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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웹툰 '피크'의 무대, 북한산에 가다
[만화 속 배경 여행] 웹툰 '피크'의 무대, 북한산에 가다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8.10.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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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고 구조 과정과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 '피크'
만화 속 배경지 만날 수 있는 우이동~백운대 코스
산장을 지나 북한산의 하이라이트인 백운대를 오르다
우이동 방향에서 북한산으로 들어서는 진입로 쪽 광장에 마련된 북한산 포토존에서 촬영한 북한산.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우이동 방향에서 북한산으로 들어서는 진입로 쪽 광장에 마련된 북한산 포토존에서 촬영한 북한산.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가을 하면 단풍, 겨울 하면 눈꽃. 쌀쌀해지는 계절이 오면 산은 한층 빼어난 정취로 등산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산은 아차 방심하는 순간 표정을 무섭게 바꾸는 곳이기도 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요즘 강조에 강조를 거듭해도 모자람 없는 것이 바로 안전. 이번 여행지는 산에서 사고가 나면 달려가는 산악구조대원들의 이야기, <피크>의 무대인 북한산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할이 산지일 만큼 산이 흔한 나라지만, 이름 있는 산들은 유독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그중에서도 북한산은 수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의 중심이자 서울 근교 가장 높은 산으로써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한데 북한산은 서울 근교 산들 가운데 가장 산악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집계한 서울 시내 주요 산에서의 산악사고 4518건 가운데 거의 3할에 달하는 1177건이 북한산에서 일어났다. 사람이 제일 많이 가기 때문에 사고도 많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단지 등산객 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빈번하게 발생한다. 

웹툰 <피크>는 바로 이런 북한산에서 일어난 산악 사고를 수습하고 부상자를 구조하는 역할을 하는 북한산 경찰 산악 구조대를 주인공으로 삼은 만화다. 제목인 피크(PEAK)는 젊음의 절정기에 입대한 주인공들을 비유한 표현이자 산봉우리, 산 정상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류연성을 비롯한 대원들이 처음 북한산 입구에 들어서면서 만난 불상. 이 불상 너머에 백운대탐방지원센터와 산 입구가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류연성을 비롯한 대원들이 처음 북한산 입구에 들어서면서 만난 불상. 이 불상 너머에 백운대탐방지원센터와 산 입구가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북한산 백운대 코스 입구 오른쪽에 자리한 백운대 탐방지원센터. 작품 속에서 이곳 직원들이 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북한산 백운대 코스 입구 오른쪽에 자리한 백운대 탐방지원센터. 작품 속에서 이곳 직원들이 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대로 가는 길 입구. 여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북한산 산행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대로 가는 길 입구. 여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북한산 산행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첫째도 둘째도 방심 금물! 산악구조액션 웹툰 <피크>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는 같은 북한산 국립공원 내 도봉산 쪽의 구조대와 더불어 모두 현역 의경 신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도입부에는 실제 일어난 조난사고인 1983년 4월 3일의 대학 산악부원 사망 사고가 등장하는데, 그해 서울 경찰청에서 북한산과 도봉산 두 곳에 산악구조대를 설치하여 막 입대한 청년들을 5명씩 차출해 배치하기 시작했다. 

전기는 태양광에 의존하고 샤워는 근처의 작은 폭포에서 해결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인명 사고는 언제나 부지불식간에 터져 나온다. 이러한 곳에 엉겁결에 산악구조대원으로 차출되어 온 다섯 젊은이가 선다. 구조대라는 특성상 산악 사고 앞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들을 마주하며 류연성과 일원은 점차 어엿한 구조대원으로 성장해간다. 

무용수였다가 도망치듯 입대한 류연성을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각자 사회생활에서 얻었던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산악구조대라는 독특한 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산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사고들 속에서 점차 구조라는 행위의 본질, 생명, 산을 대하는 자세 등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류연성이 북한산에 얽힌 인연은 여타 인물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데, 바로 북한산 산악구조대 창설 계기가 된 사고의 희생자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전’ 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술에 취하지 말고 자연에 취하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자신의 ‘안전’ 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술에 취하지 말고 자연에 취하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만화 <피크>가 유난히 많은 찬사를 받았던 것은 압도적인 리얼리티 덕분이다. 등장인물도 멋지고, 북한산을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작품의 스토리 작가 홍성수가 바로 이곳 구조대 출신이라 가능한 묘사와 설정들이 작품 전체에 꼼꼼하게 박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덕목은 바로 이러한 리얼리티가 전달하는 강렬한 메시지에 있다. 작품은 주인공들이 하는 것이 무엇이고 왜 이 상황이 벌어졌는가를 끊임없이 환기한다. 사고는 생명이 오가는 문제고, 사고가 일어나는 상당수 원인은 방심 때문이라는 점을 말이다.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된 웹툰 '피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된 웹툰 '피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Tip 웹툰 <피크(PEAK)>
홍성수 글, 임강혁 그림.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절찬리에 연재된 작품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시즌7로 완결을 맺었다. ‘산악구조액션’이라는 카피가 있지만, 산에서 방심하지 말자는 캠페인 만화가 아닐까 싶을 만큼 구조 과정과 사고의 위험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현재 단행본은 총 7권으로 출판되었으며,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시즌1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만화 속 코스를 따라 시작하는 북한산 산행
만화 속에서는 암벽 등반도 나오지만, 서울 강북구 우이동 쪽에서 올라 백운대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는 류연성을 비롯해 <피크> 속 구조대원들이 입대 후 차출되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차에 실려 도착했던 삼각산 도선사 광장에서부터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 경로다. 우이동~백운대 코스는 서울 쪽에서 북한산을 오르는 이들이 택하는 대표적인 경로로 북한산성 코스나 사기막골 코스보다 짧다. 

작중에서 사고 원인을 두고 단지 사람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산이 살아 있는 듯’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산에 인격을 부여하는 단계까지 갈 것 없이 길 자체가 시종일관 너그럽지 않았다. 

한편, 우이동~백운대 코스를 오르다 보면 만화 속 배경지 상당수를 직접 통과하거나 구경할 수 있는데, 작중 주인공 일행이 처음 산 입구 밑에 도착해서 만난 도선사 광장의 기묘한 불상부터 시작해 하루재, 산악구조대 초소, 백운산장 등을 차례차례 만날 수 있다. 

작품을 떠올리며 산을 오르다 보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들이 유난히 시야에 들어온다. 산 입구 펼침막에 적힌 ‘안전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그러하고, 등산로 곳곳에 박혀 있던 현재 위치 번호가 그러하다. 출입을 금하는 경고가 붙어 있던 곳들도 마찬가지다. 

Info 도선사
주소
서울 강북구 삼양로173길 504
문의 02-993-3161

하루재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하루재 전경. 어느새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하루재를 150여m 지난 지점에서 바라본 인수봉.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하루재를 150여m 지난 지점에서 바라본 인수봉.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초소 겸 인수대피소. 작중에 나왔던 초소와는 달리 규모가 좀 더 큰 새 건물이다. 작중에 나왔던 인수산장은 원래 초소에서 북쪽 30m 지점에 있었으나 2008년 철거됐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초소 겸 인수대피소. 작중에 나왔던 초소와는 달리 규모가 좀 더 큰 새 건물이다. 작중에 나왔던 인수산장은 원래 초소에서 북쪽 30m 지점에 있었으나 2008년 철거됐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하루재를 거쳐 백운대에 오르다
하루재는 한양도성에서 걸어서 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고개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루재에서 산악구조대 초소 겸 현 인수대피소 방향으로 150여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는(37° 39'44.3"N 126° 59'07.8"E) 우리나라 암벽등반가들의 시작점이자 바위의 어머니라는 인수봉을 조망할 수 있다.

인수봉은 발 닿는 곳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백운봉 암문(위문) 근처에서 보면 너무 커서 시야에 가득 차고, 백운대에서는 아래로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위치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하루재에서 조금 더 올라가 보길 권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산장이라는 백운산장과 그 주변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작중에도 묘사되어 있지만, 백운산장 앞마당에는 ‘백운의 혼’이라는 추모비가 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나흘째인 1950년 6월 28일, 미아리고개에서 벌어진 북한군과의 교전에서 패하자 북한산으로 몸을 피했던 두 군인은 서울이 완전히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권총으로 자결했다. 백운의 혼은 그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추모비이다. 매년 현충일에는 이곳에서 두 장병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나라에 대한 극진한 충성심을 떠올리며 찬찬히 추모비를 살펴보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그뿐만 아니라 백운산장은 손기정 선수가 직접 썼다는 현판부터 시작해 94년이라는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어 세월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운산장 앞마당 한편에 자리한 추모탑. 수도가 함락 당했음을 알고 자결한 군인 두 명을 추모하는 탑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산장 앞마당 한편에 자리한 추모탑. 수도가 함락 당했음을 알고 자결한 군인 두 명을 추모하는 탑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산장 전경. 1924년 처음 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산장이자 몇 남지 않은 산장이기도 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산장 전경. 1924년 처음 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산장이자 몇 남지 않은 산장이기도 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산장의 현판은 손기정 옹이 손수 써 전달한 것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산장의 현판은 손기정 옹이 손수 써 전달한 것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피크> 속에서는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3대 산장지기인 이인덕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2층에는 숙박이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만화 속에서도 구조대원들이 훈련 도중 이곳에서 비를 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북한산에서 큰 사고가 나면 사실상 구조본부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곳이다. 

산장에서 백운봉 암문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한층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이 높다란 곳에 쌓은 북한산성의 위세에 놀란 것도 잠시, 양옆을 바라보면 북한산의 원래 이름인 ‘삼각산’의 유래가 된 세 봉우리 사이에 당도했음을 알 수 있다. 만경대와 인수봉 사이에서 앞을 보면 까마득한 경사 위에 백운대가 서 있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자리한 북한산성의 암문(비상출입구)로 북한산성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자리한 북한산성의 암문(비상출입구)로 북한산성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봉암문을 지나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로.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봉암문을 지나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로.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대 위에서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 중 하나.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대 위에서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 중 하나.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백운대에 오르니 태극기가 펄럭이는 풍경이 보인다. N서울타워와 잠실 제2롯데월드까지도 내려다 보일 만큼 높다. 작품 속에서는 시즌2 2화에서 선배 기수가 제대하던 날 대원 전원이 이곳에 올랐다. 대원들은 이제 선배들이 나간 자리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된다. 

그 아득한 마음을 헤아려보며 정상 바로 아래의 널따란 바위에 몸을 뉘어 숨을 고른다. 내려갈 길은 까마득하고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지만, 등산은 하산까지 안전히 마쳐야 끝난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Info 북한산국립공원
산행 전 미리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북한산성코스, 대남문코스, 사패산코스, 우이암코스 등 다양한 탐방코스를 난도별로 확인할 수 있다. 준비운동과 자신의 체력을 고려한 계획적인 산행은 필수다.
주소 서울 성북구 보국문로 215(북한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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