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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웹툰 '목욕의 신'과 '여탕보고서'의 배경지, 부산 동래 온천 여행
[만화 속 배경 여행] 웹툰 '목욕의 신'과 '여탕보고서'의 배경지, 부산 동래 온천 여행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8.12.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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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목욕의 신' 속 금자탕의 모티브가 된 '허심청'
스파윤슬길 등 다양한 주변 볼거리 마련돼
목욕 후 즐기는 부산 3대 짬뽕과 커피까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3번 출구 앞 육교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3번 출구 앞 육교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산] 겨울 하면 ‘온천’이다. 뜨거운 온천수 가득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으어’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어볼라치면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기분이 든다. 추위로 어깨가 움츠러들기 마련인 이 계절에 선택한 여행지는 ‘목욕’을 소재로 한 두 작품, <목욕의 신>과 <여탕보고서>의 배경지로 등장한 부산의 동래 온천이다.

목욕탕을 소재로 한 발칙한 만화들, <목욕의 신>과 <여탕보고서>
어려서부터 틈만 나면 온천에 데려가셨던 아버지 덕에 나는 몸이 찌뿌듯하다 싶으면 곧바로 온천욕부터 떠올린다. 그런 내게 ‘목욕’을 소재로 삼은 웹툰의 등장은 그 자체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과 마일로 작가의 <여탕보고서>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목욕의 신>은 <삼봉이발소>이래 <삼단합체김창남>, <안나라수마나라> 등의 작품으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하일권 작가의 작품이다. 하일권은 독특한 감성과 현실 속 일면을 살짝 비틀어 만들어내는 유머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목욕의 신> 또한 때를 미는 행위를 응용한 ‘목욕투’등 독창적인 설정을 가미해 큰 웃음을 준다.

<목욕의 신>은 번듯한 도시 생활을 꿈꾸며 상경했지만, 대학 졸업 이후 취업난과 사치하는 습관 때문에 급기야 사채까지 손댄 23세 허세남 ‘허세’가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도중 시야에 들어온 초대형 목욕탕인 금자탕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목욕탕의 안주인 격인 세신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점과 배경에 등장하는 초대형 목욕탕이 눈길을 끈다.

웹툰 '목욕의 신' 속 금자탕의 모티브가 된 허심청 내부. 사진제공 / 허심청
웹툰 '목욕의 신' 속 금자탕의 모티브가 된 허심청 내부. 사진제공 / 허심청

<여탕보고서>는 ‘여탕’과 얽힌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익살맞게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의 일화와 여탕 소재 이야기들을 짧은 에피소드로 이어가는 개그 만화이며,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보따리가 끊임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목욕의 신> 속 금자탕의 모티브가 된 목욕탕과 <여탕보고서>의 49화 속 주요 배경지는 같은 곳이다. 그 배경지는 바로 부산 동래 온천의 명물 ‘허심청’. 또한 <여탕보고서>의 마일로 작가는 동래 온천이 자리한 부산 동래구 온천1동 일대 출신으로 <여탕보고서> 48~49화는 아예 동래 온천 특집으로 허심청 외 온천장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하여 이번에는 두 작품에 등장한 동래 온천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일권의 웹툰 '목욕의 신'. 이미지 / 네이버웹툰 홈페이지 갈무리
하일권의 웹툰 '목욕의 신'. 이미지 /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갈무리

Tip 웹툰 <목욕의 신>
하일권 글ㆍ그림, 네이버 웹툰 연재(총 30화)
주인공 ‘허세’는 사채업자로부터 도망치던 중 발견한 목욕탕에 숨어들었다가 엉겁결에 이곳 회장의 등을 밀게 되고, ‘신의 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예비 세신사로 스카웃 당한다. 그러나 허세는 아버지의 직업이었던 세신사를 무척 싫어했던 터라 무성의와 멸시로 일관해 직원들과 갈등을 빚는다. 작품은 이런 허세가 빚 탕감의 대가로 전국 목욕관리사 대회를 준비하며 번지르르한 허상이 아닌 점차 미래의 꿈을 좇는 모습을 그려낸다. 

마일로의 웹툰 '여탕보고서'. 이미지 /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갈무리
마일로의 웹툰 '여탕보고서'. 이미지 /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갈무리

Tip 웹툰 <여탕보고서>
마일로 글ㆍ그림, 네이버 웹툰 연재(총 50화)
‘여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천태만상을 온갖 패러디를 곁들여 재미나게 풀어낸 만화. 작가의 개그 감각과 능청맞음이 발군이다. 2016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해 이듬해 부천국제만화축제 특별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마일로 작가는 <여탕보고서>로 증명한 개그 감각을 후속작 <극한견주>에서 한층 더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다.

역사 담은 동래 온천 한 바퀴
동래 온천은 온천물에 다친 다리를 담그는 학을 본 절름발이 노파가 학을 따라 해 말끔히 나았다는 ‘백학 전설’이 유명하다. 온천장에 도착하면 곳곳에 조성된 백학 조형물을 비롯해 목욕 전 한 바퀴 둘러보기 좋은 재미난 구경거리들이 많다. 

먼저 둘러볼만한 곳은 <여탕보고서> 48회에 등장한 동래 온천노천족탕. 2005년 11월 11일 첫선을 보인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노천 족욕탕이다. 만화 속에 나온 대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빼곡하게 앉아 족욕을 즐긴다. 동래구는 2009년 동래스파토피아라는 이름으로 족욕탕 한 곳을 더 열었으며, 역시나 인기몰이 중이다.

동래온천노천족탕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동래온천노천족탕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1960년대까지 온천수를 뽑아 올렸다는 용정으로 들어가는 문.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1960년대까지 온천수를 뽑아 올렸다는 용정으로 들어가는 문.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스파윤슬길. 작은 분수 시설과 함께 80여m 거리를 인공 시냇가로 조성해 놓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스파윤슬길. 작은 분수 시설과 함께 80여m 거리를 인공 시냇가로 조성해 놓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노천족욕탕 입구 오른편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온정개건비와 용각이 있다. 이곳은 신라 시대 때부터 온천수가 솟던 온정(溫井) 자리로 온정개건비는 조선시대에 온정을 고쳐 지은 것을 기리는 비이다. 용각은 용왕신에게 매년 제를 올리는 누각, 용문은 그 누각으로 들어가는 대문이다.

노천족탕 입구 왼편에는 ‘스파윤슬길’이란 작은 길이 인공 시냇가로 조성돼 있다. 온천을 뜻하는 ‘스파(spa)’에 ‘해와 달빛에 비친 잔물결’이라는 뜻을 지닌 ‘윤슬’이 만난 이름이다. 길옆 담장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동래 온천의 변천사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대략적인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

온천장 입구는 부산을 돌던 전차의 종점이었다. 사진은 전차 도입 전 운행되었던 경편열차의 모습. 스파윤슬길 벽면에 전시된 사진 중 하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온천장 입구는 부산을 돌던 전차의 종점이었다. 사진은 전차 도입 전 운행되었던 경편열차의 모습. 스파윤슬길 벽면에 전시된 사진 중 하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Info 동래온천노천족탕
주소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로26번길 21

<목욕의 신> 배경 모티브, 허심청
허심청은 <목욕의 신>에 등장하는 금자탕의 실제 모델이다. 외관이 금자탕처럼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엉겁결에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허심상이 보여주는 아우라 때문이다. 불상과 선녀, 용머리가 뒤섞인 수호용 당간(幢竿ㆍ불교의 법회에 쓰이는 기둥)을 보며 이곳이 작품의 배경이 되었음을 납득하게 된다. <목욕의 신> 속 금자탕이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가 만화 속 과장만은 아니겠구나!

욕장에 들어가면 만화 속 금자탕 내부가 고스란히 눈앞에 나타난다. 작품 속에 묘사된 것처럼 정면에 커다란 석상이 서 있지는 않지만, 거대한 유리 천장과 공간 구성이 작품 속에서 보던 대로다. 

허심청 전경. 겉에서 얼핏 보기에도 굉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허심청 전경. 겉에서 얼핏 보기에도 굉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허심청의 욕실층인 3층 입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허심청의 욕실층인 3층 입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그중 기왕이면 독특한 욕탕을 경험해보는 것을 권한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4000년을 살다 쓰러진 뒤, 300년 이상 화산재나 흙 속에 묻혔던 목재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고대희목탕(히노키탕)이나 찬바람 속에서 더 매력적인 노천탕, TV를 보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영상탕, 고압으로 쏟아지는 물을 맞을 수 있는 물맞이탕, 음료를 주문해 마시며 즐길 수 있는 반신욕탕 등 다양한 목욕 시설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다.

개중에 가장 개성이 강한 공간은 단연 ‘철학탕’이다. 탕 한편 동굴처럼 뚫린 공간 안쪽에 진지한 표정으로 조명을 받는 두상이 있는데, 수염 사이의 입에서 물을 호쾌하게 토해내고 있다. 이 두상의 주인공은 바로 소크라테스. 탕 속에 들어가 힘차게 물을 토해내는 노 철학자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입구의 허심상과 더불어 이곳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기분이 든다. <목욕의 신> 속에 배어있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허심청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호용 당간 허심상.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허심청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호용 당간 허심상.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한편, <목욕의 신>의 주요 설정인 세신의 경우 1회에 성인 기준 2만4000원을 내면 받을 수 있다. 남녀 욕탕에서 연결된 찜질방의 경우 2000원을 내고 찜질복을 빌려 입고 입장할 수 있으며, 찜질방 쪽은 보석방, 황토방, 얼음방, 산소방 등이 갖추어져 있다.

Info 허심청온천탕
주소
부산 동래구 온천장로107번길 32

목욕 후 즐기는 짬뽕 한 그릇과 커피 한잔
뜨끈한 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속이 출출해진다. 허심청 근처에 자리한 동운반점은 간판에 ‘부산 3대 짬뽕’이라는 문구를 내건 가게로 불 맛과 더불어 얼얼하지 않고 적당히 매운 짬뽕 국물이 일품이다. 게다가 기본 메뉴에 3000원을 더하면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낙지해물짬뽕을 먹을 수 있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달콤한 마실 거리로 입가심을 하고 싶어진다. 온천장역을 사이에 두고 동래 온천 반대편 인근에 자리한 모모스 커피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카페다. 예스러운 모습이 남아있는 한편, 그 곁에 바로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 붙어 있어 이채롭다.

동운반점 외관(좌),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낙지해물짬뽕(우).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동운반점 외관(좌)과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낙지해물짬뽕(우).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 모모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 모모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모모스에서 즐기기 좋은 카페라떼. 산미가 있는 편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모모스에서 즐기기 좋은 카페라떼. 산미가 있는 편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입구에 들어서면 십이지 석상에 대나무 숲이 반겨주고, 길을 따라 동이 나뉘어 있는 풍경이 마치 커피집이라기보다는 고깃집 같은 인상을 준다. 

옛 건물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이용한 덕분에 무척 독특한 풍경을 즐기며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손님들도 담 안쪽 곳곳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유명세로 인해 낮에는 북적이는 편이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인파가 조금은 덜하다고 해 고즈넉함을 즐기고 싶다면 저녁 무렵 이곳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Info 동운반점
주소
부산 동래구 온천장로119번길 7 

Info 모모스커피
주소
부산 금정구 오시게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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