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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세계유산 등재 확정]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⑤’ 전남 순천 선암사
[세계유산 등재 확정]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⑤’ 전남 순천 선암사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8.07.02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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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차밭과 꽃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사찰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 사진 / 여행스케치 DB

[여행스케치=순천]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등재된 선암사(仙巖寺)는 송광사(松廣寺)와 함께 순천을 대표하는 천년 고찰이다.

조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신라시대 아도화상(阿道和尙)이 529년 ‘비로암(毘盧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는 설과 도선국사가 875년 지었다는 설이 내려온다.

선암사의 연륜은 진입로 길가에서부터 드러난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시대, 현대에 걸쳐 여러 개의 승탑(고승의 사리탑)과 비석이 줄지어 서있다.

선암사로 가는 길목은 여러 나무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숲길로도 유명하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계곡 가운데 놓인 아치형 홍예교, 승선교. 사진 / 여행스케치 DB

계곡에 놓인 아름다운 돌다리, 승선교
매표소에서 선암사에 이르는 1.5km의 아름다운 숲길에는 참나무, 팽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등 짙푸른 녹음으로 우거져 있다.

가는 길에 마주하는 계곡으로 아치형의 돌다리가 눈에 띤다.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다.

잘 다듬어진 자연 암반을 쌓아 홍예를 만든 대표적인 아치형 홍예교다. 물 속에 아치가 비치면 하나의 원이 만들어져 반영 사진을 담는 이들도 여럿이다.

다리 양쪽에도 석축이 쌓여 있으며, 폭은 3.5m로 수레나 가마도 수월하게 지날 수 있을 만큼 넓다.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기도 한 숲길은 여름이면 온통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여름이면 배롱나무 빨간 꽃이 석달 열흘간 해맑은 빛으로 피어난다”고 했다.

대웅전 뒤로 돌면 빈터 역시 정원처럼 가꿔두었다. 매화나무, 벚나무, 철쭉나무, 노목 사이를 지나 팔상전과 불조전으로 이르는 길 역시 아름답다.

일정한 질서 없이 빈칸을 메우듯 심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은 경직된 것 없이 유려하다.

특히 봄이면 천연기념물 제488호인 ‘선암사 무우전매’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무우전매란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와 각황전 담길의 홍매 두 그루. 담장 너머로 짙은 매화향이 실려온다.

가을에는 단풍이 빨갛게 물들고, 들국화, 구절초, 코스모스, 감국 등이 호젓하게 풍경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붉가시나무, 녹나무 등 난대성 식물들이 여전히 푸릇한 자태를 뽐내 사시사철 꽃과 나무가 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선암사 숲길(좌)과 임란과 병자란을 피해 유일하게 소실을 면한 선암사 일주문. 사진 / 여행스케치 DB
천년고찰 선암사 전경. 사진 / 여행스케치 DB
선암사 진입로에 보이는 여러 개의 승탑과 비석. 사진 / 여행스케치 DB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오밀조밀한 사찰
천년고찰의 길고 웅장한 역사가 서려 있지만, 선암사는 크고 작은 당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오는 이들을 친근하게 맞는다. 시멘트 보강 없이 자연스레 쌓인 키낮은 담장들 역시 정겹다.

선암사의 독특한 가람배치는 가파른 지형 때문이다. 좌우 방향으로는 넓으나 전후 방향으로는 조밀하게 모여 있는 이유는 급한 경사지를 여러 단으로 깎고, 각각의 단에 축대를 쌓아 건물을 세웠기 때문.

전라도 지방 사찰에서 보기 드문 누하진입(강당이나 누마루 아래를 통해 계단을 올라 본전의 정면을 바라보는 것) 방식인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 연유한다.

선암사 가람의 또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특징은 삼무(三無)다. 다른 사찰과 다르게 선암사에는 사천왕문이 없다. 조계산의 주봉이 ‘장군봉’이기 때문에 굳이 불법의 호법신인 사천왕상이 필요 없다 여겼다.

대웅전의 정중앙에 있는 문인 어간문도 없다. 부처님처럼 깨달은 분만이 어간문을 통과할 수 있다 하여, 어간문을 만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협시보살상도 두지 않았다.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항마촉지인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선암사의 뒷간. 사진 / 여행스케치 DB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뒷간 ‘깐뒤’
해천당 옆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14호로 지정된 뒷간이 있다.

맞배지붕에 마루바닥을 댄 목조건물은 T자형 모습을 하고, 아랫층의 큰 주춧돌은 큰 뒷간을 버티고 있다. 전남 지방에선 평면구성을 한 측간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가치가 높다.

정자형 이 건물은 ‘뒷간’이라 적힌 현판을 못보고 지나치면 뒷간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뒤ㅺᅟᅡᆫ’이라는 한글 고어로 거꾸로 적혀 있어 ‘뒷간’이 아닌 ‘깐뒤’로 읽히기도 한다.

뒷간 내부로 가면 남녀용으로 구분되는 문이 있다.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용으로 각각 8칸씩 나뉜 공동변소다.

밖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고, 안쪽에서는 뚫린 창살 사이로 경내를 감상할 수 있는 뒷간이다.

야생차를 시음해볼 수 있는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사진 / 여행스케치 DB
1만 평의 야생 차밭이 있는 조계산을 찾으면, 다도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1만여 평의 다원이 있는 선암사 차밭
선암사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칠전선원(호남제일선원)’이다.

‘전통차 법제 인간문화재’ 지허 스님이 약 50년간 선암사 다각(차밭을 가꿔 차를 생산하고 다례를 올리는 등 차에 관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스님)을 도맡아 관리했었다.

‘칠전선원차’가 만들어지는 이곳은 근사한 석정(돌샘)이 있다. 각각 상탕, 중탕, 하탕, 말탕으로 불리는 4단 다조다.

상탕은 차를 끓이거나 불전에 올리는 청정수로, 중탕은 밥을 하거나 마시는 물로 사용한다. 하탕은 세수를 할 때 사용하며, 말탕의 물은 빨래할 때 사용한다.

칠전선원은 스님들의 스님들의 수행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은 통제되어 있으며, 반드시 사전에 종무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선암사 뒤편에는 산비탈을 따라 야생 차나무가 있으니 칠전선원을 못보았다 하여 아쉬워할 것 없다. 800년이 넘은 자생차 군락지를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산자락에서 이어지는 차밭을 보며 선각당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이곳의 차는 농약을 치지 않고 사찰 주변 산의 야생 차나무에서 잎을 따 구증구포(九蒸九포·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함)의 전통제다법에 따라 만든 수제차를 맛볼 수 있다.

한편, 일주문에서 선암사 계곡을 따라 다시 돌아나와 시에서 운영하는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 들러볼 수도 있다.

한옥으로 된 야생차체험관에서는 녹차 잎으로 차를 만드는 것부터 시음, 다도, 다례 등을 배울 수 있다. 차의 역사‧종류‧제조과정‧효능 등을 알 수 있는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다.

Info 조계산 선암사
입장료 성인 2000원, 군인·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전남 순천시 송주읍 선암사길 450

Info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휴무)
주소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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