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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남도 맛 기행⑦] 빛고을의 정신을 읽고 역사를 맛보다, 광주 무등산 보리밥 거리
[남도 맛 기행⑦] 빛고을의 정신을 읽고 역사를 맛보다, 광주 무등산 보리밥 거리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0.11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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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義)와 예(藝)가 깃든 산자락에서 즐기는 보리밥 한 상
한때 춘궁기 음식이었지만, 현재 건강식으로 재평가 받는 보리밥.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을 선정했다. '남도 맛 기행'이라는 테마로 선정된 광주ㆍ목포ㆍ담양ㆍ나주는 8권역에 해당된다. 맛있는 지역음식을 즐기고 주변 여행지를 따라가보는 코스를 소개한다.

[여행스케치=광주] 전라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광주광역시는 광복 이후 행정, 상업, 교육 등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도시 동쪽으로는 국내에서 21번째로 국립공원이 된 무등산이 있어 등산 및 여행지로도 명성이 높다. 그리고 무등산에는 광주의 역사와 향토음식이 이어져오고 있다.

광주5미 중 웰빙으로 각광받는 보리밥
광주를 대표하는 맛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기름진 호남평야와 서남해안의 신선한 농수산물로 차려내는 한정식을 필두로 젓갈ㆍ고춧가루 등 양념을 듬뿍 넣어 그 맛이 깊고 매콤한 김치, 다진 갈빗살을 갖은 양념에 버무려 구워낸 송정 떡갈비, 신선한 미나리를 듬뿍 넣어 끓이는 보양식 오리탕, 그리고 한때는 춘궁기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식으로 재평가 받고 있는 보리밥이다. 이중 무등산 자락에서 맛보는 보리밥은 말 그대로 꿀맛이다.

광주의 동편, 무등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지산유원지 일대에 보리밥 전문점들이 모여 ‘무등산 보리밥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 보리밥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얼추 30여 년 전. 조선미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무등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상대로 보리밥집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특화거리로 정착되었다”고 말한다.

30여 년 전부터 무등산 자락에 보리밥집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특화거리로 자리잡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원래는 지금의 보리밥거리보다 남쪽인 증심사 지구에 보리밥집들이 먼저 생겼어요. 등산을 한 후 보리밥에 막걸리를 마시는 풍토가 형성되면서 식당들이 점점 많아졌는데, 1990년대 이후 증심사 일대를 정비하면서 지산유원지 쪽으로 보리밥 특화거리가 옮겨졌지요.”

현재의 무등산 보리밥 거리에서 가장 오래 장사를 한 곳은 ‘할머니집’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온천 보리밥집이다.

보리밥 거리를 지나다 주황색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 집은, 좁은 골목을 잠시 지나면 아담한 아지트 같은 공간에 넓게 평상을 펼쳐놓아 시골 할머니집을 찾아온 듯한 인상을 준다. 다른 메뉴도 없이 오직 보리밥 하나. 인원수만 이야기하고 자리를 잡으면 금세 커다란 쟁반에 한 가득 보리밥 정식을 가져다준다.

주황색 간판이 눈길을 끄는 온천 보리밥집(할머니집). 사진 / 노규엽 기자
아담한 공간에 넓은 평상을 펼쳐놓아 시골 할머니집처럼 정겨운 인상을 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추장과 참기름, 그리고 열무쌈의 조화
이곳 보리밥은 흰쌀이 섞인 쌀보리밥을 비빔밥으로 먹는다. 그래서 보리밥 한 상에는 비빔밥에 필수품목인 고사리 등의 갖은 나물과 버섯, 부추, 무생채 등이 다채롭게 차려져 있다.

목을 축여줄 된장국이 한가운데 놓이고, 밥맛을 살려줄 고추장과 일명 ‘박카스병’에 담겨 나오는 참기름이 향수를 자극한다. 조선미 해설사는 “보리밥은 차가운 성질을 지녀 뜨거운 성질인 고추장으로 음양 조화를 맞추는 것”이라 설명해준다.

원하는 재료를 가득 넣고 비벼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인데, 두부맛이 느껴질 정도로 슴슴하게 끓여낸 된장국이 입안을 짜지 않게 정리해준다. 여기서 조 해설사가 무등산 비빔밥만의 특별한 맛을 알려준다.

흰쌀이 섞인 쌀보리밥에 갖은 나물을 넣어 비빔밥으로 먹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보리밥에 멸치젓을 얹어 열무로 쌈을 싸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광주의 맛에는 맛깔스런 젓갈이 큰 역할을 합니다. 보리밥 한 상에도 큰 멸치로 담근 액젓에 양념을 더해 만들어낸 멸치젓갈이 함께 나오죠. 이 멸치젓을 보리밥에 얹어 열무로 쌈을 싸먹으면 더욱 맛있답니다.”

이미 고추장으로 간을 맞춘 보리비빔밥에 멸치젓을 얹으면 짠맛과 향이 강해질 것 같지만, 열무쌈으로 감싸주면 열무의 시원함이 더해져 오히려 간이 적절하다. 색다른 맛이 혀를 자극해 계속 열무쌈에 손이 가게 하니, 밥도둑이란 표현은 정녕 이럴 때 쓰는 말이다.

Info 온천 보리밥집(할머니집)
메뉴
보리밥 8000원
주소 광주 동구 지호로127번길 29

의(義)와 예(藝)가 넘치는 산자락
광주는 고래로 의로운 사람들이 많이 배출된 의향(義鄕)이면서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예향(藝鄕)으로 불린다.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 자락에 이와 관련된 장소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반드시 주목해야 할 곳은 광주 사람들이 가장 애달프게 생각하는 김덕령 장군 유적이다.

무등산 북쪽 자락에 사당 충장사와 묘소가 모셔져 있는 김덕령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빼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동인과 서인의 암투와 의병장을 업신여기는 세태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은 인물이다.

무등산 북쪽 자락에는 김덕령 장군 묘소가 자리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김덕령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억울한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충장사에서 근무를 하는 김명숙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는 “김덕령 장군은 임란 당시 세자였던 광해군에게서는 익호장군이라는 칭호를, 선조에게서 다시 초승장군이라는 군호를 받았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라며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기에 그와 관련된 유적과 전설이 여럿 남아있다”고 알려준다.

가을 단풍이 예쁘게 물드는 충장사에서는 김덕령 장군의 사당과 광산 김씨 문중이 잠들어있는 묘소, 그리고 전시실에서 김덕령 장군이 묻혀있던 관과 의복 등을 볼 수 있다.

풍암저수지로 발걸음을 옮기면 김덕령 장군의 동생인 김덕보가 세운 정자 풍암정이 있다. 임진왜란으로 큰 형 덕홍이 금산에서 전사하고, 작은형 덕령은 모함을 받아죽자 은둔생활을 했던 곳이다. 단풍과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풍암정이라 이름 지어진 이곳은 문인들이 모여 많은 시를 지어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덕령 장군의 동생인 김덕보가 세운 풍암정.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담양과 맞닿은 무등산 자락에도 환벽당과 취가정 등의 김덕령 장군 관련 명소가 남아있다. 환벽당은 김덕령 장군의 작은 할아버지인 김윤제가 후학을 가르쳤던 장소이고, 약 200m 거리에 떨어져 있는 취가정은 정철의 제자였던 권필이 꿈에서 김덕령 장군을 만나 <취시가>를 듣고 화답하는 시를 남겼다는 기록에 따라 고종 때 세워진 정자이다. 

Info 충장사
주소
광주 북구 송강로 13

Info 환벽당
주소
광주 북구 환벽당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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