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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미식 여행] 고소한 서해의 보배, 둥글납작 귀여운 병어
[미식 여행] 고소한 서해의 보배, 둥글납작 귀여운 병어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2.1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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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솔섬 송도위판장
회와 찜으로 즐기면 일품인 흰살 생선
덕대와의 구분법도 재미있어
사진 / 노규엽 기자
병어는 무와 감자를 넣고 고추장 양념에 재워 찜으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신안] 정면을 마주하면 납작한데 옆면은 위아래로 둥글고 넓적한 생선. 몸통의 크기에 비해 입이 작고 지느러미도 앙증맞게 튀어나와 있어 나름 귀엽게 생긴 병어는 서민들이 여름철에 즐겨 먹는 대표 생선이다.

임금님께 진상되었던 서해의 보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경기도와 전라도 지방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는 병어는 수 백 년 전부터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 어획되었던 어종이다. 바다 수온 10~30℃ 사이의 따뜻한 물에서 살아가는 병어는 겨울부터 봄까지 중국 대륙 남쪽에서 북상하다가 5~6월경이 되면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어획이 가능해진다. 특히 이 시기에 살이 올라 가장 맛있는 병어는 예부터 임금님께 진상되었던 품목이기도 하다. 신안 송도위판장에서 어획량 조사를 하는 김지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조사원도 “전라도에서는 민어ㆍ조기와 함께 고가의 선물로 여겨져 왔던 생선”이라고 말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병어는 수 백 년 전부터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 어획되었던 어종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몸통의 크기에 비해 입이 작고 지느러미도 앙증맞게 튀어나와 있어 나름 귀엽게 생긴 병어. 사진 / 노규엽 기자

“목포를 비롯한 전라도 지역에서는 사계절 내내 병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제사상에 빼놓지 않고 올리는 품목이라 제철에 잡은 병어를 잘 말려서 판매했죠. 저장 기술이 좋아진 요즘에는 진공포장이나 냉동 상태의 병어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병어는 주로 자망 등의 그물어법으로 어획하기에 선어 상태로 위판장에 들어온다. 딱히 금지 체장은 없는 어종이라 크기별로 다양하게 잡히는데, 위판장에 깔리는 박스에는 제법 비슷한 크기의 병어들끼리 모여 있다. 애초에 어민들이 비슷한 크기끼리 맞춰 놓고 위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박스 하나에 채워지는 마릿수에 따라 20미, 30미, 40미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어시장에서의 가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병어를 이야기하면서 덕대(덕자)를 빼놓을 수 없다. 덕대는 옛날 어떤 어부가 병어와 비슷한 고기를 잡았는데, 정확한 이름을 몰라 딸 이름을 붙여 덕자라고 불렀다는 데서 이름이 시작된 어종이다. 병어와는 생김새와 먹는 방법까지 유사해 흔히 혼동하여 부르는데, 김지은 수산자원조사원은 “엄연히 어종 코드가 다른 생선”이 라고 말한다.

“보통 병어보다 몸집이 큰 덕대를 ‘큰 병어’ 쯤으로 생각하는데, 자세히 보면 턱의 생김새, 꼬리 지느러미 상하엽의 길이, 눈 위 머리에서 측선으로 이어지는 물결무늬 면적 등에 차이가 보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둘을 구분하면 덕대가 좀 더 푸석푸석해 식감이 다르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한편,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지는 않아 전남 지역에서는 병어와 덕대 모두 즐겨 먹는 어종이다. 어떤 이들은 양이 많은 덕대를 선호하기도 한단다.

병어의 고소한 맛, 회와 찜으로 즐긴다 
송도위판장이 있는 솔섬은 무안과 육로로 연결되어 있으나, 지리적으로는 상당히 외진 곳이어서 평소 인적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병어 위판이 끝난 시간이 되면 선착장 주변에 차가 꽉 들어찰 정도로 붐비기 시작한다.

“송도는 병어만이 아니라 새우젓으로도 유명하거든요. 시기에 따라 갈치, 꽃게 등도 들어오니 싱싱한 수산물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곤 하죠.” 

사진 / 노규엽 기자
위판장에 깔리는 박스에는 제법 비슷한 크기의 병어들끼리 모여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솔섬의 수산물을 원하는 사람들은 송도위판장 바로 옆에 있는 수산물 판매장으로 모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솔섬의 수산물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송도위판장 바로 옆에 있는 수산물 판매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당일 위판된 병어는 물론, 갈치와 민어 등 유명 수산물들도 더러 있어 다양한 어종을 구매할 수 있다. 1층에서 수산물을 구매한 후 2층 식당에서 양념값을 내고 바로 먹을 수도 있어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제철 병어는 회나 찜으로 먹는다. 김지은 수산자원조사원은 “회나 회무침으로 먹는 것이 특히 인기 있지만, 더워지는 시기에 잡히는 어종이라 당일 어획된 병어가 아니면 회로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며 “얼려 놓은 것을 해동해서 회로 먹는 경우도 있으나 쪄서 익혀 먹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현지에서는 신선한 병어를 회로 즐기고 택배로 부치든 포장해서 가져가든, 산지에서가 아니라면 찜을 해먹는 방법이 현명한 선택이다. 병어찜은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무와 감자를 넣고 고추장 양념에 재워 끓이면 그만이다. 김지은 수산자원조사원은 “작은 병어를 여러 마리 넣고 찜을 만들어 풍성함을 즐길 수도 있지만, 손바닥보다 큰 병어로 찜을 하면 두툼한 살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Tip 솔섬 주변 정보

신안 증도 슬로시티 보물찾기 
우리나라에 슬로시티로 지정된 열다섯 군데 중 한 곳이자 신안의 보물섬으로 불리는 증도에서 펼쳐지는 축제. 태평염전이 있어 소금으로도 유명한 증도에서 소금밭 체험과 머드 체험 등을 즐기고 특산물인 소금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 
축제시기 매년 5월

병어찜 
병어는 지방이 적고 살이 연해 찜으로 먹었을 때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두툼한 병어를 고추장 양념에 쪄내면 겉에는 짭짤하게 간이 배고 속에 흰 살은 고소하고 단맛이 강하게 느껴져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취향에 따라 양파, 고추, 깻잎 등을 추가해도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두툼한 병어를 고추장 양념에 쪄내면 겉에는 짭짤하게 간이 배고 속에 흰 살은 고소하고 단맛이 강하게 느껴져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태평염전 
신안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은 전국 단일염전으로는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다. 미리 예약하면 염전에서 소금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고, 염생식물원에서 여러 염생식물을 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 소금박물관이 있어 소금 채취의 역사도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신안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은 전국 단일염전으로는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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