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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동화책이 펼쳐진 골목골목을 걷는 재미… 전주 자만벽화마을 여행
동화책이 펼쳐진 골목골목을 걷는 재미… 전주 자만벽화마을 여행
  • 조용식ㆍ김샛별 기자
  • 승인 2018.07.1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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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게 수익금으로 벽화와 문화 행사 열어… 공정여행의 매력
오목육교를 지나 마을 위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자만벽화마을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전주] 34도를 넘는 폭염에도 전주 한옥마을에는 한복 입고 여행을 즐기는 젊은 청춘들로 붐빈다. 내가 걸었던 전주 한옥마을의 길들이 어디인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목대도 이들에게는 필수코스이다. 

자만벽화마을을 연결하는 오목육교. 사진 / 조용식 기자

그 오목대를 지나면, 또 하나의 보석 같은 곳이 있다. 총천연색이 조화를 이룬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여름이라 더 화사한 색상으로 변한 곳, 동화 같은 벽화들이 가득한 전주 자만벽화마을이다.

만화를 소재로 변신한 벽화들, 주민들이 주도
오목육교를 건너면 자만마을이 보인다. ‘놀다가는 곳’이라는 글귀와 함께 카페 ‘잡화’, 옥상달빛 게스트하우스 등의 글씨가 보인다. 특히 지붕 위에 걸려 있는 ‘놀다가는 곳’ 간판은 시선이 머무는 자리라 더욱 선명하게 들어온다. 

'놀다가는 곳'의 풍경. 옛스러운 분위기와 생기 넘치는 꾸밈이 매력이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 13일 촬영한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해 1월 촬영한 모습. 지붕 위의 자전거 바퀴가 최근에는 카페 입구에 걸렸으며, 파라솔의 색상이 달라졌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지난겨울에는 지붕 위에 걸려 있던 자전거 바퀴가 올여름에는 입구로 옮겼다. 카페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 담장은 변함이 없지만 파라솔이 뜨거운 여름과 어울리는 빨간색으로 교체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자만달동네를 소개하는 안내문에는 ‘마을 가게를 이용해 주시면 수익금 일부가 마을에 재투자(벽화 및 문화행사)로 이용되며, 자립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마을‘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 13일 촬영한 담장의 모습은 해바라기. 지난해에는 겨울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해 1월의 벽화 그림은 눈내린 숲속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우리 이것만은 지켜요." 사진 / 조용식 기자
"낙서는 하지 말아주세요." 여전히 벽화에 낙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 위로 올라가는 길에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접시들이 노란 벽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뜨거운 햇살의 가림막 역할을 하는 천들이 머리 위로 남실 거린다. 바닥에는 하트 모양을 한 길 안내판이 있어 따라가 보니 사주팔자를 보는 곳이기도.

가정집 담장에는 살짝 빛바랜 코끼리 그림이 보이는 담장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정집이다. 이곳 역시 관광코스가 있기는 하지만,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에게 이것만을 지켜달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보인다. 

자만벽화마을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만큼 쓰레기 버리지 않기, 조용히 하기, 벽화에 낙서하지 않기, 지정된 코스만 출입하기 등을 지켜주기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자만 벽화마을은 승암산 능선 아래 한국전쟁을 겪은 피난민들이 하나둘씩 정착하며 형성된 곳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달동네에 불과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그린 벽화. 사진 / 김샛별 기자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림이 그려진 벽화. 사진 / 김샛별 기자

이곳이 알음알음 여행객들에게 알려진 것은 인기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그려진 벽화가 입소문을 타면서부터. 이제는 전주 한옥마을을 보고 나면 꼭 거쳐 가야 할 명소가 되었다. 

마을 가게를 이용하는 여행자들, 공정여행을 알다
또한, 추억의 만화책 골목 즐기기라는 코스도 만들어졌다. 주민들의 쌈짓돈으로 준비한 달려라 하니, 슬램덩크, 시티헌터 등 만화책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만화 그림이 그려진 골목으로 달려라 하늬가 밝게 웃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슬램덩크가 그려진 벽화. 사진 / 조용식 기자
유명인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 사진 / 조용식 기자

추억의 만화책 골목은 오목오목, 옥상달빛, 디저트마켓, 벽돌이랑 벽화랑, 꼬지따봉, 두이모 등 마을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과 주연우, 배혜림 그림 작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자만 벽화마을의 좁은 골목길은 마치 동화책을 펼친 듯 건물 벽을 화폭 삼아 영화 속 캐릭터들은 물론, 봄·여름·가을·겨울의 풍경이 이어진 풍경화, 옛 자만동 풍경, 한국 민속화 풍경까지 다양한 벽화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란색의 벽면이 인상적인 마을 가게. 사진 / 조용식 기자
자만벽화마을 전경을 볼 수 있는 마을 가게. 사진 / 조용식 기자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는 마을 가게.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 풍경엔 가게들도 알록달록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이색먹거리는 두이모 비빔밥 와플. 비빔밥처럼 양념이 된 밥과 양파, 양배추, 치즈, 당근, 깻잎 등 야채가 들어간 속을 와플모양으로 덮어낸 것인데 매콤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다. 한식과 양식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인기만점. 

자만 벽화마을엔 이처럼 공방·카페·분식집 등이 군데군데 있는데, 가게들 모두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에 재투자하며 공생을 이루고 있어 자립적으로 마을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벽화 갤러리들을 구경했다면 마을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자만 벽화마을을 위한 공정여행의 방법 중 하나다.

Info 자만 벽화마을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오목대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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