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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수 여름 보양식] 하얗게 꽃으로 피어나는 갯장어의 찰진 살맛
[여수 여름 보양식] 하얗게 꽃으로 피어나는 갯장어의 찰진 살맛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8.14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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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놓치면 아쉬운 '하모 샤브샤브'의 담백함
여름철 별미 보양식인 갯장어 샤브샤브. 육수에 살짝 데치면 하얀 살들이 꽃처럼 피어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가지각색의 수산물이 모이는 여수에는 게장, 서대회, 갈치조림, 새조개 샤브샤브 등 계절별로 특색 있는 먹을거리가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도 있다. 남쪽 바다의 대표 보양식으로 이름 난 갯장어다.

무더운 여름에 더욱 특별해지는 갯장어
장어는 종류가 많다. 흔히 민물장어라고 부르는 뱀장어부터 연중 어획되어 대표적인 바닷장어로 불리는 붕장어, ‘꼼장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먹장어와 여름철 별미인 갯장어까지. 종류에 따라 먹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장어류는 모두 보양식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 건강한 어종이다. 이중 여수에서는 붕장어와 갯장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데, 여름철에는 갯장어를 집중적으로 어획한다.

갯장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동서로 길게 이어진 국동항 내에서도 돌산대교와 가까운 여수수산업협동조합위판장이다. 허선정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여름에 특히 맛이 좋은 갯장어는 제철이 아주 중요한 장어류”라고 말한다.

“붕장어도 여름을 제철로 치지만 연중 어획되기에 물량 변동이 심하지 않아요. 계절에 따라 맛 차이도 크게 나지는 않고요. 반면 갯장어는 여름 시즌이 지나면 뼈가 억세지고 기름기도 적어져서 맛이 떨어져요.”

위판 시간이 되면 항만에 어선들이 빼곡하게 밀집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갯장어 위판은 상태를 직접 확인하며 배 위에서 진행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그래서 여수에서는 6월부터 갯장어 어획을 시작해 늦어도 9월초까지만 어획한다고. 양식이 어려운 장어류의 특성상, 갯장어도 전량 자연산인데다가 잡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으니 가격도 비싸다. 허 조사원은 “그래서 이 시기에는 연안 연승(주낙) 어선들이 대부분 갯장어를 어획한다”고 말한다.

위판이 시작되는 오후 3시 무렵이 되면 갯장어를 실은 어선들이 항만에 가득 들어찬다. 위판은 갯장어를 배에서 내리지 않고 경매사들과 중매인들이 어선을 돌아다니며 장어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 진행한다. 상태 확인을 위해 뜰채로 잠시 끌어올리는 새에 파득거리는 움직임은 갯장어의 힘 그 자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판이 결정된 갯장어들은 빠르게 수조차로 옮겨진다. 동시에 위판을 마친 어선들도 항구를 빠져나간다.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대경도에서 다음 위판 물량을 실은 어선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한 철에만 집중적으로 어획하는 갯장어인 만큼 상당히 활기찬 모습이 연출된다.

잠시 뜰채에 담긴 사이 파득거리는 움직임에서 갯장어의 힘을 체감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한 차례 위판이 진행되고 나면 차례를 기다리던 어선들이 항구로 들어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1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갯장어 샤브샤브’
갯장어는 이름으로 보면 갯벌과 관계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재밌게도 네 발 짐승인 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본어로는 ‘하모’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이 붙여진 이유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송곳니가 길고 이빨이 날카로워서 ‘개의 이빨을 가진 장어’라는 의미인 걸로 알고 있어요. 성질도 사나워서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하고, 잘못 물리면 손가락이 잘리는 일도 있답니다. 일본어로 ‘하모’라고 부르는 것도 깨문다는 뜻의 ‘하무’에서 왔다고 해요.”

갯장어는 개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이처럼 갯장어의 사나운 성질을 잘 알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갯장어 맛을 즐긴다는 점도 재밌는 사실이다. 또한,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아 손질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흰 살 생선으로 변신한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 익혀먹는 샤브샤브 방식으로 많이 즐기는데, 칼집을 낸 갯장어를 장어 뼈로 우려낸 육수에 10초 정도만 데치면 흰 살이 꽃처럼 피어난다. 허선정 조사원은 “지금이야 여름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원래는 거의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되던 어종”이었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수와 고흥 등 남해 지방이 아니면 갯장어 샤브샤브는 모르던 음식이었어요. 지금은 관광객들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택배로 갯장어를 운송할 정도로 유명해졌죠.”

국동항과 가까이 있는 여수수산시장이나 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하면 갯장어를 kg 단위로 구매해 택배로 보낼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여름이면 여수 시내 여느 횟집이든 ‘갯장어 샤브샤브’라고 적은 현수막이 집집마다 나부낀다. 허 조사원은 “이렇듯 수요가 늘어나다보니 자원량이 줄어들면서 지난 2017년에 자원회복대상종에 포함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갯장어를 택배로 보낼 수 있는 여수수산시장 내부. 사진 / 노규엽 기자
갯장어는 장어 뼈로 우려낸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 방식으로 많이 즐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갯장어는 어획 금지체장이 40cm 미만이에요. 여수는 워낙 다양한 수산어종이 들어오는 곳이라서 어민들이 자율적으로 가벼운 개체는 잡지 않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요.”

이제는 여름철 별미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갯장어는 어민들의 노고와 수산자원을 지키려는 관계자들의 노력, 먹기 좋게 손질해주는 전문 요리사의 실력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는 귀중한 수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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