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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천년의 고찰, 백제 불교의 효시, 불갑사
천년의 고찰, 백제 불교의 효시, 불갑사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8.08.0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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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상사화 군락지로 붉게 물드는 불갑산 인기
불갑사의 대웅전 용마루 중앙의 스투파와 석가모니불이 측면으로 모셔져 있는 것은 남방불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영광] 한반도의 굴곡진 역사와 닮은 꼴을 간직한 불갑사. 1600여 년의 오랜 불교 역사에 걸맞게 보물과 문화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불갑사에서 백제불교최초도래지까지 불교 성지 순례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부처 불(佛), 첫째 갑(甲), 절 사(寺)’라는 한자어처럼 백제에 불교가 들어와서 처음 세워진 사찰이 불갑사이다. 특히 9월이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상사화 군락지가 일주문에서 불갑사로 이어지는 공원을 붉게 물들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은 “모악산(384m) 불갑사 주변의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더 많은 상사화 군락지를 볼 수 있으며, 3시간이면 산 정상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려 시대 31개의 암자 중 12개 복원
불갑사는 백제 불교의 성지로 법성포와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다. 인도 서북 지역의 간다라 마라난타 성인이 중국을 걸쳐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백제 침류왕 원년(384) 9월에 법성포에 당도한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침류왕이 마라난타를 영접하고, 궁에 두어 예경을 하면서 불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면대불상 앞에서 바라본 법성포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인도 스님 간다라 마라난타 성인에 의해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가 된 법성포. 이곳에는 간다라 불교 양식의 승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내부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마라난타가 들어온 곳을 ‘불법을 포교하기 위해 성인이 당도한 포구’라는 뜻에서 ‘법성포’라 불린 것과 불갑사가 있어 모악산을 불갑산으로 바꿔 불린 것으로 보아 영광은 불교와의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불갑사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는 고려 충정왕 3년(1351)에 각진 국사가 삼창을 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31개의 암자에 1000여 명의 스님이 머물렀던 으뜸 사찰이었다고 한다. 각진 국사가 입적한 후 제자들이 사리함을 불갑사로 옮겨 왔으며, 왕명으로 비문이 지어졌다.

불갑사 일주문. 사진 / 조용식 기자
불갑사 입구의 관광안내소. 사진 / 조용식 기자

지금도 불갑사 경내에는 각진국사비가 모셔져 있다. 하지만, 정유재란 당시 승병들의 근거지가 된다는 이유로 왜군들에 의해 사찰이 완전히 전소되면서 지금은 비문의 내용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만당 스님은 “31개의 암자 중에 12개의 암자를 복원했으며, 고려 시대의 가람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지금도 복원 작업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천왕상이 지키고 있는 불갑사
불갑사 천왕문을 들어서면 사천왕상(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59호)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3.5m 크기의 목조 사천왕상은 원래 전북 무장 소요산 연기사에 있던 것으로 불갑사에 자리하기까지는 깊은 사연이 담겨있다.
 

측면으로 모셔진 대웅전의 삼불상. 사진 / 조용식 기자
3.5m 크기의 목조 사천왕상이 자리한 천왕문 입구. 사진 / 조용식 기자
불갑사 경내에 모셔진 각진국사비는 빈번한 전소와 오랜 세월로 인해 비문의 내용을 알아볼 수가 없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대웅전의 야경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조선 말기 불교 탄압으로 불갑사는 15년 이상을 스님 없는 폐사지로 방치되었다가 설두 대사가 나타나 재건을 시작했다. 당시 탐관오리가 연기사의 터를 차지하려고 관군들을 시켜 불을 질렀고, 38개 암자를 가졌던 연기사는 모두 전소되고 만다. 

그때 설두 대사의 꿈에 비를 맞고 있는 사천왕이 나타나 “우리는 연기사의 사천왕이다. 지붕을 씌워주면 가람과 삼보를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설두 대사는 폐사지가 된 연기사 인근 강가 갈대숲에 빠져있는 사천왕을 발견한다. 사천왕상을 실은 배는 서해에서 법성포로 들어와 불갑사로 자리하게 된다. 

1876년 사천왕상이 불갑사로 옮겨진 이후부터는 불갑사의 전각이 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수많은 문화재가 소실·전소됐던 6.25 한국전쟁 당시에 불갑사 만세루를 태우려 불을 붙였지만, 마룻장 하나만 꺼지고 말았다. 이는 연기사에서 옮겨온 ‘사천왕의 보호 덕분’이라는 것이 만당 스님의 설명이다.

법성포에서 만난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마라난타가 백제에 처음 발을 디딘 법성포로 들어서면 23.7m 높이의 사면대불상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8월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뒤편 주차장에 새로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면 정상에 있는 사면대불상을 만날 수 있다. 

8월 새롭게 조성된 승강기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8월 새롭게 조성된 승강기를 통해 사면대불상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김민선 영광군 문화관광해설사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 이동이 불편한 관광객을 위해 세워진 시설”이라며 “정상에 올라서면 백제불교최초도래지의 전경은 물론 법성포와 영광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간다라 양식이 인상적인 정문과 탐방로길로 이어지는 뒷길,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곳에는 간다라 불교 문화 예술의 특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간다라 유물관, 간다라 사원 양식의 대표적인 탑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23면에 걸쳐 부처님의 전생 인연담과 일대기가 부조 조각으로 이루어진 부용루와 아미타불을 주존불로 모시고, 관음, 세지보살을 좌우보처로, 그리고 마라난타 존자가 부처님을 받들고 있는 모습의 사면대불이 인상적이다.

불갑저수지 수변공원과 숲쟁이 꽃동산
불갑저수지 수변공원에는 호랑이, 판다, 활동적인 아이 모습의 동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동상들은 수변공원을 찾는 이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기념촬영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지난 7월 말에 불갑사에 핀 진노랑상사화는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일주문에서 불갑사로 가는 길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상사화 조형물. 사진 / 조용식 기자

혈액순환과 신경반사작용에 좋은 발 마사지를 위해 두 개의 발지압로가 있으며, 피로를 위한 발지압로가 있으며, 팔각정자 뒤로 인공폭포가 흘러내려 녹음과 함께 시원함을 전해준다. 

또한, 저수지 상류에서 불갑사 가는 길 입구에 조성된 불갑테마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천년방아(16m)와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가 있어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불갑사 저수지 수변공원에는 인공폭포가 있어 무더운 여름에 이곳을 지날 때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불갑저수지수변공원의 조형물. 사진 / 조용식 기자
숲쟁이공원에 있는 느림보 우체통. 사진 / 조용식 기자
16m 크기의 천년방아가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숲쟁이공원에서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연결하는 곳에 자리 잡은 숲쟁이꽃동산은 꽃과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으면서 법성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매년 법성포단오제가 열리는 주 무대로 국가지정 명승 2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바 있다.

Info 불갑사
주소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로 450

Info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주소 전남 영광군 법성면 백제문화로 203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 사진 / 조용식 기자
Mini Interview 
“불갑사 대웅전의 지붕 용마루 위의 중앙에 움푹 올라온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간다라 불교양식의 상징인 스투파로 부처의 사리를 봉인하는 일종의 사리탑입니다.”

대웅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석가모니불이 측면으로 모셔져 있다는 것이다.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은 “주전불인 석가모니불은 북쪽에 앉아 남향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른쪽 전체와 정면 일부를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건축 양식은 한국의 목조 건축양식이 혼합된 것으로 모두 남방 불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당 스님은 “대웅전 하나만 보더라도 불교 문화의 전래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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