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0월호
[여행 레시피] 그림 같은 풍경, 풍경 같은 그림… 남해의 여름을 여행하다
[여행 레시피] 그림 같은 풍경, 풍경 같은 그림… 남해의 여름을 여행하다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8.07.10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리암·원예예술촌·바람흔적미술관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로 꼽히는 보리암.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남해]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 하동IC로 진입해 남해대교를 건넌다. 1973년 6월, 이 다리가 뭍과 섬을 잇기 전까지 남해는 오롯이 바다의 땅이었다.

그 옛날 많은 이들이 한양을 떠나 머나먼 남해로 유배를 왔다. 남쪽 바다, 이름도 그렇게 ‘남해’가 전부인 이곳은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이 7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노량해전의 바다이기도 하다.

관음포 앞바다 ‘이충무공전몰유허지’에는 충무공의 유해를 제일 먼저 안치한 이락사와 장군의 뜻을 기린 충렬사가 있다. ‘큰 별 떨어진(大星隕海)’420년 전의 바다는 오늘도 깊고 푸르다. 차창 밖으로 새롭게 길을 잇는 노량대교(제2남해대교)가 보인다.

금산에 자리한 보리암은 전경이 뛰어나기로도 유명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매표소에서 보리암까지 오르는 숲길엔 지나는 사람들이 쌓아둔 돌들이 시선을 잡아 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보리암, 소원을 말하는 자 이루어지다

남해에서도 남쪽으로 더 달려 가닿은 금산은 바다를 낀 여느 산들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본래 보광산이라 불렸다가 태조 이성계에 의해 금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조선을 건국하면 산 전체에 비단을 깔아주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보은의 뜻으로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넣었다는 것.

금산의 보리암은 강화 석모도 보문사, 양양 낙산사, 여수 금오산 향일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로 꼽힌다. 그 영험함이 두루두루 알려져 민초들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새벽부터 끊이질 않는 암자다.

산 아래 복곡주차장에서 두 번째 주차장이 있는 보리암 매표소까진 자가용이나 셔틀버스를 타고 오른다. 매표소에서 보리암까지는 울창한 숲길 오르막으로, 걸어서 15분 거리다. 왼쪽 숲 사이로 드문드문 바다가 보인다.

위험을 알리는 금줄이 쳐있지만 몇몇 이들은 그 선을 넘어 사진을 찍는다. 보리암 또는 금산 정상에 서면 질리도록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아니, 눈에 질리는 풍경은 없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어둠 속에 가만히 누우면 낮에 보았던 섬들의 풍경이 천장 가득 점점이 찍히기도 한다.

바다를 향한 해수관음보살상 앞엔 기도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빈자리가 생기면 그 다음 사람이 신발을 벗고 고개를 조아린다.

바다를 등지고 앉은 기도객은 속닥속닥, 바다를 마주한 채 선 해수관음보살상에게만 들릴 만한 소리로 소원을 읊조린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누군가의 기도를 담은 바람은 금산을 휘돌다 바다 끝으로 휘휘, 사라진다.

이국적인 풍경의 원예예술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의 모습.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원예예술촌, 누구나 꿈꾸는 그 집
원예예술촌은 언덕 위에 있다. 언덕을 넘어서는 차들로 길이 막힌다. 이 길은 ‘남해바래길’제5코스 화전별곡길(14.7km)의 일부이기도 하다.

‘바래’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동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던 남해 여인들의 고단한 삶을 부르는 말이다.

조선시대 문신 자암 김구(1488~1534)의 작품에서 이름을 딴 화전별곡길은 천하몽돌해수욕장~내산 전망대~편백자연휴양림~바람흔적미술관을 지나 원예예술촌 앞에서 독일마을을 훑고 물건리 방조어부림까지 이어진다.

매표를 하고 예술촌 안으로 들어선다. 차들로 길이 막혔던 세상은 담장 너머로 사라지고 꽃과 나무와 예쁜 건물이 들어선, 누구나 한번쯤 꿈꿀 법한 정원이 탐방객들을 맞는다.

2009년 5월 문을 연 원예예술촌은 약 5만여 평의 대지에 토피어리정원(뉴질랜드), 풍차정원(네덜란드), 풀꽃지붕(프랑스), 채소정원(스위스) 등 세계 테마정원과 산책로, 체험실, 식당과 카페 등으로 이뤄졌다.

매표소에 비치된 부채 뒷면에 안내도가 상세하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길을 벗어날 일은 거의 없다. 화살표를 따라 그어진 관람코스는 출구까지 촘촘히 연결됐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도 수월하다.

한글이 적혀 있지 않다면 외국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건물 앞에선 누구나 사진 찍기 바쁘다. 달콤한 유자아이스크림과 마늘빵 향기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명 탤런트가 운영하는 카페엔 사람들이 북적인다. 알핀로제 체험실은 어린이 손님에게 인기가 많다. 조그만 손가락을 움직여 색을 칠하고, 향을 입히고, 구슬을 꿰며 놀이에 집중한다.

이웃한 독일마을과는 품은 색이 다르다. 마치 섬 안 깊숙이 숨어 깃든 비밀의 정원 같다.

글씨가 바람결에 흩날린 듯한 벽면이 매력적인 바람흔적미술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람흔적미술관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미술작품 감상이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람흔적미술관, 풍경은 또 하나의 그림
이른 봄 배낭을 메고 들렀던 바람흔적미술관은 그사이 달라졌다. 입구 벽면에 빨갛게 새겨진 문구는 절반 이상이 떨어졌다.

“ㅁ흔미술관은 개인ㅇ ㄹ”단어는 제멋대로 흩날렸지만 내용은 명확하다. 개인이 설립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이며, 무료입장을 통해 누구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내부도 조금 생소하다. 카페는 넓어졌고 주인은 바뀌었다. 무료 관람이 가능한 미술관은 예전 그대로다. 그림은 철마다 바뀌어서 자주 가도 지루하지 않다. 회색 벽면엔 남해의 풍경을 담은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들이 고루 걸렸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없다 해도 주눅들 필요는 없다. 마음이 먼저 움찔 반응을 한다. 그림 안에서도 그림 밖에서도 남해는 여전히 아름답다.

미술관 밖으로 나서면 편백자연휴양림이 지척이다. 산 너머엔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모두 다음 기회로 미뤄둔다. 차를 돌려 남해를 떠나는 일은 그림 밖 세상으로 나서는 것과 흡사하다.

몇 번을 보아도 같지 않고, 몇 번을 가도 다 채울 수 없다. 남해의 풍경은 오늘도 엽서 속 그림처럼 추억의 한 조각이 된다.

원데이 남해 여행 레시피
① 원예예술촌 안에는 쉬어가기 좋은 카페가 많다. 
② 실제 정원사들이 거주하며 가꾼 원예예술촌은 우회로가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도 불편이 없다.
③ 원예예술촌과 이웃한 독일마을. 10월엔 맥주 축제도 열린다.
④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바람흔적미술관. 시기별로 전시작품이 바뀌어 자주 가도 지루하지 않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