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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파도소리 벗 삼아 즐기는 산림욕, 태안 천리포수목원
파도소리 벗 삼아 즐기는 산림욕, 태안 천리포수목원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6.05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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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한국인’이 만든 국내 최대 수목원
천리포수목원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인 여름은 수목원을 찾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천리포수목원은 1만56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해안가에 자리해 산림욕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을 소개한다.

천리포수목원의 첫 인상은 ‘야생 숲 같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목원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줄지어 자라거나 표면이 둥글게 깎여 있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천리포수목원에는 이러한 흔적이 없다. 가지치기나 다듬기 등을 하지 않고 나무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기 때문. 천리포수목원은 ‘나무가 주인인 수목원’이다.

수목원을 방문한 방문객들. 사진 / 유인용 기자

나무의 행복을 위한 공간
천리포수목원에는 꼬불꼬불하게 난 탐방로가 많다. 계단 한가운데에 나무가 우뚝 서 있어 사람이 피해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다. 나무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탐방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나무의 행복을 위한 수목원’을 지향한 수목원 설립자 민병갈 박사의 뜻을 따른 것이다.

수목원 내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나무 의자들도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을 활용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태풍의 피해를 입어 절반만 살아있는 나무도 있다.

태풍의 피해를 입어 절반만 살아 있는 아리조나측백나무. 사진 / 유인용 기자

최수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베어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사람을 위해 식물을 훼손하지 않고자 한다”며 “수목원은 나무의 행복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 천리포수목원의 근본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미 녹여낸 천리포수목원
아시아 최초로 국제수목학회의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민병갈 박사는 사실 한국인이 아니다. 미국 해군장교 출신으로 한국에 온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매력에 푹 빠졌고 여러 사찰들을 방문하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와 식물들을 사랑하게 됐다.

이에 사비를 털어 현재의 수목원 부지를 매입하고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식재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수목원은 그가 40여 년을 나무에 헌신한 결과물이다.

동양미 넘치는 천리포수목원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수목원 곳곳에서는 민병갈 박사의 한국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초가집의 외형을 닮은 민병갈 기념관은 그가 생전 집무실로 활용했던 공간이다. 또 탐방로를 걷다 보면 작은 석탑 등 동양적 분위기를 풍기는 석조물들을 만날 수 있다.

수목원 내의 숙박 시설인 ‘가든 스테이’는 그 외관이 한옥으로 되어 있는데 일부는 실제 사람이 살았던 한옥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푸른 눈의 한국인’이었던 민병갈 박사가 조성한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수목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전통미가 조화를 이룬 특별한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수목원 내 가든 스테이 중 해송집. 사진 / 유인용 기자

여름에도 목련꽃을 볼 수 있는 곳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봄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민병갈 박사가 생애 가장 사랑했다고 알려진 목련나무는 천리포수목원의 집중 수집종으로 무려 700여 종이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다.

각 종별로 계절을 달리해 피기 때문에 여름에도 목련을 볼 수 있다. 민병갈 박사가 잠든 태산목 역시 여름에 피는 목련이다. 수목원 한가운데 민병갈 박사 추모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민병갈 박사가 아래에 잠들어 있는 태산목은 여름에 피는 목련꽃이다. 사진 제공 / 천리포수목원

수목원 내 ‘작은연못정원’도 여름에 찾기 좋은 곳이다. 작은연못정원에는 ‘관영대’라는 작은 쉼터가 있다. 수목원의 녹음이 짙어지는 한여름이 되면 연못 가득히 분홍빛 연꽃이 만발하는 모습을 관영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수목원 내 해안과 맞닿은 곳곳에는 해송이 심어져 있어 탐방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보다 특별한 식물을 보고 싶다면 수목원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인 식물을 전시해놓은 온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미선나무, 멸종 위기 야생식물인 노란 무궁화 등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식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무늬원은 무늬 있는 식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온실 앞 ‘무늬원’은 잎에 무늬가 있는 식물만 모아놓은 정원으로 초록빛 정원을 알록달록한 이파리들이 수놓는다.

해변 따라 걷는 노을길
바닷가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한쪽 면이 해변에 맞닿아 있다. 수목원 내부에는 해변을 따라 트레킹 코스인 ‘노을길’이 조성돼 있는데 노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갈매기 소리와 산새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

수목원은 천리포에 맞닿아 있다. 왼편으로 낭새섬이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노을길은 그 이름처럼 천리포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수목원 앞 바다에는 섬이 하나 떠 있는데 수목원에서 관리하는 섬으로 낭새섬 또는 닭섬으로 불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이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두 갈래로 열려 색다른 볼거리를 연출한다.

아쉽게도 낭새섬에는 들어가 볼 수 없다. 수목원 내의 서해전망대에서 낭새섬과 수목원 주변 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서해전망대에서 노을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면 노을쉼터에 닿는다. 탐방객들이 노을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노을쉼터의 벤치는 하늘을 잘 볼 수 있도록 눕듯이 앉는 형태로 특별 제작됐다. 벤치에 앉으면 천리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 박사. 사진 / 유인용 기자

Info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유료 해설을 제공한다. 또한 천리포수목원은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수목원 중 유일한 지정기부금 단체로 후원 회원 가입도 가능하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7월28일~8월12일 오후 7시까지 연장 운영,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
이용요금 성인 9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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