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0월호
[골목길여행] 창원 예술인의 거리, '사이로'...골목길 벽화와 따뜻한 커피 향이 좋은 곳
[골목길여행] 창원 예술인의 거리, '사이로'...골목길 벽화와 따뜻한 커피 향이 좋은 곳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4.04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인의 정취가 소박하게 담긴, 사림동 문화 골목길
'사이로'는 아기자기한 벽화와 함께 예술을 즐기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창원] 무엇이든 가까이 두고 접하면 친숙해지는 법이다. 예술도 그렇다. 아름답거나 멋진, 또는 분위기가 있는 예술작품을 마주하면 마음 속 여유도 절로 생겨난다. 창원 시내 한편, 하루 동안 예술적 감수성에 취해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문화와 주민과 골목 사이로 예술이 만나 쉬어가는 곳’이라 소개되어지는 ‘사ㆍ이ㆍ로(이하 ‘사이로’)’다.

평범한 주택가 골목에 밝은 톤의 벽화가 눈에 들어오고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붙어있다. 고양이 그림이 숨어있는 담벼락을 살피며 거닐다보면 작가 이름이 적힌 배너를 통해 그곳이 누군가의 작업실임을 알 수 있고, 똑똑 문을 두드려 들어가면 ‘사이로’ 예술가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창원 사림동에 있는 예술촌 '사이로'에는 전봇대마다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크기가 작아도 소박한 감성이 느껴지는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예술인들이 모이며 형성된 ‘사이로’
‘사이로’로 떠나는 여행은 경남도립미술관을 기점으로 삼는다. 미술관 입구에서 길을 건너면 전봇대마다 ‘사림동 사ㆍ이ㆍ로’라는 깃발이 펄럭인다. 이곳에서부터 동네 안쪽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구역이 문화주민골목 ‘사이로’다.

‘사이로’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은 1980년대에 창원대학교가 인근으로 이전을 오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동네. 창원대학교 자리에 살던 사람들이 개천 건너편 사림동으로 옮겨왔고, 창원대 학생들을 보듬기 위한 원룸 건물들도 들어섰다. 정희정 (사)한국미술협회 창원지부 사무국장은 이러한 동네의 역사가 ‘사이로’ 형성의 배경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창원대학교가 가까이 있어서 예술인들에게 사림동이 익숙한 동네인 점이 한몫했죠(창원대에 미술학과가 있다). 오래된 동네라 임대료가 저렴한 작업실을 구하려는 예술인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촌이 된 점도 있습니다.”

최근 신축되는 집들은 반지하 공간이 거주지로 허가가 나오지 않기에 임대료가 저렴한 반지하 공간을 갖춘 사림동으로 예술인들이 모였다는 이야기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벽화를 찾아내는 성취감도 '사이로' 여행의 재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이로’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건 한국미술협회 창원지부(이하 창원미협)에서 작가들의 작업실을 정비하고 골목을 꾸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의외로 ‘사이로’ 내에는 설치된 작품이 별로 없다. 골목길 정비 사업에서는 건물주와 마을 주민들의 이해와 설득이 힘든 이유 때문이다.

“아무래도 개인 소유물인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걸 선뜻 받아주시는 분들이 많진 않아요. 혹 허락하시더라도 벽에 구멍을 내야 하는 등의 조형물 설치는 꺼리시는 분들이 많죠.”

그래도 창원미협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들을 설치해 ‘사이로’를 꾸몄다. 개수가 적으니 오히려 벽돌담 사이를 거닐다 숨어있는 듯 노출되어 있는 벽화를 찾아내는 앙증맞은 즐거움이 반긴다.

포토존 용도로 만들었다는 조형물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예술촌을 문화산책길로 바꾸는 일
현재 ‘사이로’에는 서양화ㆍ한국화ㆍ조각ㆍ공예ㆍ서예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작가 작업실 17곳이 있어, 삼삼오오 모여 작업하는 광경을 엿볼 수 있다. 어떤 곳은 반은 작업실, 반은 갤러리로 오픈해 놓았고, 다른 곳에서는 그림이나 서예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처음에는 동네주민들과의 소통이 어려웠지만, 막상 정비를 시작하니까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주더라고요.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죠. 그 지평을 넓혀야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 ‘사이로’ 사업입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이 동네에 예술인들이 운영하는 창작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정비하고 앞에는 배너를 세워 어떤 분야의 예술인이 있다는 점을 홍보했다. 그 중 몇 곳은 윈도 갤러리 개념으로 쇼윈도를 만들고 작품을 전시해 굳이 작업실 안을 방문하지 않고도 골목을 지나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희정 사무국장은 “낮에는 밝아서 확실히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밤에는 쇼윈도 불을 켜놓고 가기에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작품 감상의 목적도 있지만, 해가 지면 어둡던 골목길이 밝아진 점에 주민들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거리를 걸으며 전시된 작품을 볼 수 있는 윈도 갤러리. 사진 / 노규엽 기자
서양화ㆍ한국화ㆍ조각ㆍ공예ㆍ서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 있어 담벼락 조형물도 다양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창원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사이로’에 들를 이유도 만들어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매월 둘째 주 아트마켓을 열었던 것에 더불어 ‘사이로’ 작업실들도 같은 날 오픈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것. 작가 스타일에 맞춰 갤러리 전시를 하거나 작업실 앞에서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등 일반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사무국장은 “진짜 작품들은 가격이 높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작은 아트상품들을 구매해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이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매월 둘째 주에 오픈 스튜디오를 시행한다.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시를 보거나 아트상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올해에는 간단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볼 계획이다. 이에 더해 입구에 상징적인 조형물을 세우고, 창원대학교로 이어지는 하천 난간에 거리 전시를 여는 등의 작업을 더해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골목 안으로 들어오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사이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정 사무국장은 “미술관을 찾아가면 넓은 공간에서 스케일이 큰 작품을 볼 수 있는 반면, ‘사이로’에서는 공간은 작지만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을 보면서 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아트마켓이 열리지 않는 날에 방문하더라도 작업실의 문이 열려있다면 용기를 내어 방문하여 친숙한 작업실 환경을 보고 가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문 열린 작업실에 방문하면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작업실 절반을 갤러리 공간으로 꾸민 작업실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이로’ 주변으로 넓어지는 발걸음
사림동을 방문하는 재미는 ‘사이로’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이로’와 마주하고 있는 경남도립미술관의 존재도 방문하는 재미에 한 몫 한다. 4층 규모의 전시실에서 펼쳐지는 기획전시들은 정희정 사무국장이 이야기했던 ‘스케일이 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또, 경남도립미술관도 지난해 진행했던 아트마켓을 올해도 이어나갈 구상을 하고 있어 일정을 미리 알아보고 방문한다면 보다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사림동 인근 도청사거리에서 한 블록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창원 가로수길’도 여행길 일정에 포함하기 좋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자란 메타세쿼이아들이 도로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차있어 5월의 푸르름을 즐기기 좋고,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니 더욱 좋다. ‘서울 가로수길’과 비슷한 이름처럼 분위기도 비슷하여 한쪽 가로수길에는 카페들이 주루룩 이어져 아기자기한 카페 소품과 인테리어 등을 보며 커피향에 빠지는 힐링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카페가 있는 가로수길 건너편 한켠에는 용지어울림공원이 있어 작은 자연도 즐겨볼 수 있다. 쉴만한 정자와 벤치 등이 마련된 작은 공원인 용지어울림공원 내에는 국내외 식물들을 사시사철 구경할 수 있는 온실 화원도 있다.

'사이로'와 함께 경남도립미술관을 방문하면 때마다 달라지는 기획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이로'와 한 블럭 거리에 있는 창원 가로수길의 한 카페.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정희정 사무국장은 “조금 더 이동거리를 늘려 용지호수공원까지 간다면 호수와 함께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전시된 작품들도 볼 수 있다”며 “올해도 비엔날레 행사가 열리므로 9월쯤 방문한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한다.

2010년 마산, 진해와 통합되며 규모를 부쩍 늘린 창원. 해양관광이며 바다 먹거리 등 여행심을 자극하는 아이템이 많지만, 창원의 소박한 동네를 찾아 하루 정도는 예술적 감수성으로 채워보는 일도 추억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Info 경남도립미술관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월요일 휴무)
주소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www.gam.g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