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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여름 여행] 폐철도의 초록빛 변신, 광주 푸른길공원
[여름 여행] 폐철도의 초록빛 변신, 광주 푸른길공원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7.20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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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떠나간 자리, 사람으로 채워지다
경전선이 이설되면서 남은 폐철도 부지를 공원화한 광주 푸른길공원.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광주] 시간은 많은 것을 허물고 빚어낸다. 일제 강점기에 부설되어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었던 경전선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드문드문 남아있는 폐선로 곁에 트인 산책로와 양옆으로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내어주는 곳, 광주 푸른길공원이다.

광주 푸른길공원은 경전선(광주역~경남 밀양 삼랑진역 구간)이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남은 폐철도 부지를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길이다.

8.1km에 달하는 평탄한 산책로에 도로변을 제외하면 전부 나무그늘이 조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등 볼거리가 쏠쏠해 시민들은 물론 도보 여행자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경전선 건널목 경보장치가 그대로 남아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푸른길공원 시작점은 광주역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광주 도심의 새로운 혈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푸른길공원은 동구 계림동에서 남구 진월동까지 이어진다. 무려 13개 동을 지나는 길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아파트와 빌딩, 다닥다닥 붙은 주택가 사이로 녹색 선이 길게 뻗어있는 모양새다.

지금은 하루 약 2~3만 명이 걷는 길로 거듭났지만, 과거에는 열차의 길, 선로가 이 자리에 놓여있었다. 푸른길공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기찻길 옆 동네의 ‘삶’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경전선 근처에 살던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항상 소음과 진동,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철길보다 지붕이 낮아 창문 사이로 쌩쌩 달리는 기차바퀴가 보이는 집도 있었다. 진동으로 인해 건물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고, 선로를 사이에 둔 마을과 마을은 단절되기 일쑤였다. 열차사고 또한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불편을 겪어야 했던 주민들은 뜻을 모아 철도 이설을 요구했고, 폐선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자는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울창한 나무가 반겨주는 푸른길공원. 사진 / 조아영 기자

조준혁 사단법인 푸른길 사무국장은 “푸른길공원이 특별한 두 가지 이유는 공원 지정을 위해 시민이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과 공원을 만드는 과정 역시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라며 “계림동에서는 공원 조성 당시 펼쳤던 ‘100만 그루 헌수운동’을 통해 시민들이 손수 조성한 ‘시민참여의 숲’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전선 폐선부지는 광주시에 새로운 혈관이 되고 있다. 낡고 막힌 혈관에 새로운 산소와 에너지가 흐르는 빼어난 길이 탄생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푸른 숲길
푸른길공원으로 향하는 첫걸음은 광주역 근처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공원의 시작점이 역사 동쪽으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자리해있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표지석과 안내판, 옛 선로가 남아있어 이곳의 정체성을 짐작게 한다.

푸른길공원은 오감길, 배움길, 물숲길, 이음길 등 총 4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구간별 거리는 1.7km에서 2.6km이며, 전 구간(8.1km)을 걸으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푸른길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도보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나뭇잎 사이로 조각난 햇살이 스며든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곧게 뻗은 길을 타박타박 걷다 보면 때죽나무, 배롱나무, 석류나무 등 다채로운 나무들이 작은 숲길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면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조각난 햇살이 쏟아진다.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나무가 만든 그늘은 노곤하게 눈을 끔뻑이는 길고양이까지 품어준다.

한 주민은 “여기는 언제 와도 좋아요. 가을에는 단풍이 멋들어지게 물들고, 겨울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길이 또 예쁘지요”라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인다.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쉬고 있는 길고양이. 사진 / 조아영 기자
폐선부지를 형상화한 푸른길 파빌리온. 사진 / 조아영 기자

걸음을 옮긴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나타난다. 직사각형 모양의 흰색 튜브 10개가 터널처럼 서 있는 이 건축물은 ‘푸른길 파빌리온’.

경전선 폐선부지 총 길이 10.8km를 형상화한 10.8m의 아담한 휴게공간이다. 기둥 아래 마련된 네모난 큐브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다 보면 숲의 향기가 비로소 가까이 느껴진다.

옛 경전선과 담양선 분기점이 그대로 남아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경전선과 담양선 분기점 역시 푸른길공원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옛 광주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여수방면과 담양방면으로 나누어졌던 십자 선로를 그대로 보존해놓아 과거 열차가 다녔던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산수동 산수 굴다리 옛터에 세워진 표지석. 사진 / 조아영 기자
분수공원 근처에는 '푸른길정자'가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옛 시절을 고스란히 담은 주택가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산수 굴다리 옛터와 분수공원은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폐선되기 전 기찻길 밑으로 트여 있던 굴다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한때 그곳은 주민들이 약속을 잡곤 했던 만남의 장소였다.

현재는 ‘산수동 굴다리 옛터’라 새겨진 표지석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지난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다. 표지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롭게 조성된 분수공원은 시원한 물줄기를 끊임없이 내뿜으며 휴식 공간 및 행사공간으로 쓰인다.

Info 푸른길공원 탐방안내센터

남광주역 근처에 자리한 푸른길 탐방안내센터. 사진 / 조아영 기자

푸른길공원과 주변 마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푸른길 해설 프로그램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탐방 일주일 전까지 안내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푸른길 해설사가 동행하여 길을 안내해준다. 단체 및 기관의 경우 원하는 탐방 주제와 대상 연령을 고려해 맞춤 해설을 진행한다.

주소 광주 동구 제봉로 7 푸른길공원 남광주 광장(옛 남광주역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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