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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자그락자그락 무슬목 해변부터 향일암까지
자그락자그락 무슬목 해변부터 향일암까지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3.12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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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테두리, 해안선을 만나다
향일암의 일출. 사진 / 김성환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여수]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 여수. 누군가는 여수의 밤바다를 노래하고, 섬에 깃든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여수의 테두리, 해안선을 따라가는 여정은 온전히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색다른 여행이다.

덜컹거리는 시골 버스는 낭만을 싣고 달린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나누는 주민들의 정겨운 대화, 설렘 가득한 눈으로 차창을 바라보는 여행객들까지. 시내에서 돌산도 동쪽 해변을 보여주며 향일암으로 향하는 111번 버스에서는 한적한 시골 풍경과 남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여수 시내에서 향일암으로 향하는 111번 버스. 사진 / 조아영 기자

돌산도와 해안선을 달리는 111번 버스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의 시골 풍경 사이를 달린다. 굽이굽이 산 능선이 펼쳐지고, 그 아래에 자리한 소박한 마을과 논밭이 보여 도시를 벗어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차창으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볕과 버스 안을 맴도는 나지막한 라디오 음성에 까무룩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방죽포 해수욕장에서부터 향일암까지는 해안선과 가까워 버스 안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놓치면 아쉬운 구간이다.

111번 버스의 배차간격은 50~70분이며 하루 18회 운행하기에 원하는 곳에 내려 여유롭게 둘러보고 다시 승차하며 즐겨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들러볼 만한 곳 중 하나는 무슬목 해변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로도 알려진 이 해변은 무실목 또는 무술목이라고도 불린다. ‘무슬목’ 정류장에 내리면 해양수산과학관 건물이 보이며, 해변은 과학관 뒤편에 자리해 있다.

무슬목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들. 사진 / 조아영 기자
무슬목 해변은 몽돌과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해변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무슬목 해변에 다다르면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귀를 사로잡고 큼지막한 몽돌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이따금 투박한 몽돌로 켜켜이 쌓은 작은 돌탑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돌탑에는 어떤 소원이 어려 있을까 짐작해보며 자그락자그락 몽돌 위를 걷는다. 해안가로 내려가면 야트막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더욱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또한, 무슬목 해변은 방죽포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여수 갯가길 2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해 걷기 여행자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곳이다.

'방죽포' 정류장에 내려 걷다 보면 방죽포 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소나무 숲은 방죽포 해수욕장의 또 다른 상징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방죽포 해수욕장에는 고운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여 달려 ‘방죽포’ 정류장에 하차하면 방죽포 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다. 해변보다 앞서 방문객을 반겨주는 소나무 숲은 방죽포 해수욕장의 상징. 숲 사이로 난 길을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레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고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인상적인 방죽포 해수욕장은 파도마저 잔잔하다. 해변의 규모는 작지만 맑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누리기에 그만이다.

Info 여수 111번 버스
시내에서 향일암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는 왼쪽, 반대로 되돌아올 때에는 오른쪽 자리에 앉아야 바다를 볼 수 있다. 기점에서 종점까지는 총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종점 미평초등학교↔임포(향일암)
첫차ㆍ막차시간 미평초등학교 출발 오전 4시 30분, 오후 10시
배차간격 50~70분
주요 노선 시외버스터미널~중앙여고~경찰서~진남관~서시장~돌산대교~무슬목~둔전~죽포(두문포)~방죽포~대율~임포(향일암)

Tip 스마트폰 앱 ‘여수 교통정보’를 설치하면 버스 여행이 한결 편리해진다. 버스노선, 운행시간표, 정류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초행길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향일암으로 향하는 돌계단에서는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돌부처상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발아래로 남해안이 펼쳐지는 사찰, 향일암

‘해를 향한 암자’라 붙여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출명소로 이름난 향일암. 돌산도의 끄트머리이자 111번 버스 종점에 자리 잡고 있어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에 제격이다.

버스에서 내려 향일암으로 가는 길목에는 돌산 특산물인 갓김치를 판매하는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천 원을 받고 막걸리 한 잔과 갓김치를 내어주는 가게도 있지만 지나친 호객행위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매표소에서 향일암까지 가는 길은 돌계단을 이용하거나 계단이 없는 경사로를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뉜다. 쉬엄쉬엄 계단을 오르면 20분 정도 소요되며, 경사로로는 15분 정도 걸어야 향일암에 도착할 수 있다. 돌계단은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무척 가파르지만 오르는 동안 등용문과 작은 부처상 등 볼거리가 풍성해 힘든 발걸음을 달래준다.

향일암 조망점에서 내려다 본 거북의 목에 해당하는 지형. 사진 / 조아영 기자
성인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좁은 석문. 사진 / 조아영 기자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숨을 고르고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향일암 조망점에 이른다. 전설에 따르면 향일암이 자리한 금오산은 경전을 등에 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을 갖추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에 얽힌 전설을 증명하듯 발아래로 펼쳐진 남해안의 절경을 바라보다 보면 둥그렇게 돌출된 지형이 시선을 잡아끈다. 돌출된 지형은 거북의 목에 해당하며, 신라 시대 원효대사는 이곳을 둘러본 뒤 명당임을 알아채고 거북의 등에 향일암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바위는 거북의 등껍질 모양을 하고 있어 흥미로움을 더한다. 이러한 바위를 기둥 삼아 만든 석문(石門) 또한 향일암만의 특징이다.

원효스님 좌선대에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돌산도 남쪽 섬들과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향일암.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대웅전 위로 2분 거리에 자리한 관음전이다. 절벽 아래로 원효대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를 볼 수 있으며, 좌선대 위로 동전을 던지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 동전을 던지거나 바위틈에 동전을 붙이며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절벽 위로는 인공적으로 만든 자그마한 거북 모양 바위들이 서 있어 목에 염주를 걸거나 머리에 동전을 올려놓으며 간절한 마음을 보탠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관음전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돌산도 남쪽 섬들과 푸른 바다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근사한 뷰포인트에서 원 없이 바다를 조망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해보자.

Info 향일암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ㆍ군인ㆍ경찰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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