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6월호
[양소희의 섬여행] 천연기념물의 향연, 백령도 ①
[양소희의 섬여행] 천연기념물의 향연, 백령도 ①
  • 양소희 여행작가
  • 승인 2018.04.02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암절벽부터 콩돌해변, 점박이물범까지... 백령도에서만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두무진 해변.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옹진] 살다보면 그냥 주변의 많은 것으로부터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벼워지는 때가 있다. 배를 타고 푸른 바다 물살을 가르며 섬으로 향하는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그 때문이리라.

그러나 뭍에서 가까운 섬들은 하나 둘 다리가 놓이고 있어 여행자들이 꿈꾸는 순수한 섬을 찾는 일은 점점 쉽지 않다. 일상으로부터 완벽한 일탈을 꿈꾼다면 백령도(白翎島)로 떠나보자.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곧장 가면 2시간 걸릴 거리인데 같은 위도에 북한 땅이 있어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나가 공해로 빠졌다가 백령도로 가기 때문에 4시간이나 걸려 가야하는 안타까운 곳이기도 하다.

백령도는 한적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선사한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쾌속선에 몸을 실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다보면 지루할 사이 없이 백령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두무진의 비경이 기다리고 있고 반짝이는 오색 돌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콩돌해안이 우리를 반긴다.

설화 속 심청이가 실존인물인 것에 놀라게 되는 곳, 우럭, 놀래미, 광어, 농어들이 잡혀 손맛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낚시여행을 할 수 있는 곳, 사곶해변을 시원하게 달리다 천천히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따라 하염없이 걷는 흰나래길까지.

어느덧 세상살이 분주한 관계 속에서 속 끓이던 상념이 없어지고 감탄사만이 나를 사로잡게 된다.

신이 빚어 놓은 절경이라 불리는 두무진.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태초의 신비와 아름다운 풍경, 두무진
백령도의 두무진(頭武津) 포구에 도착해서 유람선을 타고 감상하게 되는 절경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기다린다.

예로부터 ‘신이 빚어 놓은 절경’이라 찬사를 받아 온 곳으로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이 약 4km 길이에 걸쳐 위풍당당하게 병풍처럼 서서 마치 사열을 받는 듯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두무진의 지명은 동국여지승람(1486년)에는 두모포(頭毛浦), 백령진지(1802년)에는 두모(頭毛)라 기록되어 있다. 모(毛)의 의미는 털의 뜻과 풀(草)의 뜻이 있는데 길게 늘어선 바위들이 마치 무성하게 자란 풀처럼 보여 ‘바위들이 풀같이 솟아있다’는 의미로 두모진(頭毛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백령도의 관문이라는 의미로 두무진(頭門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예전부터 이곳은 서해안 교통의 요충지로 해적의 출입이 많았던 곳이었는데 구전에 의하면 1816년 기독교 최초의 한문성경이 영국해군 함선 Alcester호와 Lyra호에 의해서 백령도에 전해졌고 1832년 우리나라 최초의 선교사인 키슬라프 목사와 1865년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인 토마스 선교사가 두무진을 통해 상륙했다고 한다.

따라서 두무진이라 불린 것은 백령도의 북서쪽 꼭대기(頭)에 있는 문호라는 의미였다. 이후 러일전쟁 때 일본군의 병참기지가 이곳에 생기고 나서 용맹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모양이라는 뜻의 두무진(頭武津) 명칭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해질 무렵 두무진은 잊지 못할 여행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의 절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각양각색의 기암절벽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바다의 거센 파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이곳의 지질은 약 12억 년 전 원생대에 형성된 매우 단단한 규암이 주된 성분인데 사이사이에 규암보다는 약한 지질의 이질암, 실트암 등이 있어 풍화작용에 차별침식 되면서 바위에 여러 무늬를 새겨 놓았고 규암이 풍화작용에 의해 붉은 색을 띠게 되어 기암절벽의 무늬와 함께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쪽 해안을 따라 돌면 명승 8호인 두무진의 바위들을 만나게 된다. 선대암, 형제바위, 사자바위, 고릴라 바위, 말 바위, 우럭바위, 코끼리바위, 병풍바위, 부처님바위, 물개바위, 낙타바위, 송곳바위, 잠수함바위와 물이 빠지면 먹을 수 있는 식수가 나오는 찬물 나드리까지 이들은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해안암벽에는 해국(海菊)이, 해안에는 땅채송화, 갯방풍, 벌노랑이 같은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큰 바위 틈에 서는 범부채를 볼 수 있다.

절벽을 집으로 삼아 서식하는 까만 가마우지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가 나들이를 나온다. 운이 좋은 날에는 코끼리 바위를 지날 때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점박이물범(Phoca vitulina largha)이 헤엄치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물범. 사진제공 / 옹진군청

백령도에서 볼 수 있는 점박이물범은 은회색 바탕에 타원형 점무늬를 가진 잔점박이 물범이다. ‘우용’, ‘해표’, ‘강치’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포유류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진귀한 해양포유동물이다. 겨울철에는 중국 발해만의 빙해 위에서 번식해 이듬해 여름이 가까워지면 서해의 풍부한 먹이를 먹으며 성장하기 위해 백령도로 남하한다.

1940년대에는 그 개체 수가 약 8천 마리였는데 현재는 약 300여 마리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어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가 바로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이다.

두무진의 해안 도보 코스(좌)와 통일기원비(우).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배에서 두무진 포구에 내리면 이번에는 도보 코스도 놓치지 말자. 포구 왼쪽에 있는 해안 자갈길을 따라 선대암이 보이는 능선에 오르면 멀리 장산곶을 향하여 세워진 통일기원비를 만나게 된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면 선대암, 형제바위 등 두무진의 풍광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하고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해가 떨어질 즈음이라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명장면을 연출한다.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콩돌해변.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파도가 돌을 쓰담쓰담... 콩돌해변
두무진과 같은 거대한 기암절벽에서 침식된 돌들이 둥근 자갈이 되고 오금포 해안으로 밀려와 파도가 돌을 쓰담고 또 쓰다듬어 이렇게 작은 콩알이 되기까지 백령도의 시간은 얼마나 많이 흘렀을까?

해변에 도착하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자갈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걸어 보자. 따뜻한 돌들이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너무 좋아 어느새 여행의 피로가 싹 사라져 버린다.

콩돌해안은 옹진군 백령면 남포리 오금포 남쪽에 있는 해안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작고 매끄럽고 귀여운 콩돌들이 길이 800m, 폭 30m의 해변에 덮여 있다. 1997년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정구역이 2,805,344㎡에 이른다.

남한에서 유일한 백령도의 콩돌해안은 북한지역 함경남도 이원해안에도 한 곳 더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콩돌해안을 천연기념물 제 289호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해변에 앉아 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흰색, 회색, 청회색, 보라색, 갈색, 검은색, 적갈색 등 저마다 다른 돌의 색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크기는 약 2.0㎝에서 4.3㎝로 작은 돌에서부터 큰 자갈까지 있으며 다양한 무늬를 가지고 반들반들 윤이 난다.

예쁜 생김새로 갖고 가고 싶은 욕심이 들어도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반출을 금지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한참 구경을 하다보면 반짝이는 작고 예쁜 콩돌을 가져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지역 주민들이 아무리 지켜도 이곳에 왔다간 사람들이 몰래 몰래 조금씩 가져가 이곳의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콩돌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콩돌을 가져가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작고 예쁜 돌들이 해안을 덮고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콩돌 하나를 파도가 만들려면 적어도 몇 백 년은 쓰다듬어 줘야 한다. 언제든 백령도의 콩돌 해변에 와서 파도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보석을 즐길 수 있도록 눈으로만 가득 담아가길 바란다.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는 드넓은 사곶해변.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차를 타고 해변을 시원하게 달려 보자! 사곶해변
백령도 여행은 두무진과 콩돌해변을 지나 사곶해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세계를 보여준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해변의 모래 위는 발이 푹푹 들어가서 걷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곶해변은 물이 빠져나가자마자 시멘트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규조토 해변이 나타나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달려도 바퀴가 모래에 빠지지 않는 특별한 지형 및 지질상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안과 함께 세계 두 곳 밖에 없다는 이곳은 나폴리 해안보다 그 규모가 더 크다.

썰물 때면 길이 3㎞, 폭 0.2㎞의 천연 비행장 활주로가 모습을 드러내 한국전쟁 당시에는 비행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군부대 비행장으로 사용하면서 군사통제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다가 1989년 초 해제되면서 귀한 자연 경관을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었고 죽기 전에 꼭 가 봐야할 국내여행지가 되었다.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에 오르면 사곶해변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사곶해안에서 화동유채꽃 단지를 지나 백령대교를 건너면 바로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이곳에 오르면 사곶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담수호인 백령호와 툭 트인 바다 경관을 사진에 담기 좋다.

양소희 여행작가
<인천섬여행>의 저자이며 전남 가고 싶은 섬 자문위원으로 섬을 사랑하는 여행작가이다. 강의, 방송활동, 여행 콘텐츠 개발, 여행콘서트 등 여행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