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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최외측 섬과 바다목장 이야기
최외측 섬과 바다목장 이야기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2.1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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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장자리에서 만나는 수산자원
독도새우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독도의 모습. 사진 / 박흥일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울릉,인천,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만찬 메뉴로 등장해 여러 입에서 오르내렸던 ‘독도새우.’

이처럼 동해, 서해, 남해 등 세 바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최외측에 있는 섬들에서 어획되는 수산자원들은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각 최외측섬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바다목장에 대해 알아보자.

동해 - 국내 섬 여행지 버킷리스트, 울릉도ㆍ독도

우리나라 외딴섬 중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곳은 단연 울릉도와 독도일 것이다. 풍랑이 조금만 거세어져도 여객선을 운항하지 않아 여행 일정을 잡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대신 울릉도로 향할 때의 기대감은 확실히 보장된다.

둘러볼 거리가 다양한 점도 매력이다. 등산을 즐기는 여행자에게는 성인봉이 있고, 울릉도 유일의 분화구 지형인 나리분지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출을 볼 수 있는 내수전 전망대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신비한 해안풍경을 자랑하는 대풍감과 관음도 등 한 번 방문으로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명소가 많다.

울릉도에서도 가기가 어렵다는 독도의 매력과 풍부한 수산물 먹거리는 말할 것도 없다.

울릉도 저동항의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도화새우 실물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독도의 상징성을 제외해도 독도새우란 이름의 수산물이 있다는 사실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독도새우는 독도 주변에서 잡히는 새우를 통틀어 부르는 것으로, 이름 앞에 산지를 붙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종을 나눠보면 도화새우, 가시배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등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방한 만찬 재료로 사용된 새우가 흔히 보기 힘든 도화새우였기에 더욱 특별해 보였던 것. 

회를 즐기는 미식가들이라면 가시배새우와 물렁가시붉은새우는 닭새우와 꽃새우라는 이름으로 들어봤을 것이다. 독도새우가 귀한 이유는 많이 잡히는 어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근무하는 이수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독도새우는 울릉도에서 잡는 어선이 두 척 밖에 없어 어획량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생산량이 부족한 품목은 값이 비싼 법. 그래서 닭새우와 꽃새우는 어느 횟집에서나 ‘싯가’로 표시되고, 그보다 더 적게 어획되는 도화새우는 울릉도가 아니면 보기가 힘들다.

울릉도 대표 특산물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독도새우가 아니라도 울릉도와 독도에는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수산물들이 많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울릉도를 대표하는 오징어는 매년 9월부터 익년 1월까지 어획되고, 오징어철이 끝나면 2월 한 달 동안은 한치가 자리를 대신한다.

겨울철 외에도 불볼락과 도다리, 가자미류의 생선들이 사계절 잡히고, 문어, 해삼, 뿔소라 등도 입맛을 자극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풍부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조성사업을 펼친 울릉군 연안바다목장 덕분. 울릉군 연안바다목장 조성은 인공어초를 심어 어장을 형성하고 문치가자미 등의 종자를 방류해 바다 생태계를 살리고 관련 어종을 늘리려는 노력이다.

실제로 조성사업을 하는 동안 말쥐치, 돌돔, 광어, 전갱이 등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조성을 마친 후 일정 기간 동안은 관리수역으로 지정해 어획을 금지하기에 당장 어촌 경제에 큰 반향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어장이 자리를 잡아갈수록 인근 수역으로의 수산물 증가가 기대된다. 이는 울릉도만 아니라 동해안 어촌 전체에 희소식이 될 것이다.

서해 - 최북단 바다의 신비한 자연, 대청도ㆍ백령도

해양 북방한계선(NLL)과 거의 맞닿아있는 대청도와 백령도는 군사접경지역인 이유로 인해 여행지로 찾아간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청도와 백령도의 비경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최서단이면서 최북단에 있는 백령도 콩돌해변. 사진 / 노규엽 기자
백령도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비경을 지니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먼저 대청도는 모래사막이 유명하다. 밀물에 들어온 해안 모래가 썰물 때 햇볕과 바람에 말라 형성된 모래사막은 국내에서 사막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신비롭다.

선대바위와 촛대바위 등 기암괴석과 딱딱한 모래사장을 지닌 사곳해수욕장 등 재밌는 풍경들을 볼 수 있는 백령도도 비경이 숨겨져 있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관광자원을 제외하고는 수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온 이곳의 역사도 흥미롭다.

중국 본토와도 가까이 있는 대청도와 백령도는 예부터 중국에 의한 조업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백령도 어장을 중심으로 대청도, 소청도 부근 바다에서 청어가 많이 잡혔고, 서해에서 잡힌 청어는 생물 상태로 궁중에 진상되기도 했다.

동해와 남해를 거쳐 서해로 이동하는 사이 살이 찌는 청어들은 남해 청어보다 곱절이나 크기도 했단다. 그래서 요동ㆍ산동반도에 청어가 잡히지 않으면 중국 어부들이 대청도 권역으로 몰려와 청어를 잡아갔다하니, 당시부터 중국 어선들의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대청도는 지난 100년의 기록을 살펴봐도 어획되는 어종이 바뀌어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서해 고래잡이의 전진기지로 활용되어 일본 동양포경주식회사가 세워졌을 정도로 고래가 잡혔고, 1950~60년대에는 조기와 까나리가 특산품으로, 1970년대부터 홍어가 많이 잡히기 시작하더니 1990년대 이후부터는 조피볼락이 주요 어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조기는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없어졌지만, 까나리와 홍어, 그리고 특히 조피볼락은 풍부하게 어획되고 있다.

대청도에서 많이 어획되는 참홍어. 사진 / 노규엽 기자
주요 어종인 조피볼락은 하얀 탕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조피볼락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광어와 함께 우리가 가장 즐겨먹는 횟감인 우럭의 표준어다. 특히 대청도에서 어획되는 조피볼락의 중요한 점은 모두 자연산이라는 것.

최상숙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대청도는 서해에서도 수심이 깊어서 수산물들의 맛이 더 좋고, 자연산 조피볼락은 양식과 비교가 안된다”고 말한다.

주로 회로 먹거나 통째로 넣고 끓인 탕으로 먹는 것이 익숙한 조피볼락이지만, 대청도 자연산은 말린 것을 구입해 구워먹어도 맛이 좋다고.

조피볼락은 대청도에서 가장 많이 잡는 어종이면서 금어기가 지정되지 않은 어종인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백령ㆍ대청 연안바다목장 조성사업에서 조피볼락을 대규모 방류했다.

양식에 성공한 어종 중 하나인 조피볼락은 생산량이 괜찮은 편이지만 자연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남해 - 따뜻한 남쪽의 황금어장, 마라도ㆍ가파도

국내 최남단 등대, 국내 최남단 짜장면 등 발길 닿는 곳곳마다 최남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마라도는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늘 희망 여행지로 여겨지는 곳. 

관광지로도 인기높은 마라도. 사진 / 노규엽 기자

전체적으로 평탄한 지형을 지녀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1~2시간이 걸리는 트레킹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도 꽤 많은 섬이다.

제주본섬과 마라도의 중간 즈음에 떠있는 가파도는 인터넷 지도로 항공사진을 확인하면 가오리처럼 보여 모양부터 재미난 섬이다.

마라도와 마찬가지로 1~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고, 무엇보다 차량이 없어 청정 관광 지역으로 선호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마라도와 가파도에서 어획된 어종들이 모이는 모슬포항. 사진 / 노규엽 기자

두 섬은 봄이면 멸치, 여름엔 자리돔과 한치(창꼴뚜기), 가을은 자바리(다금바리), 겨울은 방어, 삼치, 부시리 등 다양한 어종이 풍부하게 올라오는 황금어장이다.

특히 참돔, 뱅에돔 등 사계절 잡히는 돔류들도 많아 어민들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라도와 가파도는 예부터 제주본섬의 가장 가까운 항구인 모슬포와 연관이 깊었다. 뱃길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부터 봉화를 피워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물과 식량이 부족하면 봉화 하나를 올리고, 위급환자가 발생하면 봉화 둘, 사람이 죽거나 죽을 위험에 처하면 봉화 셋을 올려 모슬포에 상황을 알렸다는 이야기. 

이러한 공생관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두 섬의 어민들은 어획한 물고기들을 모슬포로 모은다. 그래서 모슬포는 제주도에서 위판이 진행되는 항구 중 유일하게 활어를 위판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다. 마라도와 가파도는 소라, 전복, 해삼, 성게, 톳 등 해녀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패조류의 보고이기도 하다.

모슬포항에서 수산물 조사를 담당하는 김준상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특히 가파도는 청정 해역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해녀들의 물질로 얻어지는 패조류들 단가가 높게 책정된다”고 말한다.

겨울 어종인 방어의 어획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그런데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 바다가 달라지고 있다. 바다수온이 올라가면서 전체적인 어획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해녀들이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종들이 먹고 사는 풀이 없어지면서 전통적으로 잡던 전복과 오분자기 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래서 2018년부터 가파리 연안바다목장조성사업이 시작되었다. 가파도 인근 바다의 환경 조사를 거쳐 어류용 어장과 패조류용 어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마라와 가파도는 나잠어업에 종사하는 해녀들이 많은 만큼 해삼, 전복, 오분자기 등의 패조류와 자바리, 쏨뱅이, 돌돔 등의 어종을 방류해 자원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제주도다운 수산물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최남단의 두 섬 마라도와 가파도의 바다 생태계를 살리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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