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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구국의 영웅을 만난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구국의 영웅을 만난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3.07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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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면 이순신, 그리고 거북선축제
여수는 이순신 장군과 깊은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매년 5월이면 이순신광장 등지에서 여수거북선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여수를 둘러싼 바다에는 어디에나 이순신 장군의 자취가 남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수와 이순신의 관계는 깊다. 여수 곳곳에 남은 이순신 관련 유적들과 매년 5월 열리는 축제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여수에서 시작되었다. 임진왜란 발발 1년 전인 1591년에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임명된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도수군절도사영(이하 ‘전라좌수영’)이 있던 지금의 여수 지역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을 치르기 위해 출정을 했던 곳이 여수 묘도였다. 그는 임진왜란의 시작과 끝을 여수와 함께 했던 것이다.

노량해전 장면을 떠올려보는 묘도
묘도는 여수 북쪽에 있는 광양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여수와 광양은 2013년 전면 개통된 이순신대교로 연결되어 있는데, 노량해전이 치러진 해역이라는 연관성에 의해 이름 지어졌다. 진해령 여수시문화관광해설사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곳이 하동에 속한 노량리 앞 바다라 노량해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전투는 순천ㆍ광양ㆍ여수ㆍ하동ㆍ남해에 걸친 해역 전체에서 벌어졌다”고 말한다.

묘도에서 광양으로 이어지는 이순신대교 전경. 노량해전은 순천ㆍ광양ㆍ여수ㆍ하동ㆍ남해에 걸친 해역 전체에서 벌어졌다. 사진 노규엽 기자

7년에 걸쳐 이어졌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은 왜군으로서는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전투였다. 그러나 바다는 이순신 장군이 장악했던 상황. 순천왜성에 갇혀있던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아군에 구원을 요청했고, 시마즈 요시히로를 비롯한 왜군 선단은 경남 사천과 남해 등지에서 출동해 구출 및 퇴각작전을 펼쳤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살려서 보낼 생각이 없었죠. 묘도에 대기하고 있는 조선과 명나라의 수군연합군은 서쪽으로는 퇴각하는 고니시 군단을 막으면서 동쪽으로는 지원군을 상대해야 했던 겁니다.”

전투 결과 왜군 선단 대부분을 격파하는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왜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하고 만다. “싸움이 급하다. 부디 내 죽음을 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일화는 삼척동자도 알만큼 유명하다. 이로 인해 노량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알려졌고, 그의 죽음에 조선 수군과 백성은 물론 명나라 수군과 진린 도독도 크게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묘도휴게소에 자리한 이순신대교 홍보관은 이순신대교의 모습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이면서 노량해전 격전지를 살피기에도 좋은 곳이다. 홍보관 내 전망대에 오르면 건너편 광양을 비롯해 동서 해역이 펼쳐진다. 지금은 한가로운 바다 전경이 펼쳐지지만, 노량전투 당시에는 조선ㆍ명ㆍ왜 3국의 군선이 바다를 새까맣게 채웠을 장면을 상상해볼 수 있다.

묘도휴게소에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봉화산 정상의 봉수대. 사진 노규엽 기자
봉화산 정상에서는 여수산단의 모습도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한편, 진해령 해설사는 “걸어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봉화산 전망대에 가면 보다 넓은 해역을 볼 수 있다”고 추천한다. 봉화산 정상에는 노량해전 당시에도 있었다는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을뿐더러, 여수산단 방면의 바다도 한 눈에 보여 조망을 즐기기 좋다. 밤이면 여수와 광양 방면 모두 멋진 야경이 펼쳐지는 명소로도 이름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묘도휴게소 아래에 있는 도독마을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명나라 진린 도독이 거느린 명나라 수군이 주둔했다 하여 도독마을로 명칭이 굳어진 이곳은 전투 당시 장면을 벽화로 그려놓은 것 외에 딱히 관련 유적이 남아있지 않지만,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바다와 이순신대교를 보다 가깝게 볼 수 있는 장소다.

Info 묘도휴게소
주소 전남 여수시 묘도동 2020

명나라 수군을 지휘한 진린 도독이 주둔한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도독마을에서 본 이순신대교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전라좌수영 흔적 남은 여수구항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더 알고 싶다면 여수구항에 있는 거북선에 꼭 들어가 봐야 해요. 고소대와 진남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답니다.”

지금은 항구로서의 역할을 잃고 공원화되었지만, 여수구항은 조선 시대 전라좌수영의 선단이 정박하는 곳이었다. 중앙동로터리에 우뚝 서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으로 이순신광장과 거북선이 조성되어 있다. 거북선 내부에 들어가면 실제 크기의 모형을 통해 조선 수군이 어떻게 거북선을 운용했는지 볼 수 있고, 장군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즐길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이순신광장에 있는 전라좌수영 거북선 내부에 들어가면 모형으로 연출된 거북선 운용 현장을 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이순신광장을 기준으로 육지 쪽에는 전라좌수영 본영이었던 진남관이 있다. 진남관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로, 중앙동로터리 방면으로 길을 건너 고소동 벽화마을 초입에 있는 고소대와 연계하여 찾아갈 수 있다. 고소대는 이순신 장군이 군령을 내리던 곳으로, 현재는 이순신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세운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그의 전사를 슬퍼하며 부하들이 세운 타루비 등을 볼 수 있다. 고소대에서 큰길 가로 이동하다 다리를 건너면 진남관이다. 2020년 12월까지 해체 복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지금은 진남관의 위용을 볼 수 없지만, 입구에 있는 작은 전시관은 열려 있으므로 모형으로나마 당시의 진남관 예상도를 볼 수 있다. 진남관 앞에서 이순신광장 방면을 바라보면 돌산도 좌우로 여수로 들어오는 물길이 훤히 보이니 과연 전라좌수영의 본진이었음이 느껴진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여수 동쪽 바다와 마주한 마래산 자락에 위치한 충민사는 왜란 종결 이후인 1601년에 왕명에 따라 지어졌다. 이순신 장군 사당으로서는 최초의 사액사당으로, 통영 충렬사보다 62년, 아산 현충사보다는 103년 전에 건립되었다.

진남관 입구에 있는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노량해전 디오라마. 사진 노규엽 기자

현재는 공원으로 만들어져 여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충민사에도 유물전시관이 있어 이순신 장군이 승리로 이끌었던 주요 해전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충민사 옆에 나란히 붙은 사찰 석천사는 오랜 세월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제사를 관장해왔던 곳이자 왜란 당시 승병(의승수군)들의 집결지였던 곳이다.

Info 이순신광장
주소 전남 여수시 중앙동 385-6

Info 충민사
주소 전남 여수시 충민사길 52-23

반세기 이상 이어온 진남제의 정신
여수에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많은 만큼, 관련 축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52회를 맞는 여수 거북선 축제로, 1967년에 시작된 진남제의 바뀐 이름이다.

진남제는 이순신 장군을 포함해 임란 당시 희생된 선열의 넋을 달래는 축제다. 올해에는 5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축제가 이어지는데, 5월 4일은 매년 축제기간 중에 반드시 포함된다. 진해령 해설사는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서 첫 출정을 한 날이 5월 4일”이라며 “5월 7일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임란의 전체 전황을 뒤바꾼 것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순신 장군 관련 사당 중 가장 오래된 충민사. 사진 노규엽 기자

거북선축제 기간에는 여수시 전역에 걸쳐 행사가 진행된다. 충민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넋을 기리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이충무공 동상과 무명수군 위령탑 참배, 고소대 참관 등 제례행사는 물론, 종포해양공원 앞 해상에서는 현대 기술을 가미한 해상수군출정식과 선박 100여 척이 동원되는 해상퍼레이드가 장관을 펼친다. 여수 전래 민속놀이인 소동줄 놀이, 거문도 뱃노래, 현천소동패놀이 등도 볼거리를 선사하고, 용줄다리기대회, 거북선가요제 등도 열려 여수 시민뿐 아니라 여행자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Mini Interview>

차종칠 (사)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 축제위원장

거북선축제는 임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호국정신과 거북선을 만든 창조정신, 화합정신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개척정신 등 여수에 전해져 오는 진남 정신을 계승하는 자리입니다. 오랜 역사를 이어왔던 만큼, 시민들이 참여하고 젊은이들도 함께 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매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축제기간에 여수를 방문하여 자랑스러운 우리 정신문화 유산을 이어나가는 기회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Info 제52회 여수거북선축제
기간 5월 4~6일
장소 이순신광장 및 여수시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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