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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서울 무장애 관광, 여행 준비부터 ‘난감’…관련 정보 얻기 어려워
서울 무장애 관광, 여행 준비부터 ‘난감’…관련 정보 얻기 어려워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4.24 20: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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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무장애 관광 웹페이지 구축한, 스페인에서 배울점 많아
지하철 역 내 교통약자를 위한 안내판.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경험을 하는 것은 여행의 묘미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과도 같은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은 기대와 설렘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낯섦’이 다르게 체감되는 이들이 있다. 신체적 여건으로 인해 관광 활동에 제약을 받는 ‘관광약자’들이 그들이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관광약자들을 위한 ‘무장애 관광 도시 조성’을 선언하며 차후 5년 간 예산 15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홍서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는 “서울의 무장애 관광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광에 필요한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서울 무장애 관광’ 준비
여행의 시작은 바로 사전 정보 수집. 일반적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무장애 관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행의 첫 걸음을 떼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 웹페이지에는 무장애 관광을 위한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다. 사진 /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쳐

휠체어를 탄 지인과 함께 여행 준비를 한다는 가정 하에 서울 여행 준비를 시작해봤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선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무장애 관광’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서울의 관광지를 검색하자 623건의 관광 정보가 검색됐다. 하지만 해당 관광지의 휠체어 대여 여부, 입구의 경사로 유무, 장애인 화장실 유무 등 대략적인 정보만 나열식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M 옷가게, K 신발가게 등 관광지라고 보기 어려운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지역 카테고리가 세분화 되어 있지 않고 서울 각지의 관광 정보가 산발적으로 제공돼 여행 루트를 짜기가 어려웠다. 해당 관광지까지는 어떻게 이동을 해야 하는지도 따로 검색해야 했다. 몇몇 관광지는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데크가 조성돼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일부 지역만인지 아니면 관광지 전부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인근에 함께 둘러볼 만한 여행지가 어디 있는지도 일일이 지도를 찾아보며 알아봐야 했다.

숙박 시설 예약도 사정은 비슷했다. 휠체어 이용객 입장에서는 룸 입구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넓은지, 침실은 휠체어의 활동 반경만큼 넉넉한지, 화장실의 세면대 높이가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할 수 있는지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관광공사 홈페이지의 ‘무장애 관광’ 카테고리에는 29곳의 호텔 정보가 소개돼 있다. 클릭해 보면 해당 호텔의 다양한 객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어떤 객실이 휠체어 전용 객실인지는 관광공사 홈페이지나 호텔 예약 플랫폼, 해당 호텔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 않아 유선 상으로 물어야 했다.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지하철역의 편의시설 이용 안내. 사진 / 유인용 기자

서울 소재의 한 호텔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더니 “휠체어 전용 객실은 S 더블룸(가칭) 하나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담당자는 “유선 예약은 어렵고 웹상에서도 휠체어 전용 객실을 따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 S 더블룸을 예약하면서 요청 사항에 명시해 달라. 예약 당일 휠체어 객실이 사용 가능한지 확인한 후 휠체어 객실로 변경해주겠다”고 말했다.

휠체어 전용 객실 정보를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객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화를 꼭 해야 했고, 그마저도 완전히 예약된 것이 아니라 번거로웠다.

스페인, 웹상에 무장애 관련 정보 총망라
이번엔 글로벌 관광지 중 하나인 스페인 마드리드로의 무장애 관광을 준비해봤다. 웹상에 스페인 무장애 관광을 검색하니 한국관광공사와 비슷하게 무장애 관광 웹페이지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보의 양이 굉장히 방대하다는 것이었다.

홈페이지 상에 무장애 여행 관련 정보가 총망라돼 있었다. 함께 돌아보면 좋을 관광지 몇 곳을 엮어 지도상에 여행 루트 형식으로 정보가 제공돼 따로 루트를 짤 필요가 없었다. 더불어 근처 지하철역의 휠체어 리프트 유무, 관광지에서 휠체어로 입장 가능한 구역, 박물관 유물 안내 판넬의 글자 크기까지 나와 있어 보다 세세하게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경우 무장애 관광 웹페이지에 관광지, 숙박, 레스토랑 정보가 총망라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숙박 시설 또한 폭넓은 정보가 제공됐다. 620쪽 분량의 영문 브로셔에 1성급부터 5성급까지 호텔들을 등급별로 나눠 출입문의 너비, 화장실에서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반경, 욕조의 벤치 유무 등의 정보가 수록돼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 호텔을 고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무장애 관광 관련 온라인 플랫폼 필요
서울시도 무장애 관광과 관련된 웹페이지를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장애 유형 및 관심 분야에 따른 맞춤형 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인 리프트 차량 등 관광약자 보조 기기 대여 시스템을 갖춘 무장애 관광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첫걸음으로 서울시는 지난 19일 무장애 관광지원 상담 업무를 개시했다. 현재까지 구축된 DB를 활용해 관광약자의 여행 문의를 상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서울시는 복지단체 종사 및 상담 업무 경험이 있는 전담 직원 3명을 채용했다. 아직까지는 유선 및 웹상의 상담만 가능한 상황이다.

박재형 서울시청 관광정책과 사무관은 “올해 하반기 중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점진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관광약자 맞춤형으로 원스톱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웹페이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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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8510 2018-05-01 21:35:54
유럽 여행중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가는 곳 마다 우리나라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 정치, 경제, 외교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는데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정작 우리나라에서 조차 여행하시기 힘드시군요.

sbs8510 2018-05-01 21:27:31
마트 가면 장애인 주차가 많아져서 우리나라도 이제 장애인들을 많이 배려하는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