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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여행] 삼복더위에 얼음이 어는 곳이 있다? 한여름 온도 4~8도인 밀양 얼음골
[여름여행] 삼복더위에 얼음이 어는 곳이 있다? 한여름 온도 4~8도인 밀양 얼음골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5.30 16: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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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를 시원하게 즐기는 방법
얼음골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밀양] 일 년 내내 만년설이 있는 유럽의 알프스 산맥은 상상만 해도 시원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알프스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밀양과 울산, 양산, 청도, 경주 등 5개 지역의 경계에 걸친 9개 산을 통칭해 이른바 ‘영남알프스’라고 부른다. 유럽 알프스 산맥에 만년설이 있다면 영남알프스에는 무더운 여름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 있다.

밀양은 경상남도에서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졌다. 그 중의 60%는 산림이고 시의 중앙을 관통하는 밀양강은 낙동강으로 뻗어나가니 말 그대로 산 좋고 물 좋은 동네다. 

산이 많으니 등산 코스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시의 북동쪽에 위치한 영남알프스는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백운산 등의 명산을 아우르는 곳으로 많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얼음골을 비롯해 호박소 등 볼거리가 많고 케이블카도 탈 수 있어 사계절 내내 방문객들이 많다.

얼음골 계곡 아래쪽에서는 캠핑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름엔 얼고 겨울엔 녹는 얼음골
재약산의 북쪽 중턱에 위치한 얼음골은 자연의 힘으로 얼음이 어는 신비한 곳이다. 날이 풀리는 3월 즈음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맺혀 있고 8월이 지나 날이 선선해지면 오히려 얼음이 다 녹아버린다 하니 여름에 가야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얼음골 매표소를 지나면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천황사가 정면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오른편으로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골짜기가 시작되고 온도가 사뭇 달라진다. 다리를 건너면서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을 함께 건너는 느낌이 든다. 천황사를 지나 등산로를 오르면 골짜기를 따라 계곡물이 흘러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재흥 얼음골 관리소장은 “한여름에도 계곡물 온도가 4~8도로 무척 차가워 10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힘들 정도”라며 “밀양은 전국에서도 여름 기온이 높기로 유명한 곳인데 밀양 시내가 35도를 웃도는 고온 현상을 보이더라도 얼음골 일대는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다”고 말했다.

얼음골의 너덜겅. 사진 / 유인용 기자

계곡을 거슬러 결빙지가 있는 곳으로 계속 오르다 보면 오른편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암석 조각들이 비탈면을 따라 쌓여 있는 광경이 보인다. 우리말로 ‘너덜겅’이라고 불리는 지대로 얼음골의 또 다른 볼거리다. 빙하기를 지나며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다 조각난 암석들이 오랜 기간을 거쳐 쌓이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수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돌들을 감상하다 보면 결빙지에 금방 닿는다.

바위틈에 맺힌 천연 얼음의 신비
얼음골 입구에서 15분 정도 오르면 결빙지가 나온다. 듣던 대로 결빙지에서는 더운 날씨에도 얼음이 맺혀 있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결빙지도 너덜겅의 일부인데 암석 틈 사이사이를 흰 얼음이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얼음골 결빙지에서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골짜기를 따라 부는 바람도 얼음을 품은 듯 서늘해 등산로를 올라오는 길에 흘린 땀이 금세 마른다. 과거에는 얼음골에서 고드름을 따 지게로 날랐을 정도로 양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자연이 많이 훼손돼 지금은 그만큼 많은 양의 얼음을 보기 어렵다. 결빙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 구역이라 얼음을 직접 만져볼 수는 없지만 ‘천연 얼음’을 구경하다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날이 더우면 얼음이 얼고 날이 추워지면 오히려 얼음이 녹아버리는 얼음골의 신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너덜겅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가 기화하면서 열을 소모해 그 냉기로 얼음이 언다는 설, 겨울 동안 너덜겅의 암석 사이사이에 흡수됐던 한기가 여름에 방출되면서 얼음이 맺힌다는 설, 지형 특성 상 계절의 변화에 공기가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계절이 늦게 흘러간다는 설 등이다.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신비로운 얼음골이다.

얼음골 결빙지. 사진 / 유인용 기자

박재흥 소장은 “결빙지 지면은 한여름에도 0도를 유지해 얼음이 녹지 않는다”며 “얼음을 관찰할 수 있는 결빙지는 일부 지역이지만 얼음골과 계곡 일대가 다 시원해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라고 말했다.

얼음골에서는 차가운 계곡물에 풍덩 빠져 물놀이를 즐겨도 좋고 매표소 앞쪽 계곡에서는 캠핑도 가능하다. 결빙지 위쪽으로는 천황산과 재약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어 시원한 얼음골 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는 재미가 있다.

Info 얼음골
주소 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산 95-2
이용요금 성인 1000원, 소인 700원
문의 055-356-5640

영남알프스의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놓치기 아쉬운 포토 스팟, 호박소와 오천평반석
얼음골 인근에는 얼음골 외에도 신기한 지형들이 또 있다. 얼음골 맞은편의 백운산 기슭에 자리한 호박소와 오천평반석이다. 호박소는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온 물이 움푹 고여 있는 모양새가 절구에 담긴 호박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물웅덩이다. 얼음골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2km 가량 더 들어가면 호박소 입구가 나오는데 입구에서 5분 정도만 올라가면 나무에 둘러싸인 호박소를 만날 수 있다.

돌 사이로 물이 흘러 내려오는 일반적인 계곡과 달리 호박소는 물이 흐른 모양에 따라 돌들이 반질반질하게 닦여 있다. 화강암이 오랜 기간 물에 씻기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흰 빛깔의 화강암과 짙은 초록빛의 물이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 아름다워 등산객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포토 스팟이다.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호박소. 사진 / 유인용 기자

호박소는 보기보다 깊이가 꽤 깊다. 옛 사람들이 깊이를 가늠해보고자 명주실 끝에 돌을 묶어 호박소에 담가봤는데 실타래 하나를 다 풀어도 그 끝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호박소는 지금도 안전을 위해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한편 호박소 입구에서 호박소 반대편으로 15분 정도 오르면 오천평반석이다. 오천평반석은 돌 하나의 너비가 오천평에 다다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과연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면 한편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돌이 평평하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오천평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넓은 반석 위로 물과 바람에 침식된 흔적이 남아 신비한 느낌을 준다. 돌이 판판해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고 백운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오천평반석. 사진 / 유인용 기자

케이블카 타고 영남알프스 오르기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고 싶지만 등산은 부담스럽다면 얼음골 인근의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이용해 보자. 해발 고도 1020m의 상부 승강장까지 1.8km의 거리를 10분 만에 이동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 보면 맞은편으로 백운산이 서 있다. 백운산에는 우스갯소리로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는 백호바위가 있다. 초록빛 나무 사이로 군데군데 바위가 드러난 모습이 멀리서 보면 한 마리 백호와 같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크게 뜬 눈, 반쯤 벌린 입, 용맹한 네 다리와 쭉 뻗은 꼬리까지 영락없는 백호의 모습이다. 케이블카 창 너머로 백운산 백호를 찾다 보면 금세 꼭대기에 도착한다.

영남알프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백호바위를 감상하고 있다. 왼편 상단으로 백호바위가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상부 승강장에는 ‘하늘사랑길’로 불리는 나무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하늘사랑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영남알프스가 마치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탁 트인 초록빛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시원해진다.

전망대만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도 되고 주변 산으로 등산을 즐길 수도 있다. 상부 승강장에서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 등 주변 주요 산으로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단, 다른 지역으로 하산해 케이블카를 편도만 이용하더라도 케이블카 이용권은 왕복권으로만 구입 가능하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는 나무데크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인근 지역은 고도가 높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무척 시원하다. 다소 쌀쌀할 수 있으니 얇은 겉옷을 챙겨가길 권한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날씨에 따라 운행 스케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나 유선으로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Info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운영시간 상행 첫차 오전 8시30분, 상행 막차 오후 5시, 하행 막차 오후 5시50분 (3~11월 기준)
주소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241
이용요금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1만원(왕복만 가능)
문의 055-359-3000

영남알프스를 오르는 얼음골 케이블카. 사진 / 유인용 기자

TIP 대중교통을 이용해 얼음골을 찾아갈 계획이라면 버스 시간표를 사전에 꼭 확인하고 가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음골 입구까지 버스가 하루 13회 왕복 운행하고 있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음골까지는 버스로 40분가량 소요된다.
문의 밀양교통 055-354-5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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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어지 2018-06-11 13:05:56
얼음골 빙결지 근처에 계곡도 피서지로 괜찮습니다. 계곡 옆에서 백숙 먹은 다음 빙결지 까지 걸어가면 소화도 잘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