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진짜’ 맥주를 꿈꾼다…충주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진짜’ 맥주를 꿈꾼다…충주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14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맥주의 참맛 살린 수제맥주 찾아 떠나는 여행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수제맥주는 박 에일(Park Ale), 크레이지 라거(Crazy Lager), 닉 IPA(Nic IPA), 베이비 밀크 스타우트(Baby Milk Stout)로 총 4종류다.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충주] 맥주 좀 마신다는 사람들만 찾던 수제맥주는 언제부턴가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서울에서만 볼 수 있었던 펍은 강릉, 부산 등 각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브루어리나 브루펍을 관광지처럼 들르는 여행자도 늘어났다. 당신이 만약 맥주를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이번에 관심을 가질 도시는 충주다.

충주 시내에서 벗어난 조용하고 한적한 안림동에 위치한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크래프트 비어 불모지였던 충주에 가장 처음 생긴 수제맥주 공장이다.

플루메리아의 꽃말인 ‘당신을 만나서 행운입니다’는 먼 길을 달려온 방문객들에게 전하는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메시지다.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로고 안에 그려진 꽃문양을 발견했을 듯싶다. 하와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루메리아’의 꽃말은 ‘당신을 만나서 행운입니다’. 충주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이곳까지 먼 길을 달려온 방문객들에게 전하는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메시지다.

브루어리를 꿈꾸게 한 수제맥주의 추억
“맥주에 빠지게 된 건 한국의 하우스 맥주를 마시고 나서였어요. 맥주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다양하다는 것, 종류에 따라 맛도 다채롭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죠.”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에서는 수제맥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박선애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대표는 맥주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브루어리를 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맥주처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맥주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막연하게 하다 지난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공장 면허’가 신설되면서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장 브루어리를 열기엔 자본금을 비롯해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여성 브루마스터와 중국계 브루마스터의 이색 만남
당시 박선애 대표는 충주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중국 출장을 몇 차례 다녀오면서 중국인인 닉 대표를 알게 됐다. 알고 보니 닉 대표의 부모님은 중국 청두에서 수제맥주공장을 운영하고 계셨고 닉 대표 또한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맥주 양조 능력을 검증받은 터였다.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내부 모습.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중국은 우리보다 수제맥주 시장이 컸고 발전 속도가 빨랐다. 중국 맥주 업계의 인맥이 넓은 닉 대표는 브루어리 창업에 있어 박 대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동업자였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수제맥주를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박선애 대표의 제의를 닉 대표가 수락하면서 두 사람은 조금 험난한(?) 길을 걷는 사업 파트너가 됐다. 블루웨일 브루하우스를 창업할 때 중국의 맥주 양조 기계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었던 것도 닉 대표의 역할이 컸다.

현재 블루웨일 브루하우스는 박선애 대표와 중국인 닉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각자 가정이 있는 지역이 충주라 브루펍을 충주에 열었지만 아무래도 수도권보다 수제맥주를 즐기는 인구가 적은 편이라 운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올해 초 문을 열었고 아직 1년도 안 됐으니 많이 노력해야죠. 좀 더 열심히 뛰려고요.”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 두 대표가 꿈꾸는 이상적인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모습이다.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처음 마시는 수제맥주라면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에서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수제맥주는 박 에일(Park Ale), 크레이지 라거(Crazy Lager), 닉 IPA(Nic IPA), 베이비 밀크 스타우트(Baby Milk Stout)로 총 4종류다. 4종 모두 맛이 튀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수제맥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크게 라거와 에일류로 나뉜다. 라거는 발효 중 아래로 가라앉는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저온에서 발효시킨 맥주로 시원한 청량감과 탄산이 특징이다. 크레이지 라거는 라거 중에서도 시트러스한 향과 맛이 나는 ‘스페셜 라거’다.

"보통 수제 맥주라고 하면 라거보다 에일을 먼저 떠올리는데 에일 만큼이나 라거의 종류가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 스페셜 라거를 선택했다"는 것이 박선애 대표의 설명이다.

샘플러는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수제맥주 4종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다.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에일은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따뜻한 온도에서 발효시키며 시트러스 계열의 향긋함과 진한 맛이 특징이다.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박 에일은 오렌지 필 등의 천연재료가 들어간 벨기에 스타일의 맥주로 첫 향부터 과일의 싱그러움이 고루 퍼진다.

인디아 페일 에일의 약자인 IPA는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 인도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에게 맥주를 보내기 위해 맛이 변질되지 않도록 홉을 많이 넣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홉의 영향으로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강한 편이지만 닉 IPA는 처음 IPA를 마시는 사람들이 강렬한 맛에 당황하지 않도록 쓴맛을 줄이고 감귤과 열대과일의 향을 높였다.

흑맥주의 대명사이자 흔히 기네스 맥주로 알고 있는 스타우트 역시 에일의 한 종류다. 까맣게 태운 맥아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 맛이 나기로 유명한데 베이비 밀크 스타우트는 탄 맛보다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닉 대표가 유럽맥주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던 레시피로 제조한다.

박선애 대표는 “수제맥주를 처음 접하는 방문객에게는 샘플러를 추천한다”며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수제맥주 4종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라고 귀띔한다.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뒤편의 공터.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맥주의 참맛’ 창의성보다 기본 원칙 우선돼야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수제맥주는 맥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음직한 맥주로 라인업 돼 있다. 독창적이라기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새로운 맥주를 맛보고 싶어 하는 맥주 마니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 있지만 박선애 대표와 닉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맥주도 음식이기 때문에 창의성보다는 기본 원칙과 원재료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단다.

예를 들면 라거에 사용하는 효모 역시 가격에 맞춰 대체 효모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수입을 통해 고가의 라거 전용 효모를 사용한다. 이윤을 추구해야 할 사업에서 고가의 원재료를 쓰는 이유를 박선애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김치찌개도 김치 자체가 맛있으면 어떤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찌개 맛이 좋잖아요. 맥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원재료가 좋으면 맥주 본연의 맛이 좋을 수밖에요. 제게 감동을 주었던 맥주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맥주의 참맛’을 알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정직하고 진정성 있게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건물 뒤편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노을이 잘 보이는 공터를 그냥 두기 아쉬워 두 대표는 재미있는 파티를 기획 중이다. 매월 마지막 주 금‧토요일에 수제맥주 4종류를 무제한 제공하는 ‘수제맥주 페스티벌’로 전망 좋은 곳에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주선하려 한다.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두 대표가 꿈꾸는 이상적인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모습이다.

Info 충주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메뉴 수제맥주 5900원부터~, 마르게리타 피자 1만5000원, 그릴치킨샐러드 1만3000원 등
운영시간 평일 오후 5시 30분~오전 12시, 주말 및 공휴일 오후 1시~오전 12시, 월요일 휴무
주소 충북 충주시 안림로 226 
문의 043-843-7773 

TIP 그 외 충주의 맛이 궁금하다면…

중원당의 청명주.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중원당
예부터 충주에서는 하늘이 맑고 화창해지는 청명절에 청명주를 담가 마셨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 한강 상류의 범선 집결지였던 충주 지방을 오가는 손님들이 마시기 시작했으며 사대부들을 위한 손님 접대용, 혹은 명절이나 제삿날에 사용하기도 했다. 중원당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향전록’에 수록된 제조방식을 복원해 오직 누룩, 찹쌀, 밀을 사용해 청명주를 빚는다. 자연 그대로의 단맛, 상쾌한 산미와 그윽한 향이 나는 약주다.
주소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청금로 112-10

충주 탄금호 중앙탑공원의 술 박물관, 리쿼리움. 사진 / 김선주 주류칼럼니스트

리쿼리움
충주 탄금호 중앙탑공원에 자리 잡은 ‘리쿼리움’은 리쿼(liquor, 술)와 리움(rium, 전시관)의 합성어로 술 박물관이라는 뜻이다. 술의 역사, 와인관, 증류주관, 맥주관, 전통주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술을 공부하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곳이다. 관람 후에는 탄금호 전망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와인 및 주류 시음을 할 수 있다.
이용금액 입장료 5000원, 입장 및 시음 패키지 8000원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주소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정안길 12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