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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제주 오름 여행 ①] 따라비오름과 영주산
[제주 오름 여행 ①] 따라비오름과 영주산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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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제주, 오름에 오르다
가을 제주의 오름은 황금빛 억새가 일렁인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의 가을은 어떤 색일까? 설악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다면 제주의 오름은 황금빛 억새가 일렁인다. 또 가을이 깊도록 온화한 초록과 파란 하늘빛이 어우러져 계절을 무색하게 하는 오름도 있다. 육지의 ‘산’과는 조금 다른, 제주 ‘오름’의 가을 색을 만나보자.

오름의 여왕을 만나다… 따라비오름
가을에 특히 빛나는 따라비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몇 년 새 핑크뮬리 밭을 조성한 카페들이 손님을 모으고 있지만, 대자연에서 만나는 선물 같은 풍경은 역시 토종 억새다. 억새는 11월쯤 올라오기 시작해 포슬포슬한 황금빛 물결을 만든다.

따라비오름의 3개 굼부리는 가운데에 맞물려 있고 봉우리는 6개,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정상’에 해당하는 부분은 2개가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3개의 굼부리(분화구)를 가진 따라비오름은 넓게 벌어진 형태여서 바람 따라 일렁이는 억새를 초원의 분지처럼 품는다.

‘따라비’라는 이름은 고구려어 ‘다라비’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다라’는 ‘달을(達乙)’, ‘달(達)’에서 온 것으로 ‘높다’는 뜻이다. 다른 어원으로는 ‘따래비(땅하래비)’가 있다. 주변에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있는데 따라비오름은 이들의 가장 격으로 ‘따애비’로 불리다가 이것이 ‘따래비’가 되었다는 설이다.

고구려어로 ‘높다’고 하였지만 342m로 그리 높지 않고, 오히려 주변 오름의 아버지 역할을 하듯 넉넉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여왕’의 모습으로 연상하자면 황금빛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듯도 하다.

제주의 오름은 등반의 수고에 비해 경관을 보는 기쁨이 과분할 정도다. 빠르면 10분, 중간에 쉬어 간다 하더라도 20분이면 능선에 다다른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의 오름은 등반의 수고에 비해 경관을 보는 기쁨이 과분할 정도다. 빠르면 10분, 중간에 쉬어 간다 하더라도 20분이면 능선에 다다른다. 화산체라는 특성상 정상은 없고 움푹 파인 굼부리, 즉 분화구가 있다. 잠시 숨이 차더라도 고통은 금방 끝이 난다.

억새를 감상하며 걷기 좋은 쫄븐갑마장길
오름에 올랐다면 능선을 따라 걸으며 시원한 제주의 바람을 만끽해 보자. 3개의 굼부리는 가운데에 맞물려 있고 봉우리는 6개,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정상’에 해당하는 부분은 2개가 있다.

서쪽 전망대에서는 큰사슴이오름(대록산)과 풍력발전단지, 멀리 한라산 봉우리가 장관이고, 동쪽 전망대에서는 갑마장길과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카메라를 어디에 갖다 대더라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갑마장길은 갑마장, 즉 목장길을 따라 걸으며 제주말과 목장, 옛 목장의 흔적인 잣성 등을 살펴보는 코스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따라비오름이 포함된 쫄븐갑마장길을 걸어도 좋겠다. 따라비오름은 제주 중산간 마을인 가시리에 속해 있고, 이곳은 예부터 나라에 진상하던 ‘갑마’를 키워냈다.

갑마장길은 갑마장, 즉 목장길을 따라 걸으며 제주말과 목장, 옛 목장의 흔적인 잣성 등을 살펴보는 코스다. 갑마장길의 전체코스는 약 20km이고 ‘짧다’는 뜻의 쫄븐갑마장길은 10.3km로 조랑말체험공원, 국궁장, 큰사슴이오름 등을 지난다. 

Info 따라비오름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2

오름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여행지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이국적인 가을 풍경의 영주산
제주 성읍민속마을 뒤에는 영주산이 있다. 다른 제주의 산처럼 화산체인데 ‘오름’이 아니라 ‘산’으로 불린다.

성산, 송악산, 산방산, 영주산은 ‘산’인데 왜 나머지는 오름일까? 사실 특별한 규칙은 없어 보인다. 습관처럼 ‘산’이라 불러왔으니 ‘산’이다. 다만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사람들이 특별히 신령한 장소로 여겼던 곳들은 ‘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제주의 알프스' 영주산은 초지가 대부분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영주산은 지금의 성읍민속마을인 ‘정의현’의 주산이었고 정의현은 조선 시대 제주의 3개 행정중심지 중 하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영주산의 속명이 ‘영모루’이고 정의, 김녕, 함덕에 신선이 많아서 바로 이 산이 신선산 가운데 하나라고 기록돼 있다. 즉 영주산의 뜻 안에 ‘신성한 산’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신성한 산이라니 어둡고 깊은 숲을 상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주산은 초지가 대부분이다. 제주는 날씨가 따뜻해 늦가을에도 온화한 초록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와중에 툭툭 터진 노란 억새까지 어우러지니 가을 영주산에는 좋은 건 다 있다. 탁 트인 초지에는 소들이 유유자적 풀을 뜯는다. 이 때문인지 여행자들은 ‘제주의 알프스’라고도 부른다.

제주는 날씨가 따뜻해 늦가을에도 온화한 초록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천국의 계단에 올라 알프스 소녀가 되다
언덕을 약간 오르다 만나는 것은 가파른 계단이다. 325m는 그리 부담스러운 높이가 아니지만 계단 끝은 하늘에 닿아 있어 꽤 높이 올라온 착각이 든다.

이 계단에도 ‘천국의 계단’이라는 별명이 있다. 제주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데 그리 알려지지 않은 영주산에 귀여운 별칭들이 있는 것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인상적이고 한번 오면 매력에 빠져드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영주산 천국의 계단. 325m는 그리 부담스러운 높이가 아니지만 계단 끝은 하늘에 닿아 있어 꽤 높이 올라온 착각이 든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계단을 올라가 초소쯤에 다다르면 정상이라 할 수 있겠다. 아래로는 성읍민속마을, 동쪽으로 성산일출봉과 반대편의 큰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 등의 풍광과 함께 한라산 역시 눈에 들어온다. 누구라도 ‘알프스 소녀’가 된 기분으로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된다.

하산하는 길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난다. 동쪽 아래 기슭에는 성읍 마을 공동묘지가 있어 이곳이 ‘명당’이었음을 다시 증명한다.

영주산은 다른 제주의 산처럼 화산체인데 ‘오름’이 아니라 ‘산’으로 불리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Info 영주산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18-1
문의 064-760-4413

따라비오름ㆍ영주산 주변 맛집 정보
Info 나목도식당
가시리 나목도식당은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제주의 오름과 바람을 와이드컷으로 담아내던 김영갑 작가는 따라비오름에 자주 올랐고, 작업을 마친 후에는 이 식당을 찾곤 했다고 한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소위 ‘도민 가격’으로 생고기를 맛볼 수 있었던 ‘현지인 맛집’이었지만 어느 순간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나며 시설을 다시 정비했다.
생고기가 맛있는 '나목도식당'.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관광식당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고, 무엇보다 고기가 맛있다. 순대국수는 제주 전통스타일로 매우 진하다. 현지 사람들은 양념구이를 좋아하는데 재료가 일찍 소진되는 편이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8시
메뉴 삼겹살 1만원, 양념구이 6000원, 순대국수 3000원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 613번길 60

Info 만덕이네
성읍민속마을 근처의 식당으로 갈치조림, 해물탕, 두루치기 등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맛보고 싶어 하는 향토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만덕이네가 유명해진 것은 Olive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한식대첩>에 제주 지역 최종 우승자가 되어 출전하면서부터다.

제주 향토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만덕이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상차림이 푸짐하고 접짝뼈국, 성게미역국 등 단품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애주가들을 위해 제주전통쌀막걸리, 감귤막걸리, 땅콩막걸리, 좁쌀막걸리 등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막걸리도 종류대로 준비돼 있다.
운영시간 오전 7시~오후 9시
메뉴 접짝뼈국 1만원, 갈치조림 4만5000원, 전복문어두루치기 4만7000원 등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서성일로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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