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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실향민들이 전하는 이북 문화 경험... 속초에서 열리는 실향민 문화축제 '아바이'
실향민들이 전하는 이북 문화 경험... 속초에서 열리는 실향민 문화축제 '아바이'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6.2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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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24일 사흘 간 청호동서 개최, 돼지국밥‧평양냉면 등 시식 가능
옛 속초역과 실향민 주거지를 재현해 놓은 실향민 문화촌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속초] “아버지는 함경남도 단천 분이셨어요. 6.25 때 이곳 속초로 피난을 오셨다가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셨죠. 발 뻗으면 머리와 발이 벽에 닿을 만한 작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저희 4형제가 자랐어요. 명절 때면 아버지는 고향이 그립다며 눈물짓곤 하셨는데 결국 고향 땅을 못 밟고 떠나셨어요. 요즘도 명절이 다가오면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실향민 2세대인 김강석 씨는 속초 청호동의 아바이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를 뜻한다. 아바이마을은 김 씨의 아버지처럼 6.25 때 피난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자리 잡은 곳. 김 씨의 아버지와 같은 처지였던 실향민들이 당시 속초 인구의 절반 이상이었다고 전해진다.

6.25 이후 실향민들이 자리 잡은 아바이마을의 과거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실향민 문화축제는 과거 실향민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축제다. 사진 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실향민들의 제2의 고향, 속초
아바이마을을 비롯해 청호동에는 지금도 실향민 2, 3세대들이 많이 살고 있다. 개성만두, 아바이순대 등 북쪽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도 곳곳에 자리한다. 이에 실향민 중에서는 속초를 ‘제2의 고향’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고 가족이 그리운 명절마다 일부러 속초를 찾는 이들도 있다.

정종천 속초시립박물관 학예사는 “속초는 8.15 광복 당시 북측에 속했다가 6.25 이후 남한으로 수복된 곳”이라며 “이때 유입된 실향민들이 갖고 있던 이북 문화와 남쪽의 문화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지금의 속초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6.25 이후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모래사장과 같은 척박한 땅에 임시로 움막집을 짓고 지내며 종전 선언을 기다렸다. 이곳이 아바이마을이다. 마을에 살던 실향민들이 장을 보거나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물을 건너 시내로 나와야 했는데 이때 사용된 것이 ‘갯배’다. 속초에 살던 원주민들과 북쪽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갯배는 지금도 실향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축제장에서는 이북 5도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15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실향민 합동 함상 위령제는 선박을 타고 피난을 오던 중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피난민들을 위로하는 행사다. 사진 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함상 위령제는 사전 신청자들과 유람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 선상에서 시행된다. 사진 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실향민 문화축제…평양냉면‧돼지국밥 등 이북 음식 맛볼 수 있어
이러한 지역적 특징을 살려 속초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실향민 문화축제 ‘아바이’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는 ‘시간도 지우지 못한 고향의 봄’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간 속초 청호동 일원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축제 첫날인 22일 오후 4시이며 오후 7시30분부터는 속초시립풍물단의 공연이 흥을 돋운다.

축제에서는 이북 요리 전문가인 이명애 명장의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돼지국밥부터 남북정상회담 후 인기몰이 중인 평양냉면, 이북에서 아직도 흔히 먹는 두부밥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마련된다. 또 ‘6.25 음식 회상전’에서는 보리개떡, 쑥버무리, 피감자 등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시식해볼 수 있다.

23일 오전 10시에는 ‘실향민 합동 함상 위령제’가 열린다. 피난 중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피난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로 사전 신청을 통해 모집한 실향민 350여명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로 나가 시행된다.

실향민 문화축제에서는 다양한 체험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사진 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지난해 실향민 문화축제를 찾은 방문객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이북 지역의 무형문화재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영변 성황대제, 놀량 사거리, 서도소리 신 염불 난봉가 등 이북 지역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5개 공연이 축제장에서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또한 6.25 사진 전시회, 이북 지역의 풍경을 3D로 볼 수 있는 영상관, 구글 어스로 현재 고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관 등도 기간 내 축제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한편, 축제 기간에는 아바이마을의 갯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실향민들의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실향민 문화촌, 속초시립박물관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정종천 속초시립박물관 학예사는 "올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개최되며 실향민 문화축제 '아바이'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정종천 속초시립박물관 학예사는 “현재 남아계신 실향민 1세대를 위로하고 이들의 문화 계승 및 평화 통일을 염원하고자 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며 “축제를 통해 실향민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우리네 ‘아바이’가 살아온 모습도 체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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