신선한 것”이라며 “패각 빛깔은 자라온 환경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구매법을 귀띔한다.

큼지막한 개조개 속살에 입 안 가득 만족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수산물특화시장과 여수수산시장에 가면 개조개를 비롯해 다양한 수산물들을 접할 수 있다.

개조개는 국내산과 수입산이 있는데, 상인들이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해놓아 조개 문외한도 어렵지 않게 국내산 개조개를 맛볼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구우면 더 맛있듯이 개조개도 구워 먹는 게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수산물시장에서는 개조개뿐 아니라 가리비, 키조개, 백합 등 다양한 조개류들이 모여 있으니 이것저것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개조개를 포함한 여수의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수산물특화시장과 여수수산시장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고, 수산물을 구매한 후 소개받은 위층의 식당으로 이동해 먹는 방식도 같아 어디를 가든 상관없다.

조개류뿐 아니라 횟감 생선들도 다양하게 있어 두 곳을 두루 둘러보고 좀 더 구미가 당기는 곳을 선택하면 되니, 여수의 다종다양한 수산물을 맘껏 구경하고 배를 채우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단, 수산물특화시장은 매월 1,3주 화요일 휴무이고 여수수산시장은 매월 둘째주 화요일에 쉬니 참고할 것.

배장훈 조사원의 추천은 “구워먹는 쫄깃함이최고”라고 하지만, 수산시장 내 식당들이 실내인 여건 속에서 개조개를 즐기는 방법으로는 조개탕도 나쁘지 않다. 별다른 조미료 없이 파만 곁들여 끓여도 우러나는 조개의 시원한 맛은 여느 국물요리들에 비교해도 으뜸이다.

여러 조개들을 구입해 모듬 조개탕을 먹는 것도 개조개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다른 조개들과 비교해 확연히 크기가 큰 개조개는 속살도 두툼하여 씹는 맛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개조개를 위주로 다른 여러 조개들을 섞어 모듬조개탕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가지 조개들이 가득 담긴 봉지를 받아들고 식당으로 가 차림비를 지불하면 금세 시원하고 맑은 조개탕을 끓여준다.

작은 바지락부터 모시조개, 백합, 개조개 등까지 크기에 따라 다른 쫄깃한 맛이 조개탕을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맛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역시 개조개. 크기가 크기인 만큼 유독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밥 숟가락 하나에 가득 차고도 넘치는 개조개 하나의 속살은 씹으면 씹을수록 육즙이 배어나와 조갯살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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