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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한라산 눈] 겨울 제주의 백미를 만나는 방법…눈 산행의 끝, 한라산 3종 세트
[한라산 눈] 겨울 제주의 백미를 만나는 방법…눈 산행의 끝, 한라산 3종 세트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10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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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고, 예쁜 핵심 코스, 윗세오름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1100고지 습지
한라산과 가장 가까운 오름, 어승생악까지
겨울 한라산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겨울 한라산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여름 제주가 바다라면 겨울 제주는 한라산이다. 사계절 초록이 지지 않는 제주지만, 한라산만큼은 눈꽃이 피어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이슈로 한라산은 또 다시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라산을 즐기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한라산의 핵재미만 뽑았다, 윗세오름
한라산 윗세오름 코스는 가장 짧고, 가장 예쁜, 핵심 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 이왕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입구까지 가면 좋겠다. 렌터카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차가 있는 곳으로 원점회귀 해야 하기 때문에 오르고 내리는 길이 한 코스인 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두 가지 코스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코스는 영실코스로 오르고, 어리목코스로 내려오는 방법이다.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1100도로를 관통하는 시외버스(240번)는 한라산둘레길, 어리목입구, 1100고지휴게소, 영실입구 등을 지난다. 영실입구에서 버스를 내린 후, 영실매표소까지 2.4km는 인도가 있는 자동차길이다. 도보로 걸어가든, 택시를 타든 편한 방법으로 탐방로 입구까지 간다. 탐방로 입구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가 이 코스의 목표지점이다. 

하얗게 핀 한라산 눈꽃.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하얗게 핀 한라산 눈꽃.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윗세오름 오르는 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윗세오름 오르는 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이제 본격적인 등반이다.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약 3.7km이다. 한라산 탐방코스 중 가장 짧은 만큼, 일찍부터 가파른 경사가 등장한다. 숨이 차오르기도 전에 감탄이 먼저 나오는 곳이 바로 오백나한과 영실기암이다. 장대한 병풍바위는 한라산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고, 그 아래로 까마득한 절벽인데, 각종 기암괴석이 오밀조밀 흩뿌려져 있다. 

이곳에 설문대할망과 그 아들들인 오백장군의 전설이 있다. 제주도를 만든 여신으로 알려진 설문대할망은 500명의 아들이 있었다. 흉년이 심했던 어느 해에 아들들은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갔는데, 할망은 집에서 아들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끓이고 있었다. 500명이 먹을 죽이니 죽 솥 또한 어마어마한 크기였을 텐데, 이를 끓이던 설문대할망이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아들들은 집에 돌아와 한 솥 가득 준비된 죽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가장 늦게 온 막내가 죽을 먹으려다 어머니의 뼈다귀를 발견한 것이다. 막내는 집을 나가 차귀섬의 바위가 되어 버렸고, 나머지 아들들도 어머니를 그리다 모두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바위가 된 아들들이 이 영실기암의 돌들이다. 이 지점이 영실코스 중에서는 가장 가파른 구간이다. 오른쪽으로 병풍바위를 보며 씩씩하게 오르다 보면 어느덧 능선에 다다른다.  

윗세오름은 한라산 등산의 핵심 코스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윗세오름은 한라산 등산의 핵심 코스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탐방로 입구에서 3.7km 떨어진 윗세오름 대피소.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탐방로 입구에서 3.7km 떨어진 윗세오름 대피소.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병풍바위 구간 후, 잠시 완만한 듯 하지만 다시 오르막이다. 눈이 내리면 구상나무에 핀 눈꽃이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살아서 백 년, 죽어서 백 년’이라는 구상나무는, 살았을 때는 싱그러운 크리스마스 나무로 알려져 있지만, 죽은 후엔 쓸쓸한 듯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눈꽃 터널이 된 구상나무 숲을 지나면 돌무더기가 깔려 있는 선자지왓을 지나는데, 눈이 쌓였다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힘든 등반은 거의 끝났다. 윗세오름이 보이기 시작하며 산 위에 초원 같은 평지가 펼쳐져 있다. 전망대에서 제주시를 내려다보고, 노루샘에 들렀다가 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에 들러 잠시 숨을 돌린다. 

예전에는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이 별미였지만 환경보호 차원에서 판매가 금지되었다. 때문에 간식이나 도시락을 준비해 와야 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날에는 등산용 발열 식품이 소용없을 때가 있다. 간단한 식사와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어리목의 눈꽃 숲 터널.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어리목의 눈꽃 숲 터널.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이제 어리목코스로 하산한다. 어리목의 절경은 역시 만세동산이다. 해발 1604m 지점의 만세동산에서는 제주 북쪽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겹쳐 보이고, 제주시와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사제비동산을 지나 어리목 숲길은 그야말로 겨울왕국이다. 고개를 들면 눈꽃 위로 파란 하늘이 환상이고, 하얀색의 숲 터널은 로맨틱하면서도 신비롭다. 다만 내리막에서 낙상 사고가 많으니 발밑을 조심하며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야겠다.

Info 윗세오름
주소
제주 제주시 애월읍 1100로 2070-510

TIP 겨울 한라산 등반
겨울 산행에서는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한다. 따뜻한 물과 당 보충을 위한 간식거리도 준비하고 산행 중 무리가 간다고 생각되면 천천히 하산하는 게 좋다.

산행 시작 전 240번 버스 막차시간을 반드시 확인한다. 도시와는 달리 차가 빨리 끊긴다. 겨울 성수기에는 추가 버스를 운행하기도 하니 이도 함께 확인한다. 모든 한라산 등반객은 오후 5시 전에 하산하여야 한다. 한라산에서는 비박이 금지되어 있다.  

한라산을 가장 쉽게 오르는, 1100고지 습지 
‘1100도로’는 한라산 1100고지를 지나는 길을 말한다. 즉, 이 길의 정점에 한라산 1100고지가 있다. 정상 정복은 어렵지만 차로 오를 수 있으니 게으른 여행자에게 꿀코스다. 1100고지 휴게소와 주차장 건너편에는 1100고지 습지가 있는데, 2009년에 이 일대가 람사르습지 보호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이곳에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있고, 지형 또한 독특하다. 여행자들이 잠시 둘러보기 좋은 위치에 있으면서 사계절 모두 아름답고,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곳으로 사진가들이 꿈꾸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1100고지 휴게소 옆의 노루상.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1100고지 휴게소 옆의 노루상.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1100고지 습지의 독특한 지형.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1100고지 습지의 독특한 지형.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1100고지 습지 탐방로는 일방통행이다. 한 사람이 지나기 딱 좋은 나무 데크길인데 길 아래는 습지로 봄, 여름, 가을에 물이 고여 있다. 자연 보호를 위해 사람의 통행을 제한해 놓으니 가끔 노루가 나타나 사람을 구경한다. 가장 편하게 산을 보는 방법이긴 하지만 눈이 많이 오고 사람이 많이 지나면 통행로도 미끄러워진다. 아이나 어르신과 왔다면 항상 발밑을 조심해야 하겠다.

1100고지 휴게소 옆으로는 노루상이 있고, 그 주변은 완만히 경사진 곳이다. 다른 계절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데,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썰매장으로 변한다. 미끄럼 타기 딱 좋은 경사를 어떻게들 알았는지 집에 있는 눈썰매를 가져오거나 주변에 포대 같은 것을 주워 미끄럼 타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제주에는 상업적인 눈썰매장이 없지만 아마도 집집마다 가장 많은 썰매를 보유한 곳이기도 할 것이다. 

Info 1100고지 습지
주소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산1-2

한라산 조망에 최적, 어승생악 
산에 오르면 산을 볼 수 없다. 한라산 역시 산 자체를 보려면 어딘가 더 높이 올라야 한다. 어승생악은 한라산보다 높지는 않지만 가장 근접한 오름이다. 한라산 백록담을 조망함은 물론, 높은 산만큼 깊은 골을 볼 수 있다.

어승생악은 한라산 봉우리와 불과 6km 떨어져 있다.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으니 집으로 치면 담장 하나 거리라 해도 되겠다. 어리목 매표소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어리목코스, 왼쪽으로 가면 어승생악 입구가 나온다. 정상까지는 30분이니 등반가들에게는 너무 시시한 코스이다. 그렇지만 눈이 오면 정상 가까이 경사가 심하여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오름 중 가장 높은 어승생악의 입구.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오름 중 가장 높은 어승생악의 입구.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어승생악에 남은 일제의 흔적인 토치카와 진지동굴.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어승생악에 남은 일제의 흔적인 토치카와 진지동굴.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어리목의 절경은 위보다는 아래를 보는 매력이다. 제주 어디서나 백록담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한라산 골짜기를 보는 곳은 쉽지 않다. 능선을 따라 오르다 한라산 쪽을 보면 등반로와 골짜기가 푸른 그림자를 만들고, 정상에 오르면 제주시가 시원하게 보인다. 둘레가 약 250m인 분화구 주변으로 한라산 봉우리와 제주시, 바다 감상에 최적이다. 높이는 1169m로 단일 분화구를 가진 제주의 오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오름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슬프게도 전망 좋은 곳마다 일제의 흔적이 있다. 주변이 잘 보이는 곳이니 군사적으로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일제는 어승생악에도 어김없이 토치카와 진지동굴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 부근에 있는 토치카는 1945년 경 마을 사람들을 강제 동원하여 완공한 콘크리트 시설물로, 두 개의 공간과 두 개의 환풍구까지 설치하였다. 이것은 어승생악 중턱의 진지동굴과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진지동굴은, 남제주 최대 규모인 가마오름 진지동굴이 함락될 경우 최후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건립된 것이다. 이는 등록문화재 제307호이다. 

Info 어승생악
이용요금
이륜차 500원, 경형차 1000원, 승용차 1800원 (한라산 주차장)
주소 제주 제주시 해안동 산 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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