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미식 여행] 삼천포항은 이미 전어의 계절
[미식 여행] 삼천포항은 이미 전어의 계절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8.26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 전어는 옛말, 여름부터 맛있는 전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삼천포항은 지금 전어 제철을 맞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사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고된 시집살이도 감내할 정도로 전어구이 맛이 좋다는 뉘앙스로 쓰이는 말이다. 기름기가 많아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는 남해와 서해에 걸쳐 많이 어획되는데, 그중에서도 어획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이다.

전통 있고 규모도 큰 삼천포항
삼천포항은 삼천포시가 항구도시로 번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항구다. 사천군과 통합되어 사천시가 되면서 지금은 삼천포시라는 지명이 사라졌지만, 긴 세월 무역항과 어항으로서의 역사를 이어온 항구는 여전히 삼천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전어는 삼천포항을 포함한 남해 지역에서 전국 어획량이 80%가 나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위판 시간이 가까워지면 활어 위판장으로 분주하게 전어를 옮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움직임이 잽싼 전어는 활어 수조에서도 힘차게 퍼득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삼천포항을 비롯해 사천시와 남해군까지 오가며 수산자원 조사를 하고 있는 박탐이나 조사원은 “삼천포항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위판 규모가 큰 어항”이라며 “삼천포항으로 들어오는 어선뿐 아니라 인근에서도 차를 이용해 위판에 참여할 정도”라고 말한다. 삼천포항에는 선어 위판장과 활어 위판장이 따로 있는데, 두 위판장 모두에서 여름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전어다.

“전어는 따뜻한 수온을 좋아해 봄을 지나면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들어오면서 어획이 가능해져요. 주 산란기인 5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는 금어기이기 때문에 여름의 중반부터 수온이 차가워지기 전인 늦가을 무렵까지 삼천포에는 전어를 목적으로 어업을 나가는 배들이 많습니다.”

세간에서는 전어의 제철을 가을로 알고 있지만 정작 산지에서는 여름 전어를 ‘햇전어’라고 부르며 어획하기 시작한다. 삼천포를 포함한 남해 지역에서 전국 전어 어획량의 80%가 나올 정도인데, 박 조사원은 “삼천포 쪽에 먹이 생물이 많아 전어가 특히 많이 잡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서 바다를 벗어나면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어종이다. 힘차게 퍼덕이며 살아있던 전어도 횟집 수조에 들어간 지 이틀 정도면 죽는다고 한다. 박 조사원은 “살아있는 전어만 회로 먹을 수 있기에 죽고 나면 구이용으로 판매된다”며 “그래서 선어 위판장으로 들어오는 전어들은 애초 구이용이나 젓갈용”이라고 말한다.

삼천포항 활어 위판장에서는 전어와 함께 문어 등도 위판을 진행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어는 아가미 옆에 까만 반점이 있어 다른 어종과의 구분도 쉽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어는 금어기는 있지만 금지체장은 없는 어종이다. 다만 2년 정도는 자라야 성숙한 개체가 되므로 최소 13cm 이하는 어획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삼천포항 활어 위판장을 찾으면 어른 손바닥만 한 전어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갓 잡혀와 노란 박스에 담긴 전어들은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카메라 셔터도 쫓아가기 힘들 정도다.

전어 먹기 딱 좋은 시기는 여름~초가을
전어에 관한 이름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는 화살처럼 빠르게 헤엄친다고 하여 화살 전(箭) 자를 사용한다고 적혀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며 돈 전(錢) 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도 작고 빠른 전어의 존재를 알고 즐겨 먹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지금도 다르지 않은데, 특히 산지에서는 다른 어종에 비해 비싼 편이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삼천포항 주변에는 전어를 맛볼 수 있는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다. 활어 위판장 옆으로 활어회센터 건물과 전통수산시장이 있고, 선어 위판장 옆으로는 용궁수산시장이 있어 전어뿐 아니라 사천시에서 어획되는 다양한 수산물을 구경하고 직접 살 수도 있다.

삼천포항 인근에는 용궁수산시장을 비롯해 전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어는 성질이 급한 어종이라 수조에 들어간 지 2일 정도면 죽는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전어는 뼈째 먹는 생선이기에 계절에 따른 차이를 알아두면 좋다.

“산란기의 전어는 모든 영양소를 산란에만 집중하다가, 산란이 끝나면 다시 살을 찌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크기가 작은 대신 뼈가 연하고 육질이 부드럽죠. 반면 가을이 되면 살이 한창 오르고 기름기가 많아집니다. 가을 전어가 더 맛있다고 소문이 난 이유죠.”

이에 따르면 세꼬시 방식으로 뼈와 함께 썰어내는 전어회는 여름에 즐기기 더 좋고, 살이 올라 고소한 맛이 배가되는 전어구이는 가을이 안성맞춤이다. 세꼬시를 잘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어를 회로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음력 8월 15일(추석)이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여름엔 육질이 부드럽고 가을엔 살이 올라 고소한 전어구이. 사진 / 노규엽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