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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겨울 여행] 지평선 따라 펼쳐진 김제평야 여행길
[겨울 여행] 지평선 따라 펼쳐진 김제평야 여행길
  • 조유동 기자
  • 승인 2018.12.0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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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과 역사교육의 현장
짚풀공예와 목공예도 함께 체험할 수 있어
전북투어패스 이용하면 할인과 무료 혜택도 가능
김제에선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지평선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유동 기자
김제에선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지평선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여행스케치=김제] 김제는 거대한 평야 지대다. 고대 저수시설 중 가장 큰 벽골제가 자리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경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동쪽으로는 전주시, 북으로는 군산시와 마주해 근처 여행지와 함께 연계해서 관광하기 좋은 방문지다.

고즈넉한 아침 안개 속 청룡사
청룡사가 위치한 모악산은 산림청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다. 같은 모악산에 위치한 금산사 말사 중 한 곳으로, 템플스테이 등으로 방문하는 여행객이 많은 금산사에 비해 한적한 풍경을 자랑한다.
모악산 도립공원으로 들어가 금산사 계곡을 따라 차로 10분가량 올라가면 청룡사가 나온다. 원래는 금산사에 속한 암자 중 한 곳인 용장사였으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소실된 후 1963년 현재의 주지인 월정스님이 토굴을 보완하고 요사채를 건립하며 용천암으로, 1974년 관음전을 복원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어 1983년에 이르러 청룡사가 되었다.

김제시의 숨겨진 여행지 중 한 곳인 모악산 청룡사의 아침 안개가 낀 풍경. 사진 / 조유동 기자
김제시의 숨겨진 여행지 중 한 곳인 모악산 청룡사의 아침 안개가 낀 풍경. 사진 / 조유동 기자

 

별도보관중인 옛 관음전 단청과 자재들은 이후 명부전을 짓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별도보관중인 옛 관음전 단청과 자재들은 이후 명부전을 짓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용천암이 청룡사가 되기 전 토굴이 있던 자리에 아직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용천암이 청룡사가 되기 전 토굴이 있던 자리에 아직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목조관음보살좌상은 도난과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 중이지만, 김제시나 청룡사에 요청할 경우 협의 하에 관람할 수 있다. 사진 / 문화재청 갈무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도난과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 중이지만, 김제시나 청룡사에 요청할 경우 협의 하에 관람할 수 있다. 사진 / 문화재청 갈무리

주 법당인 관음전과 스님의 생활공간인 요사채를 포함해 건물이 3개뿐인 작은 사찰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고즈넉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청룡사를 갈 계획이라면 아침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찰 마당에는 아침 안개 낀 모악산 기슭이 펼쳐지고, 인기척보다 산새 소리가 더 많이 들릴 만큼 인적이 드물어 조용한 자연 풍경 속에서 아침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한편, 청룡사에는 한국전쟁 중 완주에서 옮겨온 보물 제1833호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40cm 정도의 크기로 도난의 우려가 있어 아쉽게 일반에 공개되진 않지만, 청룡사 주지인 월정스님은 “작지만 소박하고 인자하신 모습의 부처님이고, 장식이 간소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또도 나도 한숨 돌리는 김제동헌과 김제향교
김제동헌과 내아는 각각 고을의 수령들이 공적인 업무를 보던 관청과 거주공간으로 사용한 곳, 김제향교는 공자를 모신 사당이자 유교 경전을 가르치던 국립 지방 교육기관이다. 동헌과 내아는 이렇다 할 장식 없이 간결하고 소박한 모습이지만, 유독 눈에 띄게 화려한 건축물이 보인다. 색을 입힌 단청과 정방형 모양이 특징인 피금각(披襟閣)이다.

김제동헌과 내아는 한 담장 안에 인접해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 조유동 기자
김제동헌과 내아는 한 담장 안에 인접해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정방형 구조에 화려한 색을 입힌 단청이 눈에 띄는 피금각. 사진 / 조유동 기자
정방형 구조에 화려한 색을 입힌 단청이 눈에 띄는 피금각. 사진 / 조유동 기자
동헌에서부터 약 200m 떨어진 김제향교. 사진 / 조유동 기자
동헌에서부터 약 200m 떨어진 김제향교. 사진 / 조유동 기자
대성전이 있는 구릉까지 올라가면 김제 시내가 보인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대성전이 있는 구릉까지 올라가면 김제 시내가 보인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장춘옥 김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옷깃을 풀어헤친다’, ‘근심을 내려놓는다’는 뜻의 피금각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유는 업무를 보던 사또가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사또를 만나러 온 손님이 잠시 대기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정자이기 때문”이라며 “정사각형으로 지어져 사방의 문을 열면 마당부터 동헌, 내아까지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니 업무에 시달리던 사또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었을 것”이라 설명한다.
동헌에서부터 동헌4길을 따라 서쪽으로 약 200m만 걸어가면 김제향교다. 유교 경전을 가르치던 명륜당을 지나, 공자를 모시던 대성전까지는 얕은 오르막과 계단으로 이어진다. 대성전 뒤편 구릉에 올라서면 아래로 김제시의 모습과 하늘이 펼쳐져 잠시 숨을 돌리기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아리랑문학마을과 벽골제에서 역사교육을
아리랑문학마을은 소설 <아리랑>의 배경인 징게맹갱(김제만경)에 소설 속 장소들을 재현해둔 곳이다. 소설 내용을 따라 쌀과 토지를 수탈당한 우리 민족의 아픔과 수난을 느낄 수 있도록 내촌·외리마을, 이민자들의 가옥과 주재소, 정미소 등 일제의 근대수탈기관이 지어졌다. 기존엔 홍보관에서 수탈의 역사와 그 설움을 중점으로 전시했으나 올해부터는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의 역사까지 함께 알리고 있어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장소로도 알맞다.

아리랑문학마을에서는 일제의 수탈과 항일운동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아리랑문학마을에서는 일제의 수탈과 항일운동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에서는 농경문화를 전시중이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에서는 농경문화를 전시중이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벽골제로 입장하면 넓은 평지와 한옥건물이 입장객을 맞이한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벽골제로 입장하면 넓은 평지와 한옥건물이 입장객을 맞이한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추수가 끝난 계절에는 때때로 넓은 논에 흩어진 낱알들을 먹기 위해 날아든 새떼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추수가 끝난 계절에는 때때로 넓은 논에 흩어진 낱알들을 먹기 위해 날아든 새떼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전등으로 장식된 쌍용장식이 벽골제의 야경을 밝힌다. 사진 / 조유동 기자
전등으로 장식된 쌍용장식이 벽골제의 야경을 밝힌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매년 가을이면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벽골제도 교육 장소로 추천되는 곳 중 하나다. 삼국시대에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는 농경문화를 주제로 농경문화박물관, 농경사 주제관과 체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야간에 벽골제를 찾는다면 축제장을 산책할 수 있다. 두 마리의 거대한 쌍용 장식과 단아낭자 사랑의 다리를 전등으로 장식해 야경을 밝히니,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Tip.
김제를 방문할 때는 전북투어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벽골제 입장료는 성인 1인 기준 3천 원이지만 전북투어패스를 사용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벽골제 내부의 목공공방, 짚풀공방에서 공예 체험 상품 중 하나도 무료다.
맛집, 숙박, 공연 등 전북 전역의 관광상품과 대중교통, 주차장이 특별할인가격이나 무료로 제공된다. 전북투어패스를 통해 지급되는 쿠폰은 모바일로도 조회와 사용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망해사 범종 소리에 마음을 비운다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된 해안가로 접근하면 총 10km 코스의 새만금 바람길을 따라 지평선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진다. 심포항에 정박한 고깃배와 기러기 떼의 행렬을 거슬러 올라가면 진봉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게 되고, 낙조 풍경이 유명한 망해사에 이른다.
망망대해를 마주하고 있다 하여 망해사라 이름 지어졌지만, 현재는 새만금 사업으로 바다가 아닌 만경강 하류와 맞닿아있다. 바다는 막혔지만, 그 덕에 숭어나 장어, 철새처럼 예전엔 오지 않던 생물들이 찾아오는 터전이 되었다.

새만금 바람길을 따라가면 나타나는 망해사. 사진 / 조유동 기자
새만금 바람길을 따라가면 나타나는 망해사. 사진 / 조유동 기자
하루 3번 예불시간이 되면 범음각에서 범종을 울린다. 사진 / 조유동 기자
하루 3번 예불시간이 되면 범음각에서 범종을 울린다. 사진 / 조유동 기자

망해사의 주지인 인담스님은 “망해사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사찰로 오래전부터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던 호국사찰”이라고 설명하며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배롱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서해 낙조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진봉산 전망대에 오르면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자랑한다.
사찰에서 저녁예불을 드리는 시간인 오후 6시 전후에 맞춰 망해사를 방문하면 파도 소리와 어우러지는 범종 소리를 배경으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행복을 채우는 나무 위의 집 
마지막 추천 여행지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미즈노씨의 트리하우스다. 홋카이도 삿포로 출신의 일본인 미즈노 마사유키씨가 부인의 고향인 김제에 정착해 손수 지어 살기 시작한 집이다. 가정집이지만 체험학습장으로 등록해 커피하우스, 모임 장소를 제공하고 있고, 예약을 통해 목공예도 체험해볼 수 있다. 나무 위에 지은 집에 올라가 구경도 하고, 벽난로 소리를 들으며 미즈노씨가 직접 내려주는 차와 함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행복이란 간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나무 위에 집을 지은 미즈노씨의 트리하우스. 사진 / 조유동 기자
나무 위에 집을 지은 미즈노씨의 트리하우스. 사진 / 조유동 기자
나무로 만든 다락방 안에서 내다본 풍경. 사진 / 조유동 기자
나무로 만든 다락방 안에서 내다본 풍경. 사진 / 조유동 기자

트리하우스를 운영하는 미즈노씨는 “다문화, 다둥이 가족에 시골에 사는 비정규직이라는 남들이 보기엔 어렵게 살 것만 같은 조건이지만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많은 분이 찾는다”며 “트리하우스를 구경하는 분들이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에 집을 공개해두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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