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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차 없는 청정지역, 여자도
차 없는 청정지역, 여자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8.03.0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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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을 스스로 자립하며 사는 섬사람들
송여자도와 대여자도를 잇는 인도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여자도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여수만의 한 가운데, 두 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보인다. 힘 센 봉장어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 다리는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인도교다. 여수 화정면의 송여자도(소여자도)와 대여자도를 연결하는 역할과 함께 낚시꾼들에게 사랑을 받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파도가 섬을 넘을 정도로 낮은 섬, 여자도

작은 봉우리 4개가 아름다운 곡선으로 자태를 뽐내는 대여자도. 그리고 섬 전체를 소나무가 따스하게 감싸고 있는 송여자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배를 타고 여자도 주변을 도는 동안 정광훈 여자리 이장에게 지인들을 대신해 질문했다.

“여자도에는 여자만 사느냐?”

마을 벽화에 새겨진 '사랑해요 여자도' 글귀가 인상적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자도 유래와 송여자도 둘레길 안내도. 사진 / 조용식 기자

그러자 정광훈 이장은 크게 웃으면서 “관광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현재 여자리의 남·여 비율로 볼 때 남자 134명, 여자 141명(주민등록 인구)으로 여자가 조금 더 많다”는 사실과 함께 여자도라 불리게 된 두 가지 설을 풀어놓는다.

섬의 높이가 낮아 파도가 섬을 넘어가는 모습을 이곳 사투리로는 ‘넘자넘자’라고 했다. ‘넘자넘자’의 ‘넘’과 섬사람들이 자급자족으로 살았다고 해서 스스로 ‘자(自)’를 써서 넘자도가 되었다가 여자도로 변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원섬을 하늘에서 보면 여자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계집 녀(女)에 주변에 섬 3개가 있다고 해서 삼수변을 달아 너 여(汝)를 쓰고 역시 스스로 자급자족한다고 해서 자(自)를 붙여 여자도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자도에는 대동마을, 마파마을, 송여자 마을 등 3개의 마을에 각각 선착장이 있다. 섬달천에서 하루 4차례 정기적으로 도선인 여자호가 운항하며, 그 외 시간에도 일몰 전까지 여객선(여자호) 선장에게 전화로 배를 요청하면 운행한다. 

송여자도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여자도 유래와 둘레길 안내도’를 만날 수 있다. 안내도 바로 옆으로 약 1.7km의 송여자도 둘레길이 시작된다. 둘레길은 흙길에 돌이 있어 자연스럽게 계단 역할을 한다. 

송여자도 둘레길의 시작점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송여자도 둘레길에서 만나는 쉼터이자 전망대인 정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조금만 오르면 이내 소나무가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며 피톤치드를 선사한다. 송여자도 둘레길은 천천히 걸어서 약 40분이 걸리며, 높은 구간 없이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갈림길이나 이정표가 필요한 구간에는 ‘등산로’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으며, 여수만 사이로 도선인 여자호를 만나기도 한다. 소나무로 둘려싸인 그늘진 둘레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구덩이를 만난다. 정광훈 이장은 “예전에는 이곳이 해안 경비를 섰던 방공호”라며 이곳에서 잠시 추억을 꺼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Tip 여자호 여객선

하루 4회 운항하는 여수호. 사진 / 조용식 기자

화정면 여자도와 소라면 섬달천 구간을 하루 4회(20분 소요)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도선.
운항 시간표 
섬달천 출발 08:40, 11:40, 14:30, 15:30 
여자도 출발 08:00, 11:00, 14:00, 15:00
여객선 요금 : 일반 5000원, 경로 3500원, 중고생 3000원, 초등생 1500원, 수하물 10kg 당
1000원.
문의 010-2652-5372(선장), 010-4560-6233(기관장)

섬 주변에 많았던 야생화, 이제는 씨도 볼 수 없어
송여자도에서 가장 남쪽 길로 빠지면 여자만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를 만난다. 이 정자에서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무인도와 주변의 경관은 일상에 지쳐있던 심신을 한결 밝고 즐겁게 해준다.

여자도에 사람이 처음 살았던 때는 임진왜란 직후에 성명 미상의 남원 방씨가 처음 여자도에 입도하면서 부터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송여자도 둘레길 쉼터. 사진 / 조용식 기자
송여자도 둘레길에서 바라본 여자도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함께 둘레길을 걷던 황창근 여자중계민원처리소 소장이 김녕 김씨 문중의 묘를 지나며 “임진왜란 당시 성명 미상의 남원 방씨가 처음 여자도에 입도하여 마파 마을에 살았어요. 그 후 초계 최씨가 풍랑을 피하고자 대동마을에 입향하여 마을이 형성됐다”고 마을 유래에 대해 알려주었다. 

소나무 길을 지나 송여자도 중간 즈음에 도달하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보인다. 지난 2014년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여자도가 선정되어 조성한 쉼터이다. 

둘레길을 걸으며, 황량한 느낌이 들어 어떤 종류의 야생화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야생화가 참 많았지요. 그리고 할미꽃, 논 옆에 나는 질갱이, 백하수오 등이 지천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낚시하러 온 사람들, 등산객들이 약이 된다는 말을 듣고 몰래 캐가더니 이제는 씨도 볼 수 없게 되었어요.”

몰지각한 여행객들 덕분에 섬에 남아나는 것이 없어 야속하다는 심정을 토로하는 정광훈 이장. 그는 “이제는 노령화 현상으로 섬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특히 여자도 사람들은 낮에도 바다로 일을 나가기 때문에 섬을 가꿀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없다”며 “자연을 감상하고, 함께 보존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섬 여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여자도가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밭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밭농사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칡넝쿨이나 잡초들만이 무성히 자라는 버려진 밭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도 몇몇 밭에서는 잔병치레가 없다는 비파나무를 심어 소득을 올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예전의 분교였던 학교를 새롭게 재단장해서 민박시설로 사용하고 있다.사진 / 조용식 기자
7개의 교량낚시터가 있는 인도교. 송여자도 둘레길에서 대여자도를 연결하는 다리이기도 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봉장어가 힘차게 뒤틀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인도교. '봉장어다리'라고도 불린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송여자도 둘레길의 끝자락에는 깔끔하게 세워진 집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마을 분교였던 곳이지만 폐교가 되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마을에서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두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별채와 일반 객실 2개, 그리고 세미나실까지 마련되어 가족여행은 물론 사원 연수로도 이용할 수 있다. 여자도에는 교량 낚시터 휴게소를 비롯해 펜션 2곳, 민박 4곳의 숙박시설이 있다.

봉장어가 꿈틀대는 모습의 인도교에서 낚시를 즐기다
‘붕장어다리’라는 애칭의 인도교에는 ‘夢(꿈)’이란 제목의 낚시를 하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월척을 낚는 모습의 조형물이 인도교에 있는 이유는 바로 7개의 교량낚시터가 있기 때문이다.

황창근 소장은 “지난 2012년 4월에 준공한 길이 560m, 폭 3m의 인도교에는 교량 낚시터 7개가 있으며, 인도교 끝에 교량낚시터 휴게소가 있어 매점, 식사 및 숙박시설로 운영하고 있다”며 “휴게소는 조만간 재단장에 들어가 더욱 편리한 시설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교의 오른쪽 교각 밑에는 갈매기들이 배설한 흔적들이 그들의 영역을 알리고 있으며, 교각 곳곳에는 주변의 경치와 어울리는 시들이 걸려 있다. 

여자도의 숨은 비경인 검은 자갈 해수욕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아주 짤게 부서지고 맨들맨들한 검은 자갈. 사진 / 조용식 기자
밀려오는 쓰레기로 그동안 사람들의 이용이 어려웠던 검은 자갈 해수욕장이 조만간 편의 시설을 갖춘 해수욕장으로 선 보일 예정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인도교를 건너면서 멀리 검은 색깔의 작은 섬 하나를 볼 수 있다. 여자도에서는 이 섬을 ‘검등여’라고 부르는데, 섬 위에는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전봇대는 교환식 전화기를 사용했던 시절 전화선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다. 

인도교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데크를 따라가면 여자도만의 숨은 비경을 만날 수 있다. 김명식 여수앤썸 이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검은 자갈로 펼쳐진 해수욕장이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은 것이 놀랍다.

이곳으로 밀려오는 쓰레기에 대한 정기적으로 수거하고, 담수시설을 이용하는 편의시설을 확충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 될 것”이라며 “여자도의 검은 자갈 해수욕장은 조용히 쉬고 가려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여행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량낚시터 휴게소를 지나 마파마을로 들어선다. 마파마을에는 여자중계민원처리소와 보건소가 있으며, 이곳에서 대동마을까지는 신작로를 이용해 약 30분을 걸어서 이동한다.

수령 280년이 넘은 대동마을 보호수. 사진 / 조용식 기자
마파마을에서 대동마을로 가는 길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마파마을에서 대동마을로 이어지는 신작로. 사진 / 조용식 기자
대동마을에 있는 소라초등학교 여자분교장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대동마을 포구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신작로에는 벚나무가 심겨 있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으며 길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대동마을에는 관우와 연우, 지우 등 3명의 어린이가 공부하는 소라초등학교 여자분교장이 있다. 또한, 마을의 전력을 공급해 주는 발전소와 경찰치안센터가 있다.

여자도에는 낙지, 피조개(새꼬막), 바지락, 주꾸미, 새우, 전어 등 어패류가 풍부하며, 감성돔이 많이 잡혀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취재협조 여수시청 어업생산과 / 여수앤썸

여수시청(1899-2012) 어업생산과는 어업 생산 정책, 자원 증식, 불법어업 근절대책, 어업 지도, 어선 사고예방, 어장 보전 등의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여수앤썸(010-4005-4897)은 여수지역의 섬 여행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전문여행사. 개별, 단체, 연수, 트레킹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개별여행, 단체여행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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