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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양소희의 섬여행] 목포 앞바다의 용섬을 걷다, 고하도 용오름길
[양소희의 섬여행] 목포 앞바다의 용섬을 걷다, 고하도 용오름길
  • 양소희 여행작가
  • 승인 2018.10.29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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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지
방직원료로 뛰어난 '육지면' 최초 재배지였던 섬
용이 승천하는 모양새라 붙여진 이름, 용오름길
용머리에 서서 바라본 목포대교.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용머리에 서서 바라본 목포대교.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목포] 용이 하늘로 오르기 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라 하여 ‘용오름’이라고 부르는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명량해전 이후 이 섬에 머물며 수군재건을 이뤄내 왜란을 끝낼 수 있었던 매우 의미 있는 장소이다. 크고 강하고 곧은 기를 얻으려는 그대에게 고하도 여행을 권한다.

목포 시내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고하도는 유달산(높은 산) 아래 있는 섬이라 하여 고하도(高下島)라 불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나주목(羅州牧)에 속했는데 비문에는 고화도(高和島), 난중일기에는 보화도(寶花島)라고 표기했고, 그밖에 고하도(高霞島), 칼섬이라고도 불리는데 목포사람들은 친근하게 용섬이라 부른다. 

목포항의 관문이자 충무공 이순신이 머물렀던 섬
고하도에 오면 용오름길에 오르기 전에 고하도이충무공유적지(高下島李忠武公遺跡)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홍살문을 지나 삼문으로 들어서면 이순신 유허비가 있는 모충각이 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이충무공유적지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도 유명하다. 

임진왜란 이후 1597년 일본이 재침입했을 때 충무공은 명량대첩에서 13척의 전선으로 적함대 133척을 맞아 싸워 크게 이긴 후 그해 10월 29일부터 이듬해 2월 17일까지 주둔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10호인 고하도 이충무공유적지.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전라남도 기념물 제10호인 고하도이충무공유적지.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홍살문을 지나 삼문으로 들어서면 이순신 유허비가 있는 모충각이 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홍살문을 지나 삼문으로 들어서면 이순신 유허비가 있는 모충각이 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반겨준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반겨준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서북풍을 막음 직하고 전선을 감추기에 아주 적합하다. 섬 안을 둘러보니 지형이 대단히 좋으므로 머물 것을 작정했다’고 난중일기에 고하도를 기록하고 있다. 107일간을 고하도에 머물며 53척의 배를 건조하고 수군을 2천 명으로 늘리는 등 수군재건의 토대를 마련하여 왜란을 끝내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난중일기에는 고하도 진성의 축조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지금도 고하도에는 진성터가 남아있다. 고하도 주민들은 해마다 4월 28일 이충무공 탄신일에 추모하는 탄신제를 지내왔는데, 목포시는 올해부터 목포 이순신 수군문화제로 규모를 확대하여 개최한다. 

한국 최초의 육지면 재배지였던 고하도 
이충무공유적 오른편에는 고하도 선착장이 있다. 2012년에 목포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섬의 관문이었던 이곳은 사람을 실고 드나들던 선박이 하루 종일 분주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낚시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몇몇이 보일 뿐 한적하기만 하다. 선착장을 조금 지나면 언덕에 1904년 고하도에서 최초로 육지면이 재배되었다고 적혀있는 ‘조선육지면발상지비(朝鮮陸地綿發祥之碑)’가 있다.

일본 영사인 와카마쓰 도사부로가 고하도에서 최초로 시험 재배에 성공하면서 육지면 재배 10주년 때 기념으로 세운 비이다. 목포항은 고하도에서 육지면 재배를 성공하면서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전국 3대항 6대 도시로 발전했다. 

고하도에서 최초로 육지면이 재배되었다고 적혀있는 ‘조선육지면발상지비’.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고하도에서 최초로 육지면이 재배되었다고 적혀있는 ‘조선육지면발상지비’.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목포대교가 개통 된 이후부터는 한적해진 고하도선착장.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목포대교가 개통 된 이후부터는 한적해진 고하도선착장.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고하도 해안 지역에 일제가 파 놓은 동굴.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고하도 해안 지역에 일제가 파 놓은 동굴.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육지면은 고려 말 중국에서 들여온 아시아면(재래종)과는 다른 품종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육지면은 아시아면에 비해 솜털이 종자에서 잘 떨어지며 백색으로 섬유가 길고 잘 꼬여져 방직원료로 뛰어났다. 

해방이 되자 이 비를 고하도 주민들이 뽑아 버렸다. 그렇지만 아픈 역사도 유산이라 다시 이 자리에 세워 두었다고 한다. 개항이 시작될 무렵 목포항을 마주 보는 고하도에서는 목포항을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 양국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결국 일본이 고하도 대부분의 토지를 침탈해 목화를 재배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순신 장군이 고하도를 보화도(寶花島)라 불렀던 것처럼 향기로운 무화과가 자라고 고하도 목화단지 2만8100㎡에는 목화꽃과 함께 해바라기, 코스모스, 메밀 등 아름다운 꽃들로 장관을 이루는 꽃섬이 되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넘치는 용의 기운을 받다
고하도 용오름길은 언제든 걷기 좋은 길이지만 특히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길이다. ‘고하도는 용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승천하는 등허리를 타고 걷는 것과 같은 지형으로 산행 시 용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습니다.’ 길 입구 안내도에 있는 문구이다. 

용오름길을 걷다 보면 칼바위에서 말바위 가는 길에서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던 성터 흔적을 볼 수 있다. 자연적인 바위를 이용하여 쌓은 석성의 형태이다. 진영이 있었던 곳은 불당골, 용오름길의 큰 산 아래였다. 진이 건설된 과정이 난중일기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400여 년 전의 시간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고하도는 유달산 곽운각에서 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데 능선은 산의 모습이 솟거나 낮아지기를 반복하다가 큰 산(해발 62m)에서 서북쪽 해안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오르내리며 걷다 보면 발아래 느낌이 진짜 마치 용의 등허리를 타고 걷는 듯하다.

뒷고랑 잔등에 서면 용머리가 보인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뒷고랑 잔등에 서면 용머리가 보인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용오름길에서 바라본 유달산 전경.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용오름길에서 바라본 유달산 전경.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고하도용오름길에서 만나는 말바우는 틈으로 사람이 들어 갈 정도로 큰 바위이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고하도용오름길에서 만나는 말바우는 틈으로 사람이 들어 갈 정도로 큰 바위이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일몰이 아름다운 목포대교. 사진제공 / 목포시청
일몰이 아름다운 목포대교. 사진제공 / 목포시청

길은 호젓한 나무 터널 속을 걷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을 번갈아 만나게 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1시간 남짓 길을 걷는 동안 유달산과 목포대교 그리고 목포항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준다. 

길은 용머리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고 다시 되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뒷고랑잔등에서는 휘어진 섬 끝으로 용머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병풍바위 끝자락에 위치한 용머리는 목포 8경 중의 하나인 ‘용두귀범(龍頭歸帆)’에 나오는 용두(龍頭)이다. 

용오름길 최종 기착점 용머리에 서면 목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2년에 완공된 목포대교는 총 연장 4.129㎞로 목포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교량이다. 학 두 마리가 목포 앞바다를 날아오르는 모습의 목포대교는 고하도 용오름길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 때 황홀한 낙조 위에서 두 마리 학이 펼치는 춤사위의 화려함은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2019년 4월에는 유달산과 고하도를 가로지르는 해상 케이블카가 운행되어 바다 위에서 시시각각 펼쳐지는 목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Info 고하도 용오름길
이충무공유적지~뒷고랑잔등~말바우(정상)~뫼막개~국기봉~용머리(왕복 5.6km)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글ㆍ사진 양소희(梁昭嬉) 여행작가
여행전문 작가로 강의, TV, 라디오, 잡지 등 여행관련 방송활동 및 국내외 여행 콘텐츠 개발, 여행콘서트 기획 등 여행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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