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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이달의 섬 여행] 소박하고 선한 사람들의 마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영산도
[이달의 섬 여행] 소박하고 선한 사람들의 마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영산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8.09.06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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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서 선정한 명품마을
전남 신안의 흑산도 앞에 아름다운 섬 영산도가 자리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신안] 신안 흑산도 앞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 영산도. 목포에서 94㎞, 흑산도에서 약 3.2㎞ 지점에 있는 섬. 흑산도와 홍도에 기가 눌려 있던 섬이 마침내 명품마을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산도는 먼 옛날 홍어의 주산지였다. 흑산도 홍어란 말이 특정되기 전에 흑산도와 영산도 어부들은 영산도 앞바다에서 홍어잡이를 했다. 동지 무렵부터 설날 전후에 흑산도 앞바다로 산란하기 위해 나타난 홍어를 잡아서 흑산도 어시장이나 목포에 내다 팔았다.

홍어의 고장, 영산도로 가는 법
영산도에서 홍어보다 유명한 게 아름다운 풍광이다. 흑산도를 자주 다닌 천기철 작가는 “흑산도 갔다가 영산도 안 보고 그냥 오면 헛일이여!”라고 말한다.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흑산도 한 쪽만 보고 온 셈이라는 이야기였다.

흑산항이 있는 예리마을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죽항이 있다. 죽항에서 건너다보이는 섬 영산도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에 숙소를 나섰다. 하루 전날 영산도마을 최성광 이장과 전화로 약속해둔 터였다.

흑산도에서 영산도까지 오가는 배는 정기 여객선이 아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시각에, 또한 단체 손님이 원하는 시각에 사전 조율을 통해 하루에 서너 번씩 다닌다.

흑산도 죽항과 영산도를 오가는 비정기 여객선. 운임은 1인당 왕복 1만원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영산도 해안은 물이 맑고 잔잔하며 수면 경사가 완만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약속한 8시 30분에 배가 죽항에 다가왔다. 영산도 토박이인 최 이장은 여객선 선주이자, 마을 농작물을 판매하고 식당과 숙소를 운영하는 공동체인 영산상회 사장님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겠지만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른 인구가 40명 남짓이다. 절대다수가 여성이고 남자는 예닐곱이다. 지난달에 50대 중반인 이장보다 젊은 남자가 병을 앓다 저세상으로 떠나버려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죽항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국립공원) 직원복장을 한 사내가 함께 배에 올랐다. 서울에서 온 여행객 열댓 사람을 위해 나온 국립공원 흑산도 지사에 근무하는 김동복 씨다. 영산도가 국립공원에서 지정한 명품마을인 탓에 여행객이 들어올 때마다 김씨가 여행객들에게 영산도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몇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소박하고 조용한 선한 사람들의 마을
죽항을 떠난 작은 여객선이 10여 분을 달리자 영산도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진다. 섬에 있는 유일한 마을, 영산포구에 다다르자 소나무가 울창하고, 바위능선을 가진 산이 먼저 위용을 자랑한다. 결코 만만한 섬이 아니니 얕잡아보지 말라고 웅변하는 듯하다.

해발 220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능선과 아름드리 소나무숲에서 신령스런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이 섬을 영산도(靈山島)라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영산홍과 진달래의 중간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밝고 고운 영산화(永山花)가 많이 피어서 영산도(永山島)라 불리는 것이 정설이다. 행정구역상 이름도 그렇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기꺼이 영산화가 피는 봄에 왔을 텐데….

마을에 도착하여 부뚜막이라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장의 가족이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지만 계산은 마을공동체인 영산상회에서 한다. 아침을 먹고 마을 구경을 나섰다.

마을공동체인 영산상회. 사진 / 박상대 기자
영산도에는 논은 없고 밭만 있다. 수수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영산도 주민들이 생산한 민들레차. 사진 / 박상대 기자
김동복 씨는 자연환경해설사 겸 가이드인데, 여행객들에게 주민들이 생산한 민들레차를 한 잔씩 대접하고, 방향제 만들기 체험을 돕는다. 모두 무료. 사진 / 박상대 기자

영산도는 면적 1.91㎢, 해안선 길이 7.9㎞인 작은 섬이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 하나뿐이고 약 30세대, 40여 명이 살고 있다.

전성기 때는 400여 세대가 살았고 초등학교도 있었는데, 지금은 학생 2명이 다니는 작은 분교가 있을 뿐이다. 마을에 중학생도 있다는데, 흑산중학교를 다니며 기숙사에서 생활한단다.

섬에는 논이 없다. 주민들은 밭에서 콩ㆍ고구마ㆍ채소ㆍ참깨 등을 생산한다. 인근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주로 장어ㆍ전복ㆍ농어 등이 있고, 전복ㆍ홍합ㆍ다시마 등을 양식하기도 한다.

마을에는 보건소와 파출소와 도서관이 있고, 모래해변과 펜션과 민박집이 있다. 교회도 하나 있는데 주일마다 흑산도에서 전도사가 예배를 인도하러 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학교와 도서관과 교회가 있는 섬이다. 그러나 영산도는 아주 넓은 바다를 품고 있으며, 육지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참으로 멋드러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영산투어의 백미
영산도에는 아름다운 8경이 있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당산의 기와집을 둘러싼 당산창송(堂山蒼松)은 마을 입구 산언덕에 있고, 만병을 고친다는 이야기가 서린 비류폭포(飛流瀑布)는 배를 타고 나가야 볼 수 있다.

영산 8경 중 전국에 알려진 유명한 앵글은 석주대문(石柱大門)이다. 한동안 애국가 영상의 한 컷을 장식했던 기묘한 돌문이다. 영산도 바다를 지나던 배들이 풍랑을 만나게 되면 이 돌문 안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영산도를 대표하는 비경 석주대문. 사진 / 박상대 기자
카메라에 풍경을 담으며 감탄하는 여행객들. 사진 / 박상대 기자
마을에는 민박집과 펜션이 있다. 약 50명이 숙박할 수 있는데, 단체손님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큰 파도가 일지 않는다면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영산도 여행의 백미다. 이를 즐기지 못한다면 영산도 여행은 절반만 한 셈이다. 유람선은 1시간 30분 동안 영산도의 여기저기를 보여준다.

해안선 따라 섬을 이루고 있는 암반의 지질은 대부분 규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석해안은 해식애(海蝕崖)가 발달해 있는데 보는 이의 혼을 빼앗아 버린다.

불그죽죽한 암석이 우람한 몸짓으로 서 있거나 갈색 암석들이 시루떡을 썰어놓은 듯 포개져 있다. 깎아지른 절벽에 마치 날개를 편 청학처럼 서 있는 소나무들은 누가 심어서 가꿨단 말인가! 바위에 뚫어놓은 수많은 구멍들은 어느 신이 빚어놓은 작품인가!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이것은 그림이 아니다. 어떤 화가도 이런 그림을 창작할 수 없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밀려온 너울이 작은 배를 들었다 놨다 하지만 그 나름 스릴과 재미를 준다. 영산도는 울릉도와 홍도, 백도가 내뿜는 아름다움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비경이다.

홍도를 먼저 한 바퀴 돌고 영산도에 들른 서울 여행객들은 “홍도만 보고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우와~ 정말 멋진 해안절벽이네요”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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