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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의 깨달음 따라, 원불교 영산성지 순례
소태산의 깨달음 따라, 원불교 영산성지 순례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8.03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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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창시자 소태산의 생가부터 기도터, 원불교창립관까지
소태산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영광 노루목 대각터. 사진 / 유인용 기자

한국의 4대 종교 중 유일하게 우리 땅에서 꽃핀 원불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영광 백수읍에서 나고 자라며 제자도 양성했기 때문에 원불교 성지들은 백수읍에 몰려 있다. 성지는 종교색이 짙기보다는 자연경관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풍경이 아름답다.

호기심 많은 11살 소년, 산신 만나러 매일 기도하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을 품었다. 하늘은 왜 파란지, 바람과 구름은 왜 생겨나는지 등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의 궁금증을 명확하게 풀어준 사람은 없었는데 하루는 우연히 산신 이야기를 듣게 됐다.

11살부터 15살까지의 소태산이 산신을 만나기 위해 매일 기도를 드렸다는 삼밭재 마당바위. 사진 / 유인용 기자

당시 11살이던 소태산은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선 산신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 5년을 매일같이 삼밭재 마당바위에 올라 산신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산신은 만날 수 없었고 이후엔 도사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소태산의 세상에 대한 의문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깊은 생각에 잠겨 식사를 하다가 수저를 든 채 몇 시간을 그대로 있기도 했고 선진포 나루터에서 배를 기다리다 온종일 서 있기도 했다.

소태산이 깊은 생각에 잠겼던 선진포 입정터. 사진 / 유인용 기자

그러다 1916년 4월 28일 새벽, 26살의 소태산은 한 순간 몸이 가벼워지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원불교가 탄생했다. 소태산이 깨달음을 얻은 노루목 대각터는 원불교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 중 하나다.

박해자 영광군청 문화관광해설사는 “불교와 기독교에서 창시자의 탄신일을 크게 기리는 것과 달리 원불교에서는 대각절이 가장 큰 명절”이라며 “원불교에서 신앙의 대상은 창시자인 소태산이 아니라 그의 깨달음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광 소태산 생가. 사진 / 유인용 기자

생가부터 대각터까지 영산성지 돌아보기
원불교 관련 성지는 석가모니가 설법을 했다는 인도 영취산에서 이름을 따와 ‘영산성지’라고 부른다. 백수읍에 모여 있는 영산성지는 영광 시내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백수해안도로로 가는 길에 돌아볼 수 있다.

큰길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성지는 소태산이 배를 기다리다 우두커니 서 있었다는 ‘선진포 입정터’다. 과거에는 배가 드나들던 포구였지만 지금은 개천이 흐르며 그 흔적만 남았다.

입정터 비석을 지나 좀 더 달리면 오른편으로 연못이 보인다. 갯벌을 개간해 농토로 만든 정관평의 일부다. 소태산의 아홉 제자는 낮에는 개간 공사를 하고 밤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음공부를 병행하며 기도를 했다고 전해진다.

정관평의 연꽃 방죽. 사진 / 유인용 기자

개간된 정관평은 논농사가 가능해져 마을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랬고 원불교의 경제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방죽 앞쪽 연못 위로 데크로드와 정자가 조성돼 있고 철 따라 연꽃이 가득하게 피어 방문객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연못 맞은편에는 소태산이 제자들을 양성했던 영산원을 비롯해 원불교의 법당인 대각전, 차를 한 잔 하며 쉴 수 있는 성래원, 원불교창립관 등이 모여 있어 쉬엄쉬엄 걸으며 돌아보기 좋다. 특히 원불교창립관은 원불교의 창시 배경을 비롯해 소태산의 어린 시절, 아홉 제자들 등 원불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원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르길 추천한다.

Info 원불교창립관
주소 전남 영광군 백수읍 성지로 1356

영광 원불교창립관에서는 원불교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원불교창립관을 끼고 마을로 들어가면 소태산 생가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온다. 세상 만물에 호기심을 품었던 어린 소태산이 11살 때까지 살던 곳으로 현재의 생가는 지난 1981년 복원됐다.

생가 뒤편으로는 옥녀봉이 우뚝 서 있고 오른편으로는 아홉 제자가 기도를 했던 구간도실터가 있다. 영산원이 원래 자리하고 있던 곳으로 제자들이 진심을 다해 기도한 끝에 지장을 찍었는데 혈인이 나타났다는 ‘백지혈인의 법인성사’를 이룬 장소다.

아홉 제자의 손가락을 형상화한 조형물. 사진 / 유인용 기자

아홉 제자를 상징하는 비석들과 엄지손가락 9개가 한데 모인 모형의 조각품이 백지혈인의 신비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생가에서 다시 큰길로 나오는 길에는 소태산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대각터도 둘러볼 수 있다.

서해를 즐기는 백수해안도로와 노을 전시관
영산성지를 지나 백수해안도로 쪽으로 큰길을 따라 이동하면 국제마음훈련원을 만날 수 있다. 원불교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국제마음훈련원을 지나면 곧 백수해안도로의 출발점이 나온다. 서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백수해안도로는 반짝이는 칠산 바다와 옹기종기 떠 있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야경이 아름다운 영광대교를 비롯해 서해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칠산정, 직접 타종 체험을 할 수 있는 노을종,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아낙이 아이를 업은 채 돌이 됐다는 모자바위 등 도로 곳곳에 볼거리가 많다.

특히 일몰 시간에 맞춰 가면 노을전시관에서 아름다운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전시관부터 365 건강계단까지는 도로 옆으로 데크길이 조성돼 서해를 배경으로 산책도 가능하다

<미니 인터뷰>

“영산성지에서는 소태산의 생애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민족 종교에서 세계 종교로 발전한 원불교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경재 법인국장이 원불교 성지 중 꼭 들러보길 권하는 곳은 삼밭재 마당바위와 노루목 대각터다. 마당바위는 어린 소태산이 5년 간 매일 기도 드렸던 곳으로 국제마음훈련원 뒤편 산 위에 자리한다. 바위 근처에 기도실도 마련돼 있어 교인들이 기도를 위해 찾기도 한다.
김경재 법인국장은 “또한 구수산 아홉 봉우리의 중앙에 위치한 노루목 대각터는 풍경이 수려할 뿐 아니라 원불교의 창시 배경이 되기도 한 장소로 그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Info 국제마음훈련원
원불교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심신을 다루는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차 명상, 걷기 명상 등의 명상 프로그램은 20명 이상 단체부터 예약 가능하며 숙박은 2명부터 이용할 수 있다.
주소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해안로 1840

국제마음훈련원에서는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 체험과 더불어 숙박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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