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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꿀꿀, 황금돼지가 복을 선물하는 창원 돝섬에 가다
꿀꿀, 황금돼지가 복을 선물하는 창원 돝섬에 가다
  • 양수복 기자
  • 승인 2018.04.03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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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이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작은 섬
돝섬의 마스코트, 황금돼지상이 섬 초입에 서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여행스케치=창원] 마산 앞 바다에 뜬 작은 섬, 돝섬에 신록의 계절이 찾아오면 5월의 여왕 장미와 솔이 우거져 작은 섬을 푸르게 메운다. 섬에는 시비와 조각상 등 예술작품이 곳곳에 자리해 꽃과 나무, 그리고 예술과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다보면 절로 시상이 떠오르고 노래 가락이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바닷바람 맞고 달리던 유람선이 돝섬에 도착하면 황금돼지 한 마리가 늠름하게 서 있다. 배에서 내린 방문객들이 황금돼지를 쓰다듬고 기념사진을 남기려 포즈를 취한다. 돝섬의 마스코트, 황금돼지는 돝섬에 내려오는 전설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설 속 ‘황금 돝’과 만나다

황금돼지상 뒤로는 전설을 이야기해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왕과 여인이 등장하고 돼지는 화살에 맞아 쓰러져있다. 남효숙 창원시 문화관광해설사가 “옛날, 가야 가락왕의 총애를 받은 후궁 미희가 있었어요”라며 전설의 운을 뗀다.

왕의 사랑을 받았지만 고향을 잊지 못한 미희는 홀연 궁을 떠나버렸다. 어느 날, 한 어부가 지금의 돝섬에서 배회하는 미희를 발견했고 신하들이 그녀를 찾아가 돌아오라 재촉했다.

미희는 돌연 금빛 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 돼지 한 마리가 사람을 괴롭힌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고 이에 군사들이 돼지를 찾아내 활을 쏘고 창으로 내리쳤다.

유람선에서 내려 돝섬으로 들어오는 방문객들. 사진 / 양수복 기자
돝섬홍보관에서 황금돼지의 전설을 비롯해 돝섬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그러자 별안간 빛줄기가 미희가 떠돌던 섬으로 사라졌고 섬은 돼지 형상으로 변했다. 그때부터 섬에서는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고 괴이한 광채가 일었다고 한다. 

남 해설사는 “훗날 최치원 선생이 섬을 향해 활을 쏘고 이튿날 활 맞은 자리에 제를 올렸더니 이상한 일들이 사라졌대요”라고 덧붙인다. 그 후 이 섬은 돼지의 옛말을 따 ‘돝섬’으로 이름 붙여졌다.

돝섬은 황금돼지가 배회하던 가슴 아픈 전설을 품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보다 밝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황금돼지상을 가슴에 품으면 부자가 되고, 섬 둘레를 한 바퀴 돌면 1년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이야기 따라 돼지를 한 번씩 안아보는 방문객의 눈빛이 빛난다.

자연의 향취, 예술의 멋과 함께 돌자, 돝섬 한바퀴

작은 섬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해안 둘레길을 걷는다. 황금돼지상 왼편으로 자리한 출렁다리를 건너며 길은 시작한다. 길이 섬을 빙그르르 둘렀기 때문에 반대편으로 돌기 시작해도 코스는 마찬가지다.

둘레길을 따라 선비 10인의 시비가 자리한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안병철 작가의 작품 <생명-영(影)>. 사진 / 양수복 기자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창원 월영대를 노래한 선비 10명의 시비와 20여 점의 조각이 곳곳에 있어 심심할 틈 없이 눈이 즐겁다.  남 해설사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월영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그의 학문세계를 흠모한 여러 선비들이 고운 선생과 월영대를 기리는 시를 여럿 남겼다”고 설명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퇴계 이황 선생의 시비가 눈에 띈다.

늙은 나무 기이한 바위 푸른 바닷가에 있건만 / 고운이 놀던 자취 내처럼 사라졌네 / 오직 높은 대에 밝은 달이 길이 남아 / 그 정신 담아다가 내게 전해주네  

섬 전역에 흩어져있는 조각들은 지난 2012년 열린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설치된 것. 씨앗을 모양으로 생명의 근원을 표현한 안병철 작가의 작품 <생명-영(影)> 표면에 나무와 바다가 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노준 작가가 고양이와 강아지를 캐릭터화한 <물 위의 클로와 수키>는 기념사진의 배경으로 인기 있다. 걷는 동안 시를 따라 읊고 조각 앞에 서서 잠깐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금세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섬 초입. 사진 / 양수복 기자
마산의 두 예술가를 기리는 비가 우뚝 서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돝섬에서 만날 수 있는 김주현 작가의 작품 <꽃>. 사진 / 양수복 기자

짧은 산책이 아쉽다면 정상에 올라가봐도 좋다. 정상은 불과 50m이며 황금돼지상 오른편 데크길을 통해서도, 둘레길 중에 만날 수 있는 섬 남동쪽의 팔각정을 통해서도 오를 수 있다. 

가는 길에는 꽃과 나무가 깔끔하게 조경되어 있어 차분한 휴식에 제격이다. 섬 초입과 정상을 오가는 길목에 자리한 바다장미원은 특히 5월에 빛을 발하는 곳. 남 해설사는 “푸른 돝섬에 만개하는 색색의 장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말한다.

섬 정상에 도착하면 한쪽에는 마산의 두 예술가 노산 이은상 시인과 화가이자 조각가로 활동했던 문신 작가를 기리는 비가 바다 너머를 바라보듯 우뚝 서 있다.

섬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체험거리

돝섬에는 여행의 추억을 더하는 체험거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섬 북쪽과 동쪽의 바다체험장에서 조개줍기와 낚시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물 아래 숨은 조개를, 어른들은 낚시질의 손맛을 느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물때에 따라 체험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방문하는 편이 좋다.

작은 동물원에서 아이가 토끼를 쓰다듬고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바다체험장에서 조개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황금돼지상 오른편에 공작, 토끼, 닭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동물원도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때 맞춰 날개를 활짝 편 공작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직접 우리 안에 들어가 토끼와 닭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어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먹이는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돝섬을 오가는 유람선에도 갈매기에게 던져줄 수 있는 과자가 준비되어 있다. 무인으로 판매되는 과자를 사서 갈매기 한 입 나 한 입씩 먹다보면 금세 선착장에 도착할 것이다. 끼룩끼룩 울며 배꼬리를 졸졸 따라오는 갈매기들이 따사로운 바다 풍경을 만들어낸다.

Tip 돝섬 들어가기

돝섬으로 가는 유람선은 창원연안크루즈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돝섬까지는 10여 분 소요된다.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55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는 배가 운행하지 않는다. 돝섬에서 나오는 배편은 오후 6시가 마지막이다.
왕복도선료 대인 8000원, 중고생 7000원, 소인 5000원
입장료 무료

Info 창원연안크루즈터미널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제2부두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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