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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바람이 모래를 실어 나른 1만5000년의 흔적,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바람이 모래를 실어 나른 1만5000년의 흔적,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6.05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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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해안사구의 모래언덕은 최대 높이가 19m에 이른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분다. 모래사장의 모래 한 톨이 바람에 실려 날아와 해안 안쪽에 몸을 내린다. 이렇게 모래가 쌓이기를 1만5000년. 신두리 해안사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해풍이 만들어낸 19m 모래언덕
신두리 해안사구는 썰물 때 드러난 넓은 모래사장의 모래들이 북서풍의 영향을 받으면서 해안 안쪽으로 날아와 만들어진 모래언덕 지대다. 바람이 만들어낸 천연 모래언덕인 만큼 보존 가치가 높아 지난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모래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지정된 탐방로 내에서만 관광할 수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따라 걸으며 관광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신두리 해안사구의 하이라이트인 ‘모래언덕’은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 오른편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바로 볼 수 있다. 사막에서나 볼 법한 광활한 모래언덕이 넓게 쌓인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모래언덕의 높이는 해발고도 19m에 이른다. 이토록 거대한 규모의 모래가 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생각하니 자연의 힘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언덕 옆에는 나무데크로 전망대가 조성돼 있어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인증 사진을 촬영하느라 바쁘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다양한 사구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운이 좋으면 모래언덕 한가운데 찍힌 고라니 발자국도 발견할 수 있다. 모래언덕 근처에서는 고라니 외에도 다양한 동물과 곤충들이 사는데 모래 사이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봤다면 멸종위기 2급인 표범장지뱀일 가능성이 높다. 몸길이가 10cm에 채 못 미치는 작은 도마뱀으로 모래에 굴을 파고 산다.

모래가 둥글게 움푹 파여 있는 것은 명주잠자리의 유충인 개미귀신의 흔적이다. 까만 콩처럼 생겨 모래 위를 기어 다니는 것은 모래밭 속에 숨어 사는 모래거저리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거대한 바람의 유산일 뿐 아니라 모래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모래에 사는 개미귀신. 사진 / 유인용 기자

사구를 만들어낸 작은 힘
사구라고 해서 모래언덕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모래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구의 중간에 자리한 ‘순비기언덕’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순비기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모래 위에 뿌리를 내린 초록빛 순비기나무가 탐방로 양옆으로 자란다. 사구 곳곳의 모래언덕 사이로는 잎이 길쭉한 갯그령이 바람에 넘실댄다. 통통한 보리 같은 열매가 열리는 통보리사초와 좀보리사초도 사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5~7월에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해당화가 아름답게 핀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또한 5~7월에는 해당화가 피어 신두리 사구 이곳저곳을 분홍빛으로 수놓는다. 사구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뿌리가 땅 속 깊이 뻗어 모래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구의 안쪽 ‘곰솔생태숲’은 곰솔이 빽빽하게 자란 소나무숲이다. 곰솔은 해안에 많이 분포해 해송이라고도 부른다. 곰솔생태숲은 그 면적이 꽤 넓어 숲에 들어오면 사구의 일부 지역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다. 나무에서 드리운 그늘이 햇빛을 가려주고 바다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시원하다.

피톤치드를 한껏 내뿜는 곰솔생태숲. 사진 / 유인용 기자

사구에서 해안 쪽으로 내려오면 작고 동글동글한 모래 경단들을 관찰할 수 있는데 염랑게와 달랑게가 먹이를 먹고 모래를 뱉어놓은 흔적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래사장 위를 기어 다니는 게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염랑게는 1cm, 달랑게는 2cm 정도로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장원호 신두리 해안사구 생태해설사는 “이 게들이 만든 모래 경단이 바람을 타고 해안 안쪽으로 날아가면서 사구가 만들어지는 데에 큰 보탬이 됐다”며 “결국 신두리 해안사구는 긴 시간 바람과 사구 생물들이 합작해 만들어낸 거대한 자연 현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염랑게와 달랑게가 만들어 놓은 모래경단이 사구 형성에 영향을 줬다. 사진 / 유인용 기자

Info 신두리 해안사구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11~2월 5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305-1번지 일원
이용요금 무료

신두리 사구센터에서는 사구의 생성 과정 및 사구 생태계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TIP 사구 앞에 위치한 신두리 사구센터에서는 사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사구센터 지하 영상관에서는 신두리 해안사구의 생성 원인과 생태계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으니 본격적인 관광에 앞서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두웅습지의 상징, 금개구리. 사진 / 유인용 기자

금개구리들의 낙원 두웅습지
신두리 사구를 찾았다면 ‘두웅습지’도 함께 둘러보기 좋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 중 가장 작은 규모인 두웅습지는 사구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사구배후습지다. 모래언덕 위로 내린 빗물이 언덕 표면을 따라 흘러내려 물웅덩이가 생성됐다. 두웅습지는 신두리 해안사구 인근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하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두웅습지는 금개구리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연이 잘 보존된 두웅습지에서는 금개구리를 비롯해 청개구리, 참개구리 등 다양한 종류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두웅습지를 둘러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걷기 좋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또 철새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 역할을 하기도 해 7월에는 여름 철새인 왜가리, 노랑부리백로 등을 만날 수 있다. 두웅습지에는 둘레를 따라 탐방길이 마련돼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창포, 매자기, 쉽싸리 등 습지 식물들도 관찰할 수 있다.

Info 두웅습지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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