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0월호
"공룡박사 다 모여라!" 타임머신 타고 떠나는 고성 여행
"공룡박사 다 모여라!" 타임머신 타고 떠나는 고성 여행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8.08.30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룡 흔적이 곳곳에... 고성공룡박물관&상족암군립공원
탁 트인 바다를 따라 걷는 상족암군립공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고성] 똑같은 이름을 강원도와 나눠 갖느라, 남쪽의 고성은 외지인에게 딱 절반만큼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고성, 강원도 말고 경남!”때로는 또박또박 강조할 때도 있다.

양 옆으로 ‘보물섬’남해와 ‘한국의 나폴리’통영을 끼고 있는 터라 때로는 무심히 스치는 도시로 전락한다.

그래서 고성 여행은 더 특별하다. 아직도 외갓집 고샅길 같은 풍경이 바다를 따라, 낮은 산들을 따라 이어졌다. 크지 않고, 번잡하지 않고, 요란스럽지 않다.

고성 여행은 1억 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신기하고 알찬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중생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고성공룡박물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성공룡박물관 밖은 곳곳이 포토존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성공룡박물관 야외에는 20여 점의 대형 공룡 조형물과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중생대로의 여행, 고성공룡박물관
공룡박물관에 닿기 전부터 고성은 이미 공룡의 땅이었다. 마을 곳곳 정류장엔 곡선형 공룡이, 아파트 벽면엔 채색한 공룡이, 도로 입구엔 그럴싸한 조형물이 수문장인양 여행객을 맞는다. 빠르게 달리는 차안에서도 “저기, 공룡!”아이들은 용케 공룡을 찾아내고 환호성이다.

길은 초가을 햇살에 부서지는 바다와 초록의 끝물에서 꿈틀대는 산 사이로 이어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생대로 떠나는 기나긴 여정의 입구 같은 길이었다.

고성공룡박물관은 고성에 살았다는 초식공룡 이구아노돈을 형상화 해 건립한 국내 최초의 공룡박물관으로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다. 전시된 공룡화석은 진품을 포함해 약 90여 점.

박물관 내부는 공룡 골격을 전시한 제1전시실, 고성 곳곳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을 전시한 제2전시실, 백악기 공룡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시한 제3전시실 등 모두 5개의 전시실로 나뉘었다. 

공룡 모형을 입구로 한 제3전시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국내 최초의 공룡박물관인 고성공룡박물관 전시실 내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제3전시실 입구는 그 자체로 포토존이다. 공룡의 입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선 공룡 모형이 있다.

아이들은 뾰족한 이빨을 드러낸 공룡 앞에서 한참을 머뭇대다 용기를 내 들어선다. 가끔은 어둑한 실내와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듯 움직이는 공룡 때문에 훌쩍훌쩍 울기도 하지만…. 

박물관 밖으로 나서면 공룡 쿠키나 비누를 만들 수 있는 체험관과 식당이 나온다. 그 사이를 지나 내려서면 실내 전시장만큼 인기가 높은 공룡 공원이다.

20여 점의 대형 공룡 조형물과 놀이터, 편백숲, 미로공원, 바닥분수, 토피어리동산과 전망대(카페) 등이 있어, 두루두루 다 돌아보려면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부모는 금세 지치지만 아이들은 하루 종일이라도 뛰어놀 기세다.

중생대 공룡 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된 상족암군립공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탁 트인 바다와 퇴적암이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상족암에 남은 공룡발자국
상족암군립공원은 해안선을 따라 맥전포나 제전마을 등과 붙어 있지만 보통은 공룡박물관을 통해 오가는 경우가 많다.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서 해변 쪽으로 향하면 작은 매표소가 보인다. 바닷가에 갔다가 박물관 주차장으로 돌아갈 때 여기서 표를 한 번 보여줘야 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끊은 표는 박물관을 떠날 때까지 버리지 않는 게 좋다. “낙석으로 인하여 상족암 동굴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을 허리춤에 끼고 계단을 내려선다. 

탁 트인 바다와 시루떡을 척척 쌓아놓은 듯한 퇴적암, 금방이라도 뒤틀릴 것 같은 바위, 모두 잠든 밤이면 거짓말처럼 나타나 쿠웅 쿵 낮은 진동으로 산책할 거대한 공룡의 실루엣이 그려지는 곳.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와 월흥리, 또 한려해상과 인접한 상족암은 밥상다리 모양을 한 바위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곳이다.

지난 1982년 중생대 공룡 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됐고, 1999년 가을엔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됐다.

공룡박물관이 상족암 위쪽에 자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도는 쉴 새 없이 몰려와 자꾸만 발자국을 지우고 있었다.

움푹 파인 발자국 안엔 1억년 내내 파도가 실어온 짭조롬한 바닷물과 뭉게구름이 담긴다. 그 옛날 이 해변을 거닐었을 공룡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가만히 화석을 만지면 아직도 잔잔한 떨림이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촬영지였던 장산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쉼표, 마을을 지키는 장산숲
상족암을 등지고 쉬엄쉬엄 1시간쯤 북으로 달리면 마암면 장산리에 조성된 장산숲(경상남도기념물 제86호)에 닿는다.

2016년 종영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촬영 장소에다 고성군 홈페이지에도 송학고분군, 간사지 생태공원, 화당리 다랭이논 등과 함께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선정한 숲이다.

기대는 가끔 실망을 동반한다. 조성 당시에는 그 길이가 1㎞에 달했다지만 현재는 약 100m, 그러니까 힘차게 뛰면 20초 안에 숲의 끝과 끝을 이을 만큼 규모가 줄었다.

조선 태조 때 이 마을에 집성촌을 이루었던 허기, 혹은 성종 때 이황의 제자였던 허천수가 조성한 데서 비롯한 장산숲은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방풍림이며, ‘바다가 마을에 비치면 번쩍번쩍해서 마을에 좋지 않다’하여 이를 비보(나쁜 기운을 억누르고 약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인공숲이다.

규모는 작지만 느티나무•서어나무•이팝나무•소태나무•검노린재•검팽나무 등 활엽수종 250여 그루가 서식 중이어서, 가을빛이 들면 얼마나 곱고 예쁠지 상상만으로도 뺨이 붉어지는 곳이다.

누군가는 생각보다 작은 숲 때문에 실망하지만 누군가는 오롯함과 조용함, 혹은 소소한 숲속 풍경에 듬뿍 애정을 담기도 한다. 대개 숲이 사람을 감싸지만 장산숲에서만큼은 사람이 두 팔을 활짝 벌려 숲을 안고 보듬을 수 있다.

더위의 끝자락에 선 예쁜 숲은 한낮에도 어둡고 서늘하다. 연못 안 정자에 앉아 텀블러에 담아온 커피를 마셔도 좋고, 가볍게 준비한 간식을 주섬주섬 펼쳐두어도 좋겠다. 숲은 안락한 쉼터다. 계절과 계절을 잇는 길목에서, 나른한 육체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 활력제다.

커다란 노거수 아래엔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부채질 중이다.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했다더니 숲은 오늘도 땀으로 얼룩진 농부의 주름진 얼굴을 닦아 주고 있었다.

분명 이 숲에서 어린 시절 뛰어놀았을, 어른이 된 후엔 서로를 돌보고 위로가 되었을, 숲과 마을과 사람은 오랜 지기이자 비밀을 공유한 소꿉친구일 게 분명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